서기 79년 8월 24일 이른 아침. 땅이 흔들리는 진동을 느끼는 거의 같은 시각. 분출된 쇄설물과 화산재가 시가지를 덮쳤다. 1930년 전 이탈리아 폼페이다. 아비규환 속에서 시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다. 화산이라는 개념도 없고 화산이라는 단어도 없을 때였으니 그럴만하다.
화산폭발로 사라져버린 폼페이는 베수비오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나폴리와 불과 6km거리다. 지금은 내륙화 되었으나 사르누스강 하구와 바다가 맞닿아 있는 항구도시로서 로마제국 귀족들의 휴양지로 번영을 구가했던 도시였다. 그리스 문화를 받아들여 헬레니즘 문화를 꽃피웠던 당시의 첨단 도시 폼페이는 어느 여름날 아침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하늘의 운행은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던 그 때. 화산폭발은 하늘의 징벌로 생각했다. 폼페이를 기웃거린다는 것은 하늘의 노여움을 사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한 마디로 폼페이는 신이 버린 땅이었다. 폼페이는 로마인들에게 잊혀진 도시였다.
이러한 옛 사람들의 생각은 '하늘은 그 어떤 존재에 의하여 운행하지 않는다' 라는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변함이 없었다. 이태리 사람들에게 폼페이는 금기어였으며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16세기 말부터 소규모 발굴이 시작되고 1748년(우리나라 영조 24년)부터 본격 발굴에 착수하여 현재 옛 시가지의 절반 정도가 발굴되었다.
현재 공개되어 있는 폼페이에는 시민들의 의사 표현의 장으로 쓰였던 광장과 원형 공연장 그리고 체육관 등 공공건물과 마차가 다녔던 거리와 공중목욕탕 건물들이 보존되어 있다. 말 그대로 2천 년 전 로마인들의 생활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상당한 고지대에 건설된 도시에 상수도관이 매설되어 있고 물이 공급되었다는 것이다.
로마제국의 패망원인을 퇴폐적인 목욕문화에서 찾는 학자도 있다. 발굴당시 발견되었던 '큐피드 벽화'와 '춤추는 폰의 동상'은 로마 미술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되어 나폴리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지만 목욕탕에 그려진 벽화는 현장에 그대로 보존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