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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암 가는 길-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멘트 포장길을 걸어 올라간다.
 천자암 가는 길-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멘트 포장길을 걸어 올라간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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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암 찾아 가는 길

순천에서 15번 국도를 따라 올라간다. 길옆으로 메타세콰이어가 푸른 순을 내밀고 있는 외서를 지나 구불구불 타고 간다. 바람이 차다. 봄날이라는 게 변덕이 심한지라 여름이 온 듯 따뜻하다가도, 외투를 벗어버리고 봄을 즐기려면 얄밉게 다시 추워지곤 한다.

이읍 버스승강장 옆으로 천자암 가는 길이라는 작은 표지판이 보인다. 아차하면 그냥 지나칠 뻔 했다. 이읍마을을 지난다. 계단식 논 위로 돌담길 모퉁이를 돌아서서 차한대 겨우 다닐 정도의 길을 올라간다. 행여 차라도 마주친다면 난처할 것 같은 시멘트포장길을….

다행히 마주치는 차가 없다. 길은 산으로 계속 올라가지만 더 이상 차량진입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을 만난다. 차에서 내려 하얀 시멘트 길을 올라간다. 얼마가지 않아서 길은 산길과 포장길로 나누어진다. 어느 길로 갈까?

다람쥐는 점심공양 중

산길로 들어선다. 산길은 경사가 가파르게 올라가지만 걸음걸음마다 싱그러운 초록터널을 걸어가는 기분이다. 주변으로 샛노란 매미꽃이 활짝 웃고 있다. 바위틈이나 나무그늘 아래 여기저기서 노랗게 반짝거리는 매미꽃. 마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밝아진다.

 산 속에 피어있는 매미꽃. 매미꽃은 마디를 꺾으면 붉은색 액체가 나오기 때문에 피나물이라고도 하는데, 꼭 구분하자면 꽃대가 올라오는 모양이나, 크기 등 피나물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산 속에 피어있는 매미꽃. 매미꽃은 마디를 꺾으면 붉은색 액체가 나오기 때문에 피나물이라고도 하는데, 꼭 구분하자면 꽃대가 올라오는 모양이나, 크기 등 피나물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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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공양 중인 다람쥐. 암자에서는 산짐승에게까지 음식을 공양하고 있다.
 점심공양 중인 다람쥐. 암자에서는 산짐승에게까지 음식을 공양하고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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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틈으로 물소리가 들린다. 작은 물줄기가 졸졸거리며 흘러나온다. 청량한 물소리에 고개를 드니 송광사에서 넘어오는 길과 만나고 길 아래로 종각이 있다. 나무그늘 아래 고즈넉한 종각 풍경은 답답한 절집을 뛰쳐나온 모습이다. 커다란 범종이 작은 절집에 있기에는 답답했나 보다.

종각을 지나오니 아이들이 다람쥐라며 무척 좋아한다. 길 바로 아래로 돌 위에 사각형의 시멘트 단이 있고 쌀밥을 크게 엎어 놓았다. 다람쥐가 열심히 점심공양 중이다. 이곳에 사는 너희들이 부럽다. 다람쥐는 봄날 겨울잠에서 깨어나면 먹이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하던데…. 걱정은 덜하겠다. 산짐승까지 걱정해주는 여유로운 절집 풍경이다.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주신 보살님

천자암으로 들어서는 길은 마루건물인 법왕루 아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계단을 올라서면 바로 천자암 절집이다. 옆으로 넓은 마당이 있고 그 유명한 쌍향수가 고개를 들어야만 보일만큼 크게 서 있다. 웅장한 모습이다.

