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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문,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 작가 배상문, 그가 글쓰기 노트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를 펴냈다
배상문,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작가 배상문, 그가 글쓰기 노트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를 펴냈다 ⓒ 이종찬

"글쓰기의 본질은 글쓰기 자체에 있다. 이제는 누구든 글을 쓰고 싶으면 글쓰기 자체에만 집중하면 된다... 선택 받은 소수만이 '작가'라는 이름표를 달던 시대가 저물고 있음에 감사하자. 이제는 본질에만 집중하자. 글쓰기 자체에만 '올인'하자... 강조하건데, 지금은 '개나 소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다"-'머리말' 몇 토막

'개나 소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이 글에서 '개나 소나'는 좀 불량스런 말처럼 들린다. 아니, 어찌 잘못 곡해하면 시인이나 작가에게 욕이 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는 책 제목을 따져보면 '개나 소나'는 지금까지 그 어떤 사상이나 감정 따위가 담긴 글을 써보지 않은 사람, 글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사람을 말한다.  

재미있다. 그렇잖아도 말 많고 탈 많은 이 세상에 '개나 소나'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 사람은 누구일까. 열여덟 살 때 스티븐 킹의 <신들린 도시>를 읽고 큰 충격을 받으며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는 그 사람, 배상문이다. 그는 '제대로 된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해마다 1000여 권의 책을 읽는다고 말한다.

"인용도 실력이다"라고 말하는 배상문. 그는 그동안 스티븐 킹, 레이먼드 카버, 무라카미 하루키, 나쓰메 소세키, 김원우, 이동하, 윤흥길, 이창동, 김승옥, 이태준 등의 글을 일거리 삼아 베껴쓰기도 했단다. 틀린 말이나 틀린 행동은 아니다. 어린 아이가 모방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듯이 글쓰기 또한 처음에는 모방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남에게 읽히지 않는 글은 글이 아니다'라고.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작가란 무엇일까. 그는 종이책을 낸 사람과 '등단' 제도를 거친 사람에게만 작가란 호칭을 붙이는 것에 반대한다. 그는 인터넷에 글을 쓰는 사람들, 예컨대 종이책 100권도 안 팔리는 작가보다 수천 명이 읽는 인터넷 논객 모두를 작가라고 여긴다. '매체'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 

개든 소든 누구나 글을 쓰는 때가 바로 참된 민주시대

"요새는 '개나 소나' 글을 쓴다. 좋은 현상인가 나쁜 현상인가? 서정오(<글장이는 별종인가> 저자)는 반긴다. '개든 소든 누구나 글을 쓰는 때가 바로 참된 민주시대'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의 말에 공감한다. 등단을 거쳐 문인협회에 등록된 사람만 '문인 자격증'을 얻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머리말' 몇 토막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열한 살 때부터 줄곧 대구에서 살고 있다는 작가 배상문. 그가 글쓰기 노트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북포스)를 펴냈다. 이 책은 등단을 거친 작가가 아닌, '등단 밖'에 있는 작가가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글쓰기에 대해 가르치는 책이다. 글 속에 메시지가 있고, 문장력만 조금 갖춘다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이 책은 제1부 '글쓰기, 첫 걸음 떼기', 제2부 '글쓰기를 위한 몸 만들기', 제3부 '글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 제4부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에 모두 38편의 글과 부록으로 '맞춤법과 띄어쓰기, 이것만은 알아두자', '외래어 표기, 제대로 알고 쓰자'가 실려 있다. '블로그를 운영하라', '글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다', '학의 다리가 길면 잘라라', '언어에도 불량품이 있다', '제목이 얼굴이다' 등이 그것.

배상문은 "나는 오랫동안 '글을 잘 써 보고 싶다'는 단순한 목표만 가지고 공부를 해 왔다.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해 보았다"라며 "그러다 보니 내 나름의 비결 또는 지론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을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소박한 마음뿐이다. 글쓰기의 본질은 글쓰기 자체에 있다"고 말했다. 

말투가 곧 글투다

"독자가 당신임을 알아볼 수 있는 문체를 개발하자.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겁 먹을 필요는 없다. 꾸밈없이 정직하게 쓰면 그게 곧 당신의 문체다. 누구나 자기만의 독특한 말투가 있듯이 '글투'도 있다. 그리고 대체로 말투가 곧 글투다. 글을 쓴다기보다 말을 한다는 기분으로 글을 써라. 이태준도 '글짓기'가 아니라 '말짓기'를 하라고 조언했다." -35쪽, '옷이 아니리 피부다' 몇 토막

"다독이 인간의 정신과 육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생체 실험을 10여 년째 진행해오고 있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 작가 배상문. 그가 이번에 펴낸 이 책 곳곳에는 그동안 그가 읽었던 수많은 책 중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에 꼭 필요한 글이 '바늘 가는 데 실 따라가듯' 짤막짤막 끼워져 있다. 

