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문학평론가는 '새벽은 곧 닭의 울음소리며 사라져 가는 어둠이며 어렴풋한 사물의 윤곽들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숲의 윤곽과도 같은 것이다.'고 표현한다. 요즘은 그러나 태양이 너무 일찍 떠서 새벽의 모습을 느끼려면 4시 정도 집을 나서야 한다. 4시 30분정도이면 세상은 한 순간에 빛이 쏟아져 들어온 방안처럼 환하다.
새벽길을 나서는 기분이 항상 좋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처럼 상쾌하고 발걸음 가볍다. 새벽 산책 코스로 나온 해운대구 중2동 440번지 근처 골목길에는 아직도 보기 힘든 기와지붕이 보이고, 나이 많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초로의 농부들이 밭일을 가꾸는 텃밭으로 통하는 허름한 골목길이 있다.
이 골목길 앞을 지날 때마다 나는 가게의 창 안을 기웃거린다. 장사를 하는 가게처럼 보이기도 하고 문닫은 가게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늘은 용기 내어 노크를 하려고 마음을 먹는데 지나는 할머니가 나를 보더니 "새벽에는 장사 안 해요"하고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요즘 정말 보기 드문 선술집 같은 식당. 나는 저 새벽처럼 무지해져서 가게 문을 드르르 열었다. 그리고 "장사합니까 ?"하고 안을 대고 제법 용기 있게 외쳤다. 그러나 안은 그저 조용하다. 가게 주인은 신새벽에 어디 간 것일까. 항상 가게문이 열려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기웃기웃 안을 엿보니 장사를 하는 것도 같고 장사를 하지 않는 것도 같다. 기다리는 것은 무모한 듯해서, 다음에 와서 해장국 같은 거 파나 물어봐야겠다.
녹이 벌겋게 번진 가마솥은 벽돌을 쌓아서 만든 아궁이에 재가 있는 것으로 보아 동네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 같다. 그 가마솥 아궁이가 세상에나 골목길에 턱 하니 놓여져 나그네의 길을 두 팔 벌리고 막아서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