 천자암으로 들어가는 문. 범왕루 아래로 들어간다.
 천자암으로 들어가는 문. 범왕루 아래로 들어간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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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암 쌍향수. 여전히 웅장하게 서 있다.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늙었음에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있다.
 천자암 쌍향수. 여전히 웅장하게 서 있다.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늙었음에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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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터에서 쑥을 씻고 있는 보살님.
 샘터에서 쑥을 씻고 있는 보살님.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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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암은 고려시대 보조국사(普照國師, 1158~1210)와 담당국사(湛堂國師)가 중국에서 돌아올 때 짚고 온 향나무 지팡이를 나란히 꽂은 곳에 절집을 짓고 천자암(天子庵)이라고 하였다.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두 그루의 나무만 남고 절집은 스러져 갔다. 현재의 절집은 최근에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샘터에는 보살님이 쑥을 씻느라 열심이다. 며칠 있으면 다가올 부처님오신날 나눠줄 떡을 만들 쑥이란다. 암자에는 행사가 있었는지 떡을 가져와 하나씩 준다.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시더니 나한전에 들어가서 바나나며, 오렌지를 한가득 가져오신다. 마침 출출한데…. 맛있다.

천자암봉에 핀 수줍은 철쭉

암자를 나와 산길로 들어선다. 산길은 작은 차 한 대 다녀도 될 정도로 넓다. 길가로 얼레지가 열매를 맺고 있다. '아! 올해는 너의 화려한 모습을 보지 못했구나.' 얼레지 열매가 봄날 게을러진 나를 책망하고 있다.

 천자암 가는 길에 만난 병꽃. 이제 막 피어 붉어지려고 한다.
 천자암 가는 길에 만난 병꽃. 이제 막 피어 붉어지려고 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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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암봉으로 오르는 산길. 둘이 걸어도 넉넉할 정도다.
 천자암봉으로 오르는 산길. 둘이 걸어도 넉넉할 정도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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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밭을 지나 산으로 올라간다. 산길은 연한 초록색 잎들이 서로 다투듯 얼굴을 내고 있다. 막 돋아난 잎들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이정표에는 송광굴목재로 가는 길이라고 알려준다. 천자암에서 송광굴목재까지 1.7㎞ 정도. 굴목재 가기 전 천자암봉 까지만 가니 1㎞ 남짓 걸으면 되겠다.

산길은 아주 부드럽게 올라간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며 걸어도 될 정도로 넉넉하다. 길가로 애기나리들이 자리다툼을 하듯 연한 새순을 내밀고 있다. 나름대로 질서가 있다. 그렇게 여유 있는 산길을 즐기다보니 갈림길을 만나고 산정으로 올라간다. 경사진 길을 조금 올라서니 하늘이 보인다. 천자암봉(722m)이다.

 조계산 천자암봉 정상. 저 너머가 연산봉 자락이다. 나무마다 새순을 돋아내면서 산빛을 바꾸고 있다.
 조계산 천자암봉 정상. 저 너머가 연산봉 자락이다. 나무마다 새순을 돋아내면서 산빛을 바꾸고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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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정에 핀 철쭉. 유난히 붉다.
 산정에 핀 철쭉. 유난히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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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가 좋다. 장엄한 조계산 능선이 펼쳐진다. 마주 보는 산이 연산봉이고 너머가 장군봉이다. 아래로 이제 막 잎을 피워내기 시작하는 나무들이 연한 노란색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산정에는 철쭉도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철쭉이 유난히 붉다.

덧붙이는 글 | 천자암 가는길은 광주에서 벌교 가는 길을 따라오다 송광면 사무소를 지나면 이읍마을이 나옵니다. 순천에서 갈 경우는 58번 지방도를 타고가다 낙안을 지나 15번국도로 바꿔타고 가면 이읍마을 이정표를 만납니다.

천자암봉 가는 길은 천자암에서 송광굴목재 가는 길을 따라 1㎞정도 가면 산정에 올라서는 데 조망이 아주 좋습니다. 가벼운 산책기분으로 갈 수 있을 정도로 산길이 아주 좋습니다. 쉬엄쉬엄 걸어서 40분 정도 걸립니다.



#천자암#쌍향수#매미꽃#조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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