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도 봄이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쑥을 뜯거나 냉이를 캐는 모습이다. 사실 쑥과 냉이는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제일먼저 고개를 내미는 봄나물로 봄의 전령사이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조차 어릴 적에 쑥을 캐던 추억이 있어 봄이면 막연하게 나마 쑥을 캐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구수한 입담처럼 들려주는 시골 이야기와 화사한 그림이 눈길을 끄는 <할머니, 어디 가요? 쑥 뜯으러 간다!>는 어린이 책에 수많은 그림을 그리며 서산에 살고 있는 조혜란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그림책이다. 어렸을 때 그림이 조금만 나오는 책이 미웠다는 저자는 화려한 그림으로 흥겨운 봄의 전경을 맛보게 해 그림책의 장점을 한껏 살려내고 있다.
할머니는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습니다.
"할머니, 할머니 어디 가요?"
"우리 옥이 예쁜 옥이, 쫀득쫀득 쑥 개떡 향긋한 쑥 개떡 해주려고 쑥 뜯으러 간다!"
"나도 요, 할머니!"
할머니는 목에 감았던 목도리를 풀어 옥이 목에 감아 줍니다.
할머니를 따라 나들이를 한 유년의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저 글에서 유년의 기억을 한자락 끄집어 내 행복을 맛 볼 것이다. 저자가 농촌의 풍경을 그토록 실감나게 그려낼 수 있는 까닭은 저자 자신이 서산에 살고 있으며 이웃집 할머니와 손녀를 모델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이다.
사실 도시의 아이들은 쑥 개떡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림동화 속에는 쑥을 뜯으러 가는 할머니를 따라 가 풀꽃을 따며 노는 천진한 옥이와 나물 캐는 이웃들의 정겨운 모습, 엄나무 순을 따서 장에 내다 파는 할머니의 모습, 고사리를 꺾어 삶아 데치고 말려 파는 모습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지금은 잊혀 진 풍경들이지만 잊고 살아서는 안 될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일깨워주고 있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노라면 어른들은 향수에 젖어 가까운 들판으로 쑥을 뜯으러 가고 싶어 질 것이다.
곁에서 아이가 그림책을 보고 혹시 "엄마 쑥 개떡이 뭐예요?" 라고 묻는다면 아이의 손을 잡고 가까운 도시 근교로 가서 쑥을 뜯고 냉이도 캐는 나들이를 한번 해 보면 어떨까? 아이는 자기 손으로 직접 뜯은 쑥으로 그림에서 보던 쑥 버무리와 쫄깃한 쑥 개떡을 만들어 준다면 신기해서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쑥 향기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혹시 아는가? 해마다 아이가 먼저 향기 가득한 쑥을 캐러 가자고 봄나들이를 재촉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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