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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물 시원하게 흐르는 곳에 오리들 유유자적. 도봉산은 서울에서 전철만 타면 쉽게 가 볼 수 있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나 날씨가 더운데도 마땅히 피서를 떠날 시간적, 물질적 여유가 없다면 산은 좋은 여행지가 된다.

 

등산화를 고르는 방법

 

 등산객이 적은 평일 오전에 시간을 낸다면 조금 더 산의 고요를 느낄 수 있다.
등산객이 적은 평일 오전에 시간을 낸다면 조금 더 산의 고요를 느낄 수 있다. ⓒ 김현준

실제로 경기불황의 여파인지 등산화가 많이 팔렸다고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많은 돈을 쓰지 않고도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산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봉산이나 북한산처럼 바위가 많은 지형을 오를 경우 등산화를 고를 때 주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산이 좋고 자연이 좋다면 굳이 등산장비를 모으는 것에 매달릴 필요는 없을 테지만 등산화는 산행의 안전과도 직결되니 장만하는 편이 좋다.

 

산을 처음 오르던 시절에 정말 아찔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 나로서는 이제 막 산을 찾는 이들에게 등산화의 중요성을 꼭 당부하고 싶다.

 

젊은 혈기에 멋도 모르고 일반 단화를 신은 채 암벽을 오르다가 죽음의 그림자가 아른거려 오금이 저렸던 순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발은 미끄러져 허공에서 계속 춤을 추는데 밧줄 하나만 부여잡고 까마득한 절벽에 매달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기분을 알 것이다.

 

등산로에 있는 바위는 상당히 미끄러울 수 있다. 길고 긴 세월 동안 비바람이 노출되고 수많은 등산객이 다녀가 표면이 매끄럽게 닳아버린 것이다. 등산화는 이러한 바위를 오를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밑창이 일반 운동화와 다른 소재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등산화를 신을 경우 지형에 적합하여 피로가 덜하다. 추가로 발을 보호하도록 설계되어 돌뿌리가 많은 곳에서도 부상이나 고통의 염려를 감소시켜 준다.

 

때문에 등산화는 산악인의 좋은 벗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 가운데엔 항상 신던 등산화에 정이 들어 십 년이 지나 너덜너덜 해도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는 경우가 있다. 등산화를 볼 때마다 산행의 추억이 떠오르는 것이리라.

 

이러한 등산화를 하나 장만하겠다면 매장에서 직접 신어보고 고르는 것이 좋다. 회사마다, 모델마다 사이즈가 다르게 나온 경우가 많기 때문. 또한 본인이 얼마나 시간을 들여 자주 산을 찾을지도 고려하면 등산화 선택에 더욱 도움이 된다. 산을 오르는 시간과 목적에 따라 등산화가 종류별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왼쪽이 발목까지 올라오는 일반 등산화. 오른쪽은 트레일러닝화라 불리는 산악 달리기용 신발.
왼쪽이 발목까지 올라오는 일반 등산화. 오른쪽은 트레일러닝화라 불리는 산악 달리기용 신발. ⓒ 김현준

 

발목까지 올라오는 것과 운동화처럼 생긴 등산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바위가 많아 지형이 험한 곳을 오를 경우엔 발목까지 올라오는 형태가 좋다. 발목을 잡아주어 접질리는 부상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 물론 무게는 운동화처럼 생긴 것이 훨씬 가볍다. 이러한 모양의 등산화를 트레일러닝화라 부르는데 산악 달리기용으로 쓰이는 신발이다. 평지가 아닌 험한 산길을 달릴 때 쓰는 것으로 일상에서도 신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조깅화보다 쿠션감은 덜하다.

 

밑창을 선택하는 것도 요령이 있다. 직접 등산화를 살펴보면 밑창이 여러 종류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등산화 밑창은 일반 신발보다도 지면에 달라붙는 기능이 뛰어나 미끄럼을 방지해준다. 때문에 외국의 경우엔 군경들이 신는 전술/전투화에 쓰이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사제 전투화의 경우에도 산악용 밑창을 사용한 것이 있을 정도다.

