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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 앞에 모인 시도 교육위원들 전국 시도 교육위원들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교육세법 폐지 법률안을 통과시키려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 이를 반대하는 야당 국회의원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 앞에 모인 시도 교육위원들전국 시도 교육위원들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교육세법 폐지 법률안을 통과시키려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 이를 반대하는 야당 국회의원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정만진

 

"교육세를 폐지한다고 하니 잘 모르는 국민들 중에는 납세 부담이 줄어드는 줄 알고 좋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겁니다. 정부 여당에서 교육세를 폐지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게 아니라, 교육세에 해당되는 돈을 일반세금에 포함해서 거두고 교육세라는 명칭만 없애겠다는 겁니다.

 

국민들로부터는 같은 액수의 세금을 받으면서 마치 돈을 덜 거두는 양 기만하고, 실제로는 교육에 투자하는 예산을 줄이겠다는 데 불과하지요. 국민들은 지금까지와 같은 세금을 내지만 정부는 교육부문에 투자를 덜하고 돈을 다른 곳에 쓰겠다는 겁니다. 결국 국민들은 세금은 세금대로 내면서 자기 자녀의 교육환경만 나빠지는 불이익을 당하게 됩니다."

- 서울시 교육위원인 박명기 교육재정살리기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

 

전국 시도 교육위원들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찾아와 정부와 여당의 교육세법 폐지 기도에 대한 강력한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9일 오전10시 전국 각 시도의 교육위원들은 이날 교육세법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기획재정위원회의 일정에 맞춰 '교육세 폐지 법률안 여당 일방 처리를 규탄하는 교육재정살리기 국민운동본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 정부와 여당은 4월 29일 교육세 폐지 법률안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 상정하여 통과시키려 하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정부와 여당은 4월 29일 교육세 폐지 법률안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 상정하여 통과시키려 하였다. ⓒ 정만진

 

교육세는 1982년 '부가세형 목적세'의 형태로 도입되어, 그동안 노후 교육시설 개선, 과밀 학급 해소, 교원 처우 개선 등에 투여됨으로써 교육의 질적, 양적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세제 간소화를 명분으로 교육세를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후 교육계와 야당의 한결 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29일 한나라당만의 단독 찬성으로 교육세 폐지 법안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통과시키려 했다.

 

정부와 여당은 교육세가 폐지되더라도 교육예산이 줄어들지 않도록 보완조치를 취하겠다며 교육계와 야당을 설득하고 있다. 교육예산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해 내국세의 지방교육재정 교부율을 현행의 20.0%에서 20.5%로 인상하겠다는 것.

 

교육세라는 명목만 없애지 국민들로부터 거두어들이는 납세액 총액은 동일하기 때문에 그 가운데에서 교육부문에 지금보다 0.5%를 더 교부하면 교육재정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논리이다. 국민들에게는 조세에 대한 저항감을 줄이고, 세제는 간명해지고, 교육계에 돌아가는 돈은 같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는 주장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윈회 앞 로비에서 농성 중인 시도 교육위원들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장 진입이 허가되지 않자 복도의 휴게 공간에서 "교육을 포기할래?", "교육세 폐지는 국가교육 포기" 등의 주장을 표시한 펼침형수막을 들고 농성 중인 시도 교육위원들. 그러나 국회 경위들에 의해 현수막 펼치기는 바로 제지되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윈회 앞 로비에서 농성 중인 시도 교육위원들기획재정위원회 회의장 진입이 허가되지 않자 복도의 휴게 공간에서 "교육을 포기할래?", "교육세 폐지는 국가교육 포기" 등의 주장을 표시한 펼침형수막을 들고 농성 중인 시도 교육위원들. 그러나 국회 경위들에 의해 현수막 펼치기는 바로 제지되었다. ⓒ 정만진

하지만 교육재정살리기 국민운동본부, 전국교육위원협의회, 한국교총, 전교조, 한교조, 좋은교사모임, 전국교장회, 한국교육학회, 참교육학부모회, 교육공무원노동조합연맹 등은 "교육재정이 열악한 우리의 현실에서 교육세마저 폐지될 경우 교육파탄이라는 재앙을 초래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이날 기획재정위가 교육세 폐지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발표하려던 성명서에서 "정부 여당은 지방교육재정 교부율을 높여 교육예산 부족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다. 경기침체와 정부의 감세정책에 따라 내국세 징수 총액이 감소할 경우 이에 연동된 지방교육 재정교부금은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구체적인 현실로 드러났다. 지난해 내국세가 감소하여 내국세분 교부금이 5856억원 삭감되었고, 2009년 추경에서 2조 2231억원의 지방교육재정 결손이 발생하여 지방채를 발행하여 임시변통하고 있는 것이 바로 생생한 증거 아닌가?"라고 비판하였다.

