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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리버풀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 적이 있다. 두 살 짜리 아이가 시체로 발견됐는데 살해한 범인들이 열 살 짜리 소년들이었던 것이다. 그 어린 아이들이 무엇을 알고 살인을 했던 것인가. 리버풀을 넘어 영국이 충격을 받았던 건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최근에 출간된 조나단 트리겔의 <보이 A>는 그것을 모티프적으로 삼고 있다. 주인공은 소년 A. 그는 어린 시절 소년 B와 함께 또래의 아이를 죽였다. 뭘 알고 그랬던 것일까? 소년 B가 먼저 공격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둘이 작당해서 한 명의 무고한 생명을 빼앗은 것이다. 생명의 존엄성이 무엇인지, 그런 일을 벌인 후에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그 일로 인해 사회가 충격에 빠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법에 따라서 그들의 정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소년 A와 소년 B가 된 것이다. 소설은 소년 A가 감옥에 들어간 지 15년여의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시작한다. 그는 사회에 나오면서 '잭'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동시에 새로운 삶도 얻었다. 이제 그는 또래의 아이들처럼 살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완벽하게 '잭'이 될 수 없었다. 죄책감 때문일까? 사회의 시선이다. 세상 어디에선가 소년 A의 정체를 찾으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온다. 누군가가 필사적으로 찾으며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때마다 소년 A는 어떤 생각을 할까? 불안하다. 그 불안함 속에서 위태롭게 살아가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잭이 누군가를 돕는다. 좋은 일을 한 셈이다. 지역 언론도 나서서 그것을 칭찬하고 나선다. 그 과정에서 잭의 사진이 찍혔고 그것으로 인해 '잭'이 '보이 A'라는 것이 알려진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그의 인간성을 좋아하던 친구들, 주변 사람들 모두 등을 돌린다. 사회는 파파라치처럼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쫓고 그를 추방하려 한다. 보이 A에게 남은 길은 무엇인가? 없다. 절망뿐이다.

 

요즘에 소개된 책들은, 특히 추리소설에서 자주 보이는 현상인데, '소년법'을 비판하는 것이 많다. 미성년이 저지르는 범죄가 대가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이 A>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포용하지 못하는 이 사회를 겨냥하고 있다. '주홍글씨'를 새겨놓고, 매순간 그것을 새로 기억하려는 사회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보이 A>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니다. '불편'하게 만든다. 이것이 단지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국만의 이야기인가? 아니다. '우리'들의 이야기이며 우리들의 모습이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그 일을 후회하고 반성했든 어쨌든 간에 단지 범죄자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사회가 얼마나 냉혹하게 대하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거울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우리의 차가운 모습을 마주하게 되니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피해야 하는 걸까? 아니다. 그것을 비로소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성숙할 수 있다. <보이 A>는 그런 기회를 제공한다. 소설이 잘 쓰여진 것을 떠나서,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값어치는 빛난다.


보이 A

조나단 트리겔 지음, 이주혜.장인선 옮김, 이레(2009)


#청소년 범죄#주홍글씨#원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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