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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한 꽃인데도 청초하고 참신한 것은 순전히 내 맘 탓일 게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에 낭만을 싣고 떠나고 싶은 것.
흔한 꽃인데도 청초하고 참신한 것은 순전히 내 맘 탓일 게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에 낭만을 싣고 떠나고 싶은 것. ⓒ 김학현
 마치 내 마음을 눈치 채기라도 한 듯 분수줄기가 치솟는다. 물줄기는 시간을 따라 치솟아 오른다.
마치 내 마음을 눈치 채기라도 한 듯 분수줄기가 치솟는다. 물줄기는 시간을 따라 치솟아 오른다. ⓒ 김학현

 

군산 하면 에둘러 횟집이 생각난다. 참 유명한 횟집도 많은 곳이다. 서해로 떨어져 내리는 홍안의 해를 보며 회 한 점 베어 먹어보면 군산의 참맛을 안다고 하는 이가 있었는데…. 회 한 점이 아니라도 군산은 참 별다른 맛이 있는 곳이었다.

 

군산에는 바다와 생선회만 유명한 건 아니다. 은파유원지가 있다. 어쩌다 은파유원지의 낮과 밤을 보게 되었다. 지난 1일에는 한 여고생이 이곳에서 빠져죽었다는 신문 보도를 접한 적이 있는데, 그래서인가? 물빛이 애처롭게 창연하다.

 

흔한 꽃인데도 청초하고 참신한 것은 순전히 내 맘 탓일 게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에 낭만을 싣고 떠나고 싶은 것. 그래서 우린 그런 마음들이 모여 한 송이 꽃으로 환생하는지도 모른다. 꽃잎보다 더 낭창한 물빛다리, 그 위를 삼삼오오 짝지어 거니는 연인들의 모습은 이리도 달뜬 마음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마치 내 마음을 눈치 채기라도 한 듯 분수줄기가 치솟는다. 물줄기는 시간을 따라 치솟아 오른다. 하늘하늘 춤을 추면서. 하늘에 닿을만한 솜씨는 아니지만 내 마음은 벌써 하늘에 닿았다. 바다만 있는 줄 알았던 동네에 이리 너른 호수라니? 내 마음도 덩달아 김동명 시인처럼 호수다.

 

 꽃잎보다 더 낭창한 물빛다리, 그 위를 삼삼오오 짝지어 거니는 연인들의 모습은 이리도 달뜬 마음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꽃잎보다 더 낭창한 물빛다리, 그 위를 삼삼오오 짝지어 거니는 연인들의 모습은 이리도 달뜬 마음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 김학현

 하트 모양으로 뚫어놓은 돌조각 구멍으로 밤을 먹은 호수의 물빛다리를 바라보는 건 환상, 바로 그것이다.
하트 모양으로 뚫어놓은 돌조각 구멍으로 밤을 먹은 호수의 물빛다리를 바라보는 건 환상, 바로 그것이다. ⓒ 김학현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물위를 걸어보았는가? 물론 성경에는 예수께서 물위를 걸었고 베드로를 이끌어 물위를 걷게 하셨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꿈에나 있을 일이다. 하지만 은파유원지에 오면 그 물위를 걷는다. 비록 물빛다리를 이용해서지만.

 

물빛다리를 걸으며 문득 상상을 한다. 내가 만약 물위를 걷는 사람이라면…. 하지만 은파유원지에선 정말로 물위를 걷는 사람이 된다. 모두가 은파유원지의 물빛다리 위를 걷기만 하면 물위를 걷는 예수의 제자가 된다.

 

물빛이 갈라놓았는가? 밤이 갈라놓았는가?

 

 호수가 하트 안에 들어온다. 정말 그 잘난 호수가 하트 안으로 들어온 건가? 의구심을 갖게 한다.
호수가 하트 안에 들어온다. 정말 그 잘난 호수가 하트 안으로 들어온 건가? 의구심을 갖게 한다. ⓒ 김학현
 밤의 나라, 이지러진 그리움이 하나둘 물위에 드리고, 손에 손을 잡은 연인들만 호화롭게 버둥거린다.
밤의 나라, 이지러진 그리움이 하나둘 물위에 드리고, 손에 손을 잡은 연인들만 호화롭게 버둥거린다. ⓒ 김학현

어스름의 그림자들이 호수의 이구석저구석을 덮으면, 광경은 다른 나라에 곁을 내준다. 밤의 나라, 이지러진 그리움이 하나둘 물위에 드리고, 손에 손을 잡은 연인들만 호화롭게 버둥거린다. 부부의 뜀박질에 덩달아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뛰노는 아이들의 표정이 정겹다.

 

하트 모양으로 뚫어놓은 돌조각 구멍으로 밤을 먹은 호수의 물빛다리를 바라보는 건 환상, 바로 그것이다. 조명발을 맘껏 자랑하는 물빛다리는 실제와 그림자가 하나의 몸이다. 어느 빛이 하늘에 닿았고, 어느 빛이 호수에 닿았는지 그 누구도 관심 밖이지만, 내 마음은 그를 좇는다.

 

호수가 하트 안에 들어온다. 정말 그 잘난 호수가 하트 안으로 들어온 건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마치 인간의 모든 것은 심장 하나에 달렸다고 말하는 것이려니. 온갖 인간이 만든 조명이 사랑 안에 안긴다. 살포시 내려앉은 야경은 그게 불빛이라고 말해주지 않는 한 그리움과 풍경일 뿐이다.

 

검정 캔버스에 야경을 그리는 사람, 까만 호수에 사랑을 쓰는 사람, 물빛다리에 건강을 수놓는 사람, '야, 멋있다!' 이 한 마디만으론 신에 차지 않는 찢어지게 가슴 따듯한 사연이 호수 물위에 뜬다. 밤에는. 밤이 아름답다는 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빨주노초파남보, 색이 변하며 주변을 물들이는 불빛 쇼가 호수 위에 보드랍게 내려앉을 때 우린 벌써 집 생각을 한다. 까만 희망이 기다리는 걸까? 고요와 적막에 물드는 호수 저 너머로 아파트 불빛들이 '나 살아있어!'하며 소리친다.

 

이지러진 마음 한 자락 아파트 숲에 누이고, 그리도 평온할 수 있는 것은 불빛 고이 싸안은 호수가 있기 때문이란 걸 그들은 아는 걸까?

 

 조명발을 맘껏 자랑하는 물빛다리는 실제와 그림자가 하나의 몸이다.
조명발을 맘껏 자랑하는 물빛다리는 실제와 그림자가 하나의 몸이다. ⓒ 김학현

 검정 캔버스에 야경을 그리는 사람, 까만 호수에 사랑을 쓰는 사람, 물빛다리에 건강을 수놓는 사람...
검정 캔버스에 야경을 그리는 사람, 까만 호수에 사랑을 쓰는 사람, 물빛다리에 건강을 수놓는 사람... ⓒ 김학현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당당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은파유원지#군산#포토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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