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햇살 머금은 들꽃이어라.
모진 바람 세파에 멍에 진 꽃이어라.
노란색 리본 달린 나뭇가지 끝따라
소탈한 그 미소 그대로 걸려있고
귀향의 꿈 아직도 구름 위에 실렸는데…
그 꽃, 불현듯
봄 바람에 스러지다니요!
지나간 겨울을 당당히 견뎌내고
깃발처럼 펄럭이며 의연하더니
혹독한 꽃샘 추위였던가.
갈기갈기 찢긴 가슴을 끌어 안고
처연히 부서진 몸을 날리니
봉화산 뒷산, 추억조차 애달파라.
이 한몸 던져 없어지면
나를 쫓던 자들의 발톱 잦아들고
내 사랑하던 가족들
내 함께 하던 동지들,
그 죄는 모두 나의 것이야.
가신 님 흔적처럼 지난 밤 봉하 땅에
빗방울 뚝뚝 서러워 내리더니
이제는 당신의 노래 촛불향 타고 흘러드오.
"더 이상 나는 개혁을 외치는 투사가 아니야,
더 이상 나는 진보를 읊는 낭만파 시인 아냐.
나는 그저 농부로 살다가 이장 할아버지 하다가
쓴 미소 남기고 떠나가는 김삿갓, 방랑 김삿갓.
판문점 넘어가던 이북 땅 넘나들며
삿갓 눌러쓰고 바보 노래 부르면서
호젓한 혼백으로 숨어 살다가,
오호 그날이 오면
남북이 하나되는 그날이 오면
모두가 손잡고 하나 되는 날,
온통 화합으로 신바람 나는 날,
산산히 부서져 고향 찾으리~
나는 다만 한 송이
무궁화 꽃으로
분수처럼 그렇게 피어나리라.
봉하마을 뒷산에 다시 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