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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농어촌지역 보육교사 특별근무수당' 시행으로 폐원 위기에 놓여있는 경남 사천시 삼천포 지역 일부 어린이집.
정부의 '농어촌지역 보육교사 특별근무수당' 시행으로 폐원 위기에 놓여있는 경남 사천시 삼천포 지역 일부 어린이집. ⓒ 허귀용

"심각합니다. 오랫동안 같이 일해 온 정 때문에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사기가 확 떨어졌지예.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지 생각 중입니다."

 

올해 3월부터 경남 사천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에게 정부에서 지원하는'농어촌지역 보육교사 특별근무수당'이 지급되면서 삼천포지역의 상당수 어린이집이 위기에 놓이게 됐다. 같은 지역에 있음에도 지원 유무가 달라 어린이집이나 보육교사 간에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도서, 벽지 등 취약지역에 근무하는 보육교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농어촌지역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보육교사에게 '농어촌지역 보육교사 특별근무수당'이라는 명목으로 매달 11만원의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농어촌지역의 보육교사에게 특별근무수당을 지원하는 것은 농어촌지역의 어린이집이 도시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해 교사수급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사천시는 올해 초 사천읍 등 7개면 지역과 동지역 일부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280여명의 보육교사에게 특별근무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3억96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사천시는 지난 3월부터 지급했는데, 1.2월 특별근무수당을 소급 적용해 보육교사 일인당 33만원을 지급했다.

 

 '농어촌지역 보육교사 특별근무수당' 혜택을 받지 못해 운영난에 처해 있는 삼천포지역 한 어린이집.
'농어촌지역 보육교사 특별근무수당' 혜택을 받지 못해 운영난에 처해 있는 삼천포지역 한 어린이집. ⓒ 허귀용

그러나 보육교사에게 지급되는 특별근무수당은 농어촌지역 보육교사만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동지역이 있는 삼천포지역의 경우 특별근무수당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동지역 중 농지전용 지구를 제외한 주거지구, 상업지구, 공업지구에 있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한 푼도 못 받게 돼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도농 복합도시인 사천시는 옛 삼천포지역에 동서동과 선구동, 동서금동, 벌용동, 향촌동, 남양동 등 6개 동지역이 있다.

 

현재 사천지역에는 모두 85개 어린이집에 410여명의 보육교사가 근무하고 있는데, 이 중 58개 어린이집 280여명의 보육교사는 특별근무수당을 받았고, 동지역에 있는 26개 시설 140여명의 보육교사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향촌동의 몇몇 어린집의 경우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특별근무수당을 받거나 그렇지 못한 어린이집이 있을 정도로 '특별근무수당'은 형평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2차선 도로 사이를 두고 왼쪽 어린이집은 지원 혜택을 받았고 오른쪽 어린이집은 받지 못했다.
2차선 도로 사이를 두고 왼쪽 어린이집은 지원 혜택을 받았고 오른쪽 어린이집은 받지 못했다. ⓒ 허귀용

이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한 어린이집들은 "그간 인구감소로 원생들이 감소하고 보육교사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이번 지원으로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혜택을 받지 못한 보육교사들도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원받는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길 뜻을 내비치고 있다. 사실상 정부의 지원 취지와는 다르게 상당수 어린이집이 폐원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혜택을 받지 못한 한 어린이집 원장은 "복잡합니다. 섭섭합니다"라고 말한 뒤,"보육교사들이 상실감을 느끼고 있어 월급을 좀 더 주는 쪽으로 했다"면서 "교사 수급도 힘들고 어린이집 운영도 어렵게 되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진주와 가까운 읍면지역은 대형 어린이집들이 많고 운영도 잘 되어 어린이집이 난립하고 있지만, 동지역 어린이집은 인구감소로 원생들이 감소해 운영이 힘들다"며 "오히려 동지역에 먼저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한탄했다.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어린이집 원장도 "우리 교사들이 지원은 받는 교사들과 같이 있으면 주눅이 든다"면서 "오랫동안 같이 있었던 정 때문에 지금은 있지만 앞으로 극한 상황이 오면 다른 곳으로 옮길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억울합니다. 사기가 확 떨어지죠. 공립에 있는 친구는 나하고 같이 어린이집에 들어갔는데, 그 친구와 50만원 정도 월급 차이가 났습니다. 이제 더 차이가 나게 됐죠. 다른 곳으로 옮기면 지원받는 어린이집으로 옮기고 싶습니다."

 

혜택을 받지 못한 한 보육교사의 말이다.

 

 삼천포지역에 있는 이 어린이집의 경우 보육교사 수급 문제로 올해 2월 폐원했다.
삼천포지역에 있는 이 어린이집의 경우 보육교사 수급 문제로 올해 2월 폐원했다. ⓒ 허귀용

혜택을 받지 못한 어린이집 원장들의 우려는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동지역에 있는 OO어린이집의 경우 늘어나는 원생들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 2004년에 새로운 어린이집을 개원했지만 몇 년간 보육교사를 제대로 구하지 못해 결국 올해 2월에 폐원했다.

 

이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한 어린이집 원장들과 일부 시의원은 사천시가 대신 지원을 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사천시는 지침에서 벗어난 일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정희 경남 사천시 의원
이정희 경남 사천시 의원 ⓒ 허귀용

22일 열린 사천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정희 시의원은 "읍면지역은 기업체 입주 등으로 젊은 층 인구가 늘어나면서 어린이집 운영이 좋은 편이고 진주시와 인접해 있어 교사 수급도 용이한 반면 동지역은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로 어린이집 운영이 갈수록 힘든 상태에다 교사 수급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특별근무수당이 지급되지 않으면 더 힘든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어 사천시가 반드시 지원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수영 시장은 "그동안 보육시설의 어려운 여건을 고려해 보육교사 복리후생비 등을 지원해 왔고 영육아 보육 예산으로 올해에만 140억원 정도를 책정했다"고 말한 뒤, "보육업무는 국가 사무로 중앙 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 우리시가 독자적으로 지침에서 벗어나 수당을 지급할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김수영 사천시장
김수영 사천시장 ⓒ 허귀용

김 시장은 또 "도내 시군 중에 추가 재원을 확보해 농어촌 보육교사 특별수당을 지원해 주는 자치단체는 한 곳도 없다"며 추가 지원의 뜻이 없음을 명백히 했다.

 

이정희 의원은 "영유아 보육법 36조에 지원해 줄 수 있는 근거를 명시해 놨다"며 재차 추가 지원을 요청했지만 사천시는 지침을 내세우면서 기본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가 시행한 '농어촌지역 보육교사 특별근무수당'은 사천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도내 시 지역 중 도농복합도시인 밀양시와 진주시, 통영시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특히 통영지역의 경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집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 광역,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이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며 경상북도는 농어촌지역 보육교사 특별근무수당' 제도의 개선을 중앙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뉴스사천#어린이집#특별수당지급#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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