120여 권이나 되는 책 속에서 대어를 낚듯이 건진 이 인용글들은 글쓰기 책을 비롯해 철학, 미술, 영화, 광고, 영어학습법 등 다양하다. '옷이 아니리 피부다'에서는 미국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윌리엄 진서가 쓴 <글쓰기 생각쓰기>를 끼워 넣는다. 그는 이 글에서 '작가로서 내가 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글에 초점을 맞춘다.

참된 글쓰기는 내가 쓴 책을 파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팔아야 하는 것이므로 독자들이 글쓴이의 인간 자체에 흥미를 느끼게끔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정치에 관해서 글을 쓰든, 야구에 대해서 글을 쓰든, 재즈에 대해서 글을 쓰든, "내가 썼다는 이유만으로 읽기를 원하는 독자"가 저절로 생긴다는 것.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 본문 이 책은 등단을 거친 작가가 아닌, '등단 밖'에 있는 작가가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글쓰기에 대해 가르치는 책이다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 본문이 책은 등단을 거친 작가가 아닌, '등단 밖'에 있는 작가가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글쓰기에 대해 가르치는 책이다 ⓒ 이종찬

타이프라이터 앞에 앉은 원숭이는 구경거리일 뿐이다

"독자에게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해야 한다. 글쓰기가 그래서 힘든 거다. 글 쓰는 과정 자체의 스트레스는 따지고 보면 별 거 아니다... 남녀 평등에 관한 글을 쓰려고 하니, 집에서 설거지를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다. 환경 문제에 대헤 쓰고 싶은데,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직장을 자가용으로 출퇴근한다" -106쪽, '아는 만큼 정직하게 써라' 몇 토막

배상문은 좋은 글쓰기란 아는 만큼 정직하게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떤 글이 아는 만큼 정직하게 쓰는 글인가. 첫째는 실천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글 쓰는 이 스스로 철저하게 입을 다물어야 한다. 이는 곧 글을 쓰는 이가 스스로 "저는 그 주제에 대해 논할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마음에 미리 못을 박는 것과 같다.

둘째는 어떤 주제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면 스스로 자격을 갖추기 위해 땀방울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경험이나 체험 따위를 말한다. 사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일들을 주제로 삼아 글을 써다 보면 스스로 느낀 감정 따위가 없는 메마른 글이 되는 것은 물론 그 어떤 일에 대해 거짓 혹은 왜곡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는 "사람과 동물이 다른 점은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내 말(글)과 행동에 괴리가 있으면 남들이 지적하기 전에 스스로 창피함을 느껴야 한다"며 "타이프라이터 앞에 앉은 원숭이는 그저 신기한 구경거리일 뿐이다. 당신은 '원숭이' 지망생이 아니라 작가 지망생"이라고 충고한다. 지킬 수 있는 말(글)만 하는 것이 정직이라며.

이제는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다

"글쓰기의 '초자'와 '타짜'의 차이는 이렇다. 초짜는 글을 쓰기 전에 고민하는 시간이 길고, 타짜는 글을 쓰고 나서 고민하는 시간이 길다. 초짜는 마지막 문장을 쓰고 나면 '끝'이라고 생각해서 탄성을 내지르고, 타짜는 '시작'이라고 생각해서 한숨을 내쉰다. 왜 이러한 차이가 나타는가? 글의 '완성도'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179쪽, '퇴고, 이제부터 시작이다' 몇 토막

그렇다. 글쓰기에서는 퇴고가 매우 중요하다. 퇴고란 오탈자를 바로 잡고, 잘못되었거나 매끄럽지 못한 문장을 손질하는 것이다. 그 어떤 원고를 어렵게 완성시켜 놓고 퇴고를 제대로 하지 못해 그 글 모두를 망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예를 들자면 사람이나 지명 이름이 틀렸거나, 글자 한 자가 빠지거나, 문장이 중복되는 경우 등이 그러하다.  

그렇다고 퇴고하는 시간이 초고를 쓰는 시간보다 오래 걸리는 것은 아니다. 초고를 쓰는 시간의 10% 정도만 더 걸리면 된다. 초고가 그 어떤 집 한 채를 완성하는 것이라면 퇴고는 완성된 그 집을 더욱 정교하고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부족한 곳을 다듬고, 색깔을 입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글쓴이 또한 퇴고 때문에 곤욕을 치른 때가 몇 번 있었다. 가장 곤혹스러울 때가 사람 성이나 이름이 틀렸을 때나 제목이나 차례에 나오는 글이 틀렸거나 탈자가 있는 경우이다. 그런 글이 일단 그 어떤 잡지에 실리거나 책으로 묶여져 나오게 되면 그 책을 전량 폐기하고 새로 찍지 않으면 아무리 한숨을 내쉬어도 소용이 없다.

배상문 글쓰기 노트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는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글쓰기 지름길을 알려주는 길라잡이다. 이 책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시인, 소설가, 전문가 등만 글을 쓰는 시대가 아니라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라는 것을, 그래야 인터넷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조목조목 말하고 있다.

배상문은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열한 살 때부터 대구에서 살고 있다. 매년 1000여 권의 책을 읽으며, 글쓰기에 관한 블로그를 꾸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

배상문 지음, 북포스(2009)


#배상문#북포스#그러니까 당신도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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