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잔뜩 검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마치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처럼 흐려지고 있어서일까.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되던 29일 저녁 바닷바람을 쏘이기 위해 찾은 신진항에서 환상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서해의 실크로드로 잘 알려져 있는 태안 신진도 앞 바다에는 깎아지른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섬들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눈으로 봐도 보일 정도로 가까운 섬 하나에 안개인지 구름인지 섬에 걸쳐 있는 모습은 한 폭의 수묵화인듯 환상적인 그림을 연출하고 있다.
마치 드넓은 바다를 헤매던 중 눈 앞에 나타난 섬처럼 신비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비록 어둑어둑해 지던 무렵이라서 사진기에 담기에는 부족함이 있었지만 너무나도 신기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빠져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꺼내 들어 담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줌으로 당긴 모습이 잘 나오지 않아 약간의 실망감도 들었지만, 난생 처음 보는 장면에 얼이 빠져 한참동안이나 황홀경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
얼마 후 그 모습은 어둠속으로 묻혔지만 한동안 머릿속에는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한 것처럼 잊혀지지 않았다.
자연이 연출하는 형형색색,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모습은 인간을 가끔 모든 것을 잊고 자연과 하나가 되도록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글을 쓰면서 조금은 생뚱맞지만 문득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언이 뇌리를 스쳐간다.
"삶과 죽음이 결국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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