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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다

.. 한편 한국전쟁은 패전국 일본에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  《아라사끼 모리테루/김경자 옮김-오끼나와 이야기》(역사비평사,1998) 77쪽

"패전국(敗戰國) 일본"은 "전쟁에 진 일본"으로 다듬습니다. '이익(利益)'은 '도움'으로 손보는데, 앞말 '경제적(經濟的)'과 묶어서 '돈벌이'로 손보아도 됩니다.

 ┌ 일본에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
 │→ 일본 경제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 일본한테 큰 돈벌이가 되었다
 │→ 일본한테 큰돈을 안겨 주었다
 └ …

경제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 한다면, 한 나라 살림이 나아지는 일입니다. 한 나라 살림이 나아졌다고 한다면, 돈이 넉넉하게 들어왔다는 소리일 테지요. 한 마디로 말해서, 돈벌이가 잘되었다는 이야기,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입니다.

 ┌ 일본은 나라살림이 나아졌다
 ├ 일본은 나라살림이 넉넉해졌다
 ├ 일본은 나라살림을 펼 수 있었다
 ├ 일본은 나라살림을 키울 수 있었다
 └ …

학문을 하는 분들은 '돈을 벌다'처럼 말하지 않고 '경제적 이익이 된다'처럼 말하곤 합니다. 누구나 알아듣기 좋도록 말하면 한결 나을 텐데, 좀처럼 알아듣기 좋은 말을 안 씁니다.

어쩌면 학문을 하는 동안 이와 같은 말투가 몸에 배고 말아서 털어내지 못하는지 모릅니다. 책도 논문도 강의도 죄 이와 같은 말투일 뿐이니, 생각도 이와 같은 말투로 하고, 이야기도 이와 같은 말투로 하게 되지 않나 싶기도 해요.

ㄴ. 뜻있음의 유의미한 빛

.. 나의 내면은 어떤 충일과 평화로 풍부해진다. 그럴 때 삶은 보다 밝고 뜻있음의 유의미한 빛을 띤다 ..  《장석주-가을》(백성,1991) 127쪽

"나의 내면(內面)은"은 "내 마음은"으로 고치고, "충일(充溢)과 평화(平和)로 풍부(豊富)해진다"는 "평화로움으로 넉넉해진다"나 "따뜻하고 너그러워진다"로 고쳐 줍니다. '충일'은 "가득 찬다"는 소리이고, '풍부'는 "넉넉하다"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내 마음은 무언가로 가득차고 평화로 넉넉해진다"쯤으로 고쳐 보아도 됩니다.

 ┌ 보다 밝고 뜻있음의 유의미한 빛을 띤다
 │
 │→ 더욱 밝고 뜻있는 빛을 띤다
 │→ 더욱 밝고 뜻이 있어진다
 │→ 더욱 밝고 뜻이 깊어진다
 └ …

'유의미(有意味)'란 '뜻이 있다'는 소리를 한자로 옮긴 말입니다. 보기글을 보면 "뜻있음의 유미의한"이라고 적는데, 우리 말로 풀어내어 적으면, "뜻있음의 뜻있는"인 셈이 되어요. 이렇게 되면 무슨 말이 되나요. 무슨 소리인가요.

무언가 남달리 보이려고, 더 깊은 생각을 드러내고 싶어서, 선뜻 잡히지 않으나 잡아 보려는 마음에서 이렇게 글을 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남다르게 쓰거나 깊은 생각을 드러내거나 아련한 마음을 담아낸다고 하더라도, 말은 똑바로 해야지요. 또박또박 한 글 두 글 적어내려가야지요.

ㄷ. 지능 발달에 좋다

.. 유아 때 이런 몸 운동을 많이 하면 지능 발달에 좋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  《이마이즈미 미네코,안네테 마이자/은미경 옮김-숲에서 크는 아이들》(파란자전거,2007) 145쪽

"유아(幼兒) 때"는 "아기 때"나 "아주 어릴 때"로 손봅니다. "몸 운동(運動)을 많이 하면"은 "몸을 많이 움직이면"이나 "몸을 많이 쓰면"으로 손질합니다.

 ┌ 지능(知能)
 │  (1) 계산이나 문장 작성 따위의 지적 작업에서, 성취 정도에 따라 정하여지는 적응 능력
 │   - 지능이 높다 / 지능이 발달하다 / 지능을 계발하다
 │  (2) 지혜와 재능을 통틀어 이르는 말
 ├ 발달(發達)
 │  (1) 신체, 정서, 지능 따위가 성장하거나 성숙함
 │   - 신체의 발달 / 운동 신경의 발달 / 음악은 아이의 정서적 발달에 좋다
 │  (2) 학문, 기술, 문명, 사회 따위의 현상이 보다 높은 수준에 이름
 │   - 의학의 발달 / 과학 기술의 발달 / 통신 산업의 발달로
 │  (3) 지리상의 어떤 지역이나 대상이 제법 크게 형성됨
 │   - 대륙붕의 발달 / 삼각주의 발달 / 고기압의 발달
 │
 ├ 지능 발달에 좋다는 이야기
 │→ 머리가 발돋움해서 좋다는 이야기
 │→ 머리가 좋아진다는 이야기
 │→ 머리에 좋다는 이야기
 │→ 똑똑해진다는 이야기
 └ …

국어사전에서 '지능'과 '발달'을 찾아보고 뜻풀이를 살핍니다. 두 낱말 모두 쉽지 않은 풀이라 선뜻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 지능이 높다 → 머리가 좋다
 └ 지능을 계발하다 → 머리힘을 키우다

먼저 '지능'이라는 낱말을 언제부터 써 왔나 헤아려 봅니다. 언제부터 썼을까요. 예전에도 이와 같은 낱말을 썼을까요. 이와 같은 낱말을 쓰지 않던 지난날에는 사람들 지식이 얼마만큼이었던가를 가리리는 낱말이 없었을까요.

우리한테는 우리 모습을 가리키는 알맞는 낱말이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깜냥껏 새 흐름과 새 삶터에 걸맞는 낱말을 슬기롭게 빚어낼 수 없는지 궁금합니다.

 ┌ 신체의 발달 → 몸이 자람
 ├ 정서적 발달에 좋다 → 마음 가꾸기에 좋다
 ├ 의학의 발달 → 의학이 발돋움
 └ 대륙붕의 발달 → 대륙붕이 넓음

우리는 얼마나 알맞게 우리 낱말을 골라서 쓰고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대륙붕이나 삼각주가 넓게 자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대륙붕이 발달해 있다"나 "삼각주의 발달이 광범위하다"처럼 말하고 있지는 않는가요. 몸이 자라고 운동 신경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발달'이라는 낱말만 쓰고 있지는 않은지요. 있는 그대로 말하는 버릇을 들이지 못하는 가운데,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매무새를 갖추지 못하고, 꾸밈없이 글쓰는 매무새를 익히지 못하는 가운데, 사람을 사람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그릇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모르겠습니다.

말만 잃는 우리들이 아니라 사람됨을 잃는 우리들이며, 글만 잊는 우리들이 아니라 참됨과 아름다움마저 잊는 우리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말익히기#우리말#한글#국어순화#말다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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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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