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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수형자에게 '개방형 화장실'을 쓰게 함으로써 수용자에게 수치심과 굴욕감 또는 불쾌감 등의 정신적 고통을 줬다면 국가가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징벌기간 동안 실외운동을 금지한 것은 '교도소장의 재량권'이라고 판단해 손해를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김OO(26)씨는 2003년 5월 서울고법에서 강도상해죄 등으로 징역 8년10개월을 확정 받고 광주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개폐시설이 없는 개방적 구조의 화장실로 인해 은밀한 신체부분이 노출되고, 역겨운 냄새 및 소리 등으로 인해 헌법에서 정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등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당시 이곳 화장실은 세로 60∼70㎝의 불투명한 가리개만 설치돼 있었으나, 광주교도소 측은 2006년 모든 화장실을 윗부분이 투명하게 된 밀폐형 화장실로 개조했다.

 

김씨는 또 동료 수용자 폭행 등 규율위반으로 2006년 6월에 10일 동안 금치 처분을 받았고, 이 기간 실외운동이 금지되자 "조사 및 금치처분을 받는 동안 운동을 금지한 것은 교도소장의 재량권 범위를 넘어선 위법한 처분으로, 신체의 자유를 과동하게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교도소 직원의 착오로 원주교도소로 이송됐다가 뒤늦게 다시 광주교도소로 환송된 사건에 대해서도 국가에 책임을 따졌다. 김씨는 광주와 원주교도소를 왕복하는 10시간 동안 계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김씨가 국가를 상대로 청구한 위자료 액수는 2500만원. 1심인 전주지법 민사4단독 김호춘 판사는 2007년 6월 위법한 호송과정에서의 계구사용만을 인정해 "피고는 원고에게 3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 판사는 "원고는 광주교도소 직원의 과실로 신체의 자유가 제한된 상태에서 불필요하게 광주교도소와 원주교도소를 왕복함으로써 그에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당한 만큼 국가는 그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개방형 화장실 사용과 실외운동 금지 부분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전주지법 제4민사부(재판장 이승련 부장판사)는 지난해 1월 개방형 화장실 사용에 따른 위자료 50만원, 운동금지에 따른 50만원, 교도소 이송 착오에 따른 50만원 등 모두 15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개방형 화장실과 관련, 재판부는 "국가는 수용자가 자해, 자살을 하거나 다른 수용자에게 가해행위를 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관찰이 용이한 개방형 화장실을 설치한 것으로 위법하지 않다고 다투나, 윗부분이 투명하게 된 밀폐형 차폐시설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용시설로서의 특수성과 수용자의 인격권 등을 조화시킬 수 있었다"고 일축했다.

 

실외운동 금지와 관련해 "10일간 원고에게 전혀 운동을 허용하지 않은 조치는 조사 및 징벌의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원고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김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5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한 원심 중 실외운동 금지에 따른 50만원 배상 부분만 파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용거실 내에 차폐시설이 불충분한 화장실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수용자들에게 화장실 사용과정에서 신체의 일부가 노출되고, 냄새나 소리가 거실 내에 직접 유출돼 수치심이나 굴욕감을 느끼게 하며, 동료 수형자들이 용변을 볼 때 원고 역시 이로 인한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징벌 혐의자가 다른 수용자 또는 출입자를 해칠 우려가 있어 운동을 제한할 것인지 여부는 교도소장의 재량권으로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이를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지 않는 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원고의 평소 생활태도와 규율위반 행위 등에 비춰 볼 때 수용실 기간 동안 운동을 금지한 것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개방형화장실#수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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