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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출은 늘고 세입은 줄고… 인천․대구․울산, 재정 '빨간불'

 

이명박 정부의 경제운용 방식인 MB노믹스가 가속화 할수록 광역단체의 재정은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강력한 예산조기집행 방침에 따라 세출은 크게 늘어난 반면 부동산세제 완화와 경기침체 여파로 세입은 줄어 지방자치단체들의 유동성에 빨간 불이 켜진 것. 급기야 바닥난 금고를 채우기 위해 지방정부가 사금융권에서 일시자금을 차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16개 광역자치단체에 대해 이달 말까지 전체 예산의 45%, 6월 말까지 60%를 조기에 집행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는 예년의 40%집행과 비교했을 때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 인천시는 올해 예산조기집행 목표를 3조4천억원으로 설정한 뒤 현재 56.8%인 1조9천368억원을 집행했다.

 

인천시는 예산 조기 집행으로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벌써 두 번째다. 시는 3~4월 4439억원을 은행과 증권사로부터 차입했다. 시는 재정이 어려워지자 지난 3월 말 신한은행으로부터 3개월짜리 일시차입금 1195억원을 빚냈고, 이달 말에는 3개월짜리 일시차입금 3240억원을 차입했다.

 

인천뿐만 아니라 대구, 광주, 울산 등의 광역단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 자치단체 역시 금융권에서 250~1000억원의 일시 자금을 차입했다.

 

29일 <서울신문>보도에 따르면, 대구시는 시금고 예치금이 640여억원으로 예년 평균잔액 2500여억원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대구시는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지난달 대구은행으로부터 600억원을 빌렸으며 도시철도사업 특별회계에서도 400억원을 차입했다. 일시 차입금의 만기가 6월 말이라 당분간 유동성 위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광주시는 지난달 1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 58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겨우 재정 부족분을 채웠으나 자금이 다시 모자라 시금고에서 750억원을 긴급 대출받았다. 시금고의 평균잔액은 5~6월 만기가 돌아오는 정기예금 164억원이 전부이다. 예년의 상반기 시금고 평균잔액이 2000억원 정도인 점과 비교하면 차이가 상당히 크다.

 

울산시는 예년에 2000억원에 이르던 예치금이 한 푼도 없어 250억원을 빌렸고, 전북은 도정 사상 처음으로 농협에서 900억원을 빌렸으며, 충북은 도금고 예치금이 8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642억원의 3분의1에 그치고 있다. 세수입은 지난해보다 20% 이상 줄었다.

 

인천시 4439억 차입, 세출 줄이는 '추경'과 '선택과 포기' 절실 

 

인천시는 지난 3월 시금고인 신한은행으로부터 6월 만기인 일시차입금 1199억원을 차입했다. 그리고 불과 한 달 만인 지난 23일 굿모닝신한증권과 NH투자증권, KB투자증권으로부터 7월 만기인 일시차입금 3240억원을 빌렸다.

 

4월에 빌린 일시자금 3240억원은 연리 2.3%, 3개월 일시 상환조건으로 오는 7월 23일까지 모두 갚아야 한다.

 

