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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철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 유성호

 

"신영철 대법관 문제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임기를 마치면 곧 사법부를 떠날 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 등 사법부 수뇌부들에게만 사법부 문제를 맡겨 둘 수 없다. 법관들이 침묵으로만 일관하는 것은 사법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법관들의 강력한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

 

신영철 대법관 문제에 대해 '사퇴'를 촉구하며, 법관들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을 주장해 온 서울서부지법 정영진 부장판사가 11일 법원내부통신망에 '신 대법관 사태 관련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발표와 관련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같이 주장했다.

 

"윤리위 권고는 월권행위... 대법원장이 수용해선 안 돼"

 

정 부장판사는 먼저 "최송화 윤리위원장도 '징계와 관련한 법원 내 기구가 따로 마련돼 있어 윤리위가 징계위원회 회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다소 맞지 않고, 윤리위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신 대법관에 대해 경고 또는 주의 촉구를 대법원장에게 권고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며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사상의 불이익은 물론 법관의 명예에 치명적 손상을 가져오는 불리한 조치인 경고나 주의 촉구를 '관행이 있어 왔다'는 이유로 한다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관에 대한 경고나 주의 촉구가 '관행'이라고 할 정도로 많이 있었는지도 의문이고, 대법관에 대해서는 전혀 선례조차 없는 경고나 주의 촉구로 신 대법관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윤리위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법관에 대한 경고나 주의 촉구가 사법행정권의 일환으로 행사될 수 있는 것이므로 별도의 법적 근거는 필요 없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지 모르나, 경고나 주의 촉구는 비위 정도가 징계처분의 정도에는 이르지 못한다는 것일 뿐, 그 성격 자체는 제재적 조치로서 인사상 불이익까지 가해지는 것이므로 단순한 사법행정권 행사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실제로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법원에서 몇몇 법관에 대해 행해져 온 경고나 주의 촉구는 대법원장에게 공식문서로 보고됐을 정도로 중대한 것으로 알고 있고, 이로 인해 사표를 제출한 법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 부장판사는 "요컨대 윤리위가 신 대법관에 대한 경고나 주의 촉구를 권고한 것은 월권행위일 뿐만 아니라, 법에도 없는 조치를 권고한 것으로서 대법원장께서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리위가 대법원 진상조사단과 다른 입장 표명을 하기 위해서는 그 근거를 분명히 밝혔어야 하는데, 윤리위가 진상조사단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뚜렷한 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근거 없이 반대 주장만 내세우는 것은 억지"라고 비판했다.

 

정 부장판사는 "또한 윤리위는 사법행정권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기준과 선례가 확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들었으나, 이번 사안은 대학에서 헌법 과목 수강을 마친 법대생 정도의 수준이면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것을 쉽게 판별할 수 있는 간단한 사안으로서 윤리위의 발표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의 위증도 중요한 징계사유인데 이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는 것은 애초의 윤리위 회부 자체가 시간 끌기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대법관 인사청문회 위원이었던 민주당 이종걸 의원 등 국회의원 5명은 지난 3월22일 대법원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신 대법관을 '촛불재판' 몰아주기 배당에 대해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사태 해결은커녕 오히려 악화... 판사들이 행동할 때"

 

정 부장판사는 "윤리위 스스로 징계 관련 부분은 권한 밖이라고 선언하면서 대법관 징계청구권자 등에게 처리를 미룬 이상 신 대법관 사태는 아무런 진전 없이 원점으로 돌아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 법관 워크숍에서 신 대법관 거취와 관련해 법관들이 윤리위 결과를 지켜 본 뒤로 의견표명을 하자고 미루었는데, 이제 윤리위 결과가 나온 이상 법관들은 각급 법원 판사회의 등을 통해 강력한 의견 표명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독려했다.

 

아울러 "신 대법관 사태로 사법부가 지속적으로 국민들의 비판을 받아 오고 있음에도 대법원이 법대로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법권 독립 문제가 대두된 지 상당한 시일이 흘렀으므로 지금쯤은 사법권 독립을 위한 가시적 조치, 예컨대 과거 권위주의 시절부터 남용돼 온 임의배당 예규의 폐지, 법적으로 1994년에 이미 폐지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법관료화의 핵심으로 기능해 온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시스템의 폐기, 밀행 및 자의적인 근무평정, 엄정한 법관징계 및 법관 재임명의 실질화 등 개선안이 제시됐어야 한다"고 대법원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이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다수 법관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뿐으로, 그동안 법원개혁의 계기가 된 것은 소장 법관들이 주도한 사법파동이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법관들이 침묵으로만 일관하는 것은 사법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법관들 특히 소장 법관들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장판사는 "어차피 신 대법관 사태는 엎질러진 물이고, 우리에게는 현재와 미래가 더 중요하다"며 "반드시 신 대법관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사법권 독립과 국민의 신뢰를 확고히 하기 위해 법관들의 강력한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임기를 마치면 곧 사법부를 떠날 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 등 사법부 수뇌부 및 법원행정처 일부 인사들에게만 사법부 문제를 맡겨 둘 수 없다"며 "사법부는 사법부에 오래 근무할 다수의 법관들이나 일반직원들이 지키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정 부장판사는 "사법부 수뇌부를 비롯한 사법행정 라인에 계신 분들께는 좀더 적극적으로 일선 법관들과의 소통에 나서 주시기를 건의 드린다"며 "법관들이 아직도 법원내부통신망에서조차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못하고 있고,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동료 법관들 상호간에도 언급조차 꺼리는 분위기가 계속돼서는 사법부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정영진#신영철#이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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