 

"정부는 세수가 감소하여 내국세 총액이 줄더라도 교육세 폐지 이전 수준으로 교육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하는데,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세수 감소에 따른 교육예산 부족분을 다른 부서, 예를 들면 국방부나 보건복지부 같은 다른 부서 예산에서 빼앗아서 주겠다는 말인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입니까?"

- 박종훈 경남교육위원

 

항의 중인 박종훈 경남 교육위원 "교육을 포기할래?"라는 구호가 선명하다.
항의 중인 박종훈 경남 교육위원"교육을 포기할래?"라는 구호가 선명하다. ⓒ 정만진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교육투자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세계적 흐름으로 볼 때, 교육세는 우리의 열악한 교육여건을 개선하여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꼭 필요한 최소한의 교육 안전판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지금이라도 교육파탄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교육세 폐지안을 즉각 철회하고, 열악한 여건의 우리 교육을 살릴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 장휘국 광주 교육위원

 

항의 중인 장휘국 광주 교육위원 '교육세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국가가 교육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는 취지의 항의문을 들고 있다. 푸른색 펼침현수막을 압수당한 뒤 종이에 쓴 긴급 대체물이다.
항의 중인 장휘국 광주 교육위원'교육세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국가가 교육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는 취지의 항의문을 들고 있다. 푸른색 펼침현수막을 압수당한 뒤 종이에 쓴 긴급 대체물이다. ⓒ 정만진

 

"이런 항의는 본래 교육감들이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임명직도 아니고 선거해서 뽑힌 교육감들이 왜 교육부 눈치나 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각 시도 교육청 예산에서 1년 회비만 1500만원에서 2000만원씩 빼내어가는 교육감협의회는 도대체 달마다 모여서 뭘 논의하는지 모르겠어요."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국회의원들을 기다리던 시도 교육위원들의 발언 중에는 집행부인 교육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을 탓하는 내용이 많았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교육위원은 "교육감들이 교육세 폐지에 대해 교육부에 협조하기로 합의했다는 말도 있습니다"라며 불쾌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날 '교육세 폐지 법률안 여당 일방 처리를 규탄하는 교육재정살리기 국민운동본부 긴급 기자회견'의 보도자료에 나오는 '우리의 결의'는 다음과 같다.

 

1. '교육재정살리기 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한 전국의 교육관련 기관과 단체는 교육재정의 불안정을 초래할 교육세 폐지 법률안의 여당 일방 처리를 강력히 규탄한다!

1.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에서는 교육재정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교육세 폐지 법률안을 부결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1. 정부 여당은 지방교육 재정을 파탄낼 수 있는 교육세 폐지 법률안을 즉각 철회하고 중장기적인 교육재정 안정책을 마련하라!

1.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방교육재정 교부율을 21%로 상향 조정하고, 국민과 약속한 GDP 대비 교육재정 6%를 조속히 확보하라!

1. 우리는 교육세 폐지 법률안이 철회될 때까지 일치단결하여 투쟁할 것을 굳게 결의한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의 끝 부분에 나오는 '우리의 요구' 중 '규탄한다! 요구한다! 마련하라! 확보하라! 결의한다!' 부분은 함께 소리높여 복창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구호 부분을 목청껏 외치려던 계획은 실행되지 않았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한국은행법 등에 이어 처리하려던 교육세 폐지법안을 다음 국회인 6월 임시회 때에 미루어 상정하기로 하였던 까닭이다. 새벽잠을 설치고 전국 각지에서 출발하여 오전 9시 40분까지 국회로 모였던 지방 교육위원들은 "조삼모사가 안 되어야 할 텐데"하면서도 일단은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귀향했다.


#교육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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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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