인천시가 현재 보유한 자금 가운데 쓸 수 있는 돈은 보통예금 100억원과 정기예금 30억원을 포함해 모두 130억원 밖에 안 돼 그야말로 파탄직전이다. 때문에 3월부터 공무원 내부에서 월급이 못날 올 수 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시는 돈줄이 말라 자금 사정이 어려운 업체에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처럼 조치했다며 원활한 예산조기집행을 위해서도 차입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무리한 예산조기집행이 결국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 시키고 있는 것. 때문에 시민단체와 공무원노조 등은 무리한 빚내기라며, "일시차입금은 지방세 세수입이 원활하게 징수됐을 때 상환할 수 있는데 지금처럼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 결국 채무만 늘게 된다. 또한 하반기에 진행될 계속 사업과 신규 사업에 들어갈 재원에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인천시의 세입은 올 1분기만 해도 15%가 감소했다. 7월말까지 4400억원을 상환해야 하는데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기간에 시로 들어오게 되는 세입이 주민세, 자동차세, 취·등록세 등인데 이 중 주민세 등은 규모가 정해져 있고 취·등록세는 경기 불황 지속으로 감소가 불가피해 충당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천시 관계자는 "회계연도 안에 상환하면 된다. 물론 전액을 7월까지는 못 갚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정부의 이번 추경에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8000억원이 편성됐다. 지난 3월 시의회가 추가경정 때 승인한 지방채 5146억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을 통해 발행하게 되면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 박준복 부평구지부장은 "8000억원 중 인천시에 5146억원이 배정될 가능성은 없다. 16개 광역시도가 똑같이 재정난을 겪고 있어 타 지자체에서 반드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게다가 지방채는 한번 발행 하는 게 아니라 매년 발행하고 있어 인천시의 부채는 늘어만 간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009년 예산 수립 시 인천시의 지방채 발행 목표는 2465억원이었다. 그러나 올 3월 1회 추가경정예산에서 5146억원을 추가로 발행하면서 32건의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올 지방채는 총 7611억원이다.

 

이렇게 해서 인천시 지방채는 모두 2조 308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올해 시 예산 7조 2175억원의 32%에 해당한다. 시민 1인당 84만원의 빚을 지게 되는 것이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MB노믹스도 문제지만 인천시의 방만한 재정운영도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며 "올 6월에 있을 2회 추경 때 세입을 늘이는 추경대신 세출을 줄이는 추경을 해야 하고, 인천시가 펼치는 여러 개발사업 중 선택과 포기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해야만 재정 파탄을 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슈퍼추경 지방정부엔 독..."MB노믹스 수정만이 살 길"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29조에 이르는 '슈퍼추경'을 편성했지만 이 역시 지방정부엔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고보조금이 내려오면 지방정부는 일정 비율에 따라 예산을 매칭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미 예산조기집행으로 돈이 바닥난 상태라 정부가 돈을 줘도 쓸 수 없는 신세가 됐다.

 

국고보조금 사업의 경우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70%까지 지방비를 자치단체가 분담해야 한다. 정부는 29조에 이르는 추경예산 중 5조 100억원을 국고보조금으로 지방정부에 내려 보낼 예정이다. 인천시의 경우 40여개 사업에 3000억원의 국고보조금이 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에 3000억원이 배정됐을 때 최소 600억원에서 최대 2100억원에 이르는 재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인천시는 지난달 이미 1199억원의 일시 차입금을 빌렸고, 이달 3240억원을 추가로 빚낼 정도로 재원이 바닥난 상태라 줘도 못 먹는 신세다.

 

인천시가 분담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지만 이미 지난 3월 추경 때 5146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한 상태라 이마저도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인천뿐만 아니라 대부분 광역단체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비 분담비율을 낮추든지 없애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공무원노조 박준복 부평구지부장은 "끔직하지만 인천시가 또다시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악순환이 예상된다"며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분담비율을 낮춰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해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세제완화(세제 완화로 2012년까지 20조 감소)가 잘못된 정책이라는 거다. MB노믹스를 막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자치단체들이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면 회계연도 안에 갚아야 하는데 지금처럼 불경기와 세제개편 등으로 세금이 걷히지 않으면 연말 상환을 장담할 수 없다"면서 "그렇게 돈을 못 갚게 되면 인천도 결국 일본의 '유바라시'처럼 부도를 내게 돼있다. 지자체의 세출을 축소하고 MB노믹스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MB노믹스 : MB와 economics의 합성어로 '이명박 경제학'을 뜻한다. MB노믹스의 주축은 '경쟁 촉진형' 경제 운용 방식이다. MB노믹스 정책은 정부의 규제를 최소화하고 세금을 줄여 경제 주체들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창의를 발휘하도록 시장에 맡겨 두자는 것으로, 시장에서 자연스레 저성장과 양극화 등 한국 경제의 문제가 풀리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출처․인터넷 시사용어사전>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MB노믹스#예산조기집행#슈퍼추경#지방재정#부동산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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