 

지면에 달라붙는 능력이 얼마나 우수한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일단 손톱으로 밑창을 직접 눌러 딱딱하면서도 쫀득거리는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도가 뛰어난 등산화를 직접 신고 걸어보면 확실히 바닥과 쩍쩍 달라붙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수입 등산화의 경우 이태리에서 만든 비브람 밑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격도 비싸고 국내와는 산악환경이 다른 만큼 국산 밑창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내에서 등산화를 만드는 회사들의 경우 자체적인 연구와 개발을 거쳐 다양한 종류의 밑창을 선보이고 있다. 밑창 역시 특허가 있을 정도로 회사의 브랜드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 하지만 가격이 싸다고 나쁘다고 할 수도, 또 비싸다고 성능이 뛰어나다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기존에 형성된 브랜드 가치와 디자인이 가격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등산화의 손질

방수와 배출 기능의 소재가 사용된 신발은 집으로 돌아와 벗어보면 내부가 축축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수분이 원단 사이에 머물고 있는 상태인데 안에다 신문지를 넣어 모양을 잡아준 후 보관하면 된다.

 

가죽이 더러워졌을 경우 솔을 이용해 털어내면 되고 젖었을 경우엔 그늘에 말리도록 하자. 전용 세척제로 세탁해도 되지만 일상화가 아니라면 너무 자주 할 필요는 없다.

또한 어떠한 원단이 사용되었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요즘은 고어텍스 소재가 안감으로 많이 사용되는 추세인데 방수 기능과 함께 수분 배출 기능이 있어 땀을 잘 처리해 준다고 한다.

 

그러나 보통 겉감에 가죽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통풍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발의 땀이 많을 경우 통풍이 잘되도록 가죽이 적고 일반 원단이 사용된 등산화를 골라도 된다.

 

혹시나 장마철에 일반 원단이 사용된 제품을 샀더라도 방수 스프레이를 뿌려주면 되니 좌절하지 말자. 본인의 필요와 경제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알맞은 등산화를 골랐다면 어느 정도 거친 바위 지형도 오를 용기가 생겼을 것이다. 자, 이제 산으로 떠나보자.

 

등산화 이외의 준비물들

 

전철을 타고 도봉산역에서 내려 산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면 곳곳에 보이는 다양한 먹을거리가 감각을 자극한다. 이러한 것들은 그냥 둘러보기만 해도 재미가 쏠쏠하다. 산을 오르기 전에 허기진 상태라면 식사를, 밥을 먹은 지 서너 시간이 흐른 상태일 경우 김밥이나 옥수수 정도를 사서 올라가는 것도 좋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집에서 미리 배를 채우고 만약을 대비해 초코바 등의 비상 식량을 챙겨오는 것이다.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물도 꼭 가져가자.

 

 겉이 가죽으로 된 이러한 수낭은 어깨에 메면 날씨가 더운 날엔 체온을 내려주는 효과도 있다. 또한 가죽을 적셔줄 경우 수분이 증발하면서 내부에 담긴 물의 온도도 내려간다. 사용 후에는 식초를 섞은 물로 주물럭 주물럭 세척하면 된다.
겉이 가죽으로 된 이러한 수낭은 어깨에 메면 날씨가 더운 날엔 체온을 내려주는 효과도 있다. 또한 가죽을 적셔줄 경우 수분이 증발하면서 내부에 담긴 물의 온도도 내려간다. 사용 후에는 식초를 섞은 물로 주물럭 주물럭 세척하면 된다. ⓒ 김현준

시중에서 가죽으로 된 1리터 이상의 수낭을 1-2만원선에서 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제품은 딱딱하거나 무겁지 않아 불편을 감소시켜준다. 또한 야영을 하게 됐을 때 베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페트병도 상관없으나 자주 산에 다닐 요량이라면 휴대가 편하고 튼튼한 물병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간혹 가다 물보다 술을 더 많이 가져가는 분들이 계시다. 이분들은 자연을 사랑하는 것인지 음주를 사랑하는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아마 둘 다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술은 피하는 것이 좋다.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주의력과 반사 신경이 떨어져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 정 마시고 싶다면 하산 후에 마시도록 하자.

 

또한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말자. 정상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동안 시야가 흐릿해지거나 안구가 뻑뻑하게 시리다면 넘어지는 등의 부상이 생길 수도 있다.

 

높은 곳에서 탁 트인 주변을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개를 들어 태양 빛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는 경우도 생긴다. 장시간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사실 위험한 일이니 피하도록 하자. 물론 뻥 뚫린 가슴이 벅차오르겠지만 자외선으로 인한 각막염 증상에 시달리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겨울철 눈이 쌓여있지 않다면 모자를 쓰는 것으로 어느 정도의 자외선을 피할 수 있다. 선글라스가 있으면 더 좋고. 다만 색이 너무 진한 선글라스는 동공을 확장시키니 오히려 더 많은 자외선에 노출될 수 있다.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가? 그래, 결심했어!

 

산을 오를 땐 등산 경로가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도봉산의 경우 마당바위를 향해 올라가는 길이 덜 험한 편이다. 진입로에서 왼쪽의 잘 닦여진 길을 따라가면 된다. 중간 정도 오르다 보면 차를 파는 산장이 보이는데 그쪽으로 접어들면 성공. 산을 찾으면 평소에 보지 못하던 자연 경관과 신기한 곤충들, 동물들의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으니 너무 급하게 오를 필요는 없다. 여유를 가지고 쉬기도 하면서 주변의 모습에서 마음의 평화를 느껴보자.

 

 시원한 약수가 주변의 빛을 받아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더한다.
시원한 약수가 주변의 빛을 받아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더한다. ⓒ 김현준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천축사에서는 점심공양을 하고 있으니 시간에 맞게 방문해 밥을 먹을 수도 있다. 산을 오르다 보면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점심을 준다는 플래카드가 보일 것이다. 이곳의 점심은 반찬이 많지 않으나 모두 직접 담근 장에 산나물의 담백함이 일품이다. 근처에 모여드는 새들과 마당에서 키우는 삽살개인 도량이도 만나 볼 수 있다. 일 년 만에 세 번째 방문한 사람을 알아보고 반가워하며 짖어줄 정도로 착하고 영리한 개다.

 

 의상대사가 수도하고 조선의 태조가 백일기도를 드렸다는 곳으로 유서깊은 천축사.
의상대사가 수도하고 조선의 태조가 백일기도를 드렸다는 곳으로 유서깊은 천축사. ⓒ 김현준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독대의 장들.
구수하게 익어가는 장독대의 장들. ⓒ 김현준

 천축사의 귀염둥이 도량이.
천축사의 귀염둥이 도량이. ⓒ 김현준

 

천축사를 지나 마당바위에 오르면 바위 틈새로 뿌리를 내리고 생명을 이어가는 오래된 나무들을 볼 수 있다. 거칠고 척박해 보이는 환경에서도 가지가 높이 뻗어나간 그 자태에 감탄할 것이다. 주변의 산들 또한 그 모양새가 아름다우니 충분히 감상하다 가자. 이것은 자연이 정상까지 올라온 사람에게 선물하는 아름다움이니 스트레스를 풀며 마음의 위안을 얻어 보자.

 

 이런 곳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니. 역시 자연은 위대하다.
이런 곳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니. 역시 자연은 위대하다. ⓒ 김현준

 

 마당바위에 올라 탁 트인 주변과 산들을 감상해보자.
마당바위에 올라 탁 트인 주변과 산들을 감상해보자. ⓒ 김현준

 

등산 인구가 계속 늘어났기 때문에 주말에 가는 것 보다 평일에 가면 사람도 적어 고요함을 즐길 수 있다. 마당바위까지 공략했다면 날씨와 본인의 피로감 등을 고려하여 하산할지, 능선을 타고 계속 이동할지 결정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하산하지 못하고 산에서 밤을 보내야 하니 이점에도 유의하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스쿨 오브 오마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등산화#도봉산#마당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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