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 탄생 60주년을 기념하여 백무산 조정환 맹문재가 엮고 시인 58명이 참여해 만든 기념시집이 도서출판 갈무리에서 출간되었다. 시집의 제목은 전태일 열사가 1970년 8월 9일에 남긴 일기의 한 구절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시인 백무산은 돌아보면 문득 그가 있다며 전태일은 단순한 열사나 투사로 부르기엔 부족한 그 무엇이 있는 듯 그 어떤 것도 그를 온전히 표현할 수 없지만 굳이 그를 표현하자면 전(前) 단계 혁명 시인'이라고 불러야 할 원초적 혁명시인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의 몸을 살라 많은 노동자들을 일깨우고 갔지만 아직도 그가 바라던 환한 빛의 세상, 더불어 행복한 세상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를 기리는 시인들의 목소리가 더 애틋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를 추억하며 촛불을 그리는 시와 소통에 대한 갈망을 담은 시를 소개한다.
밥은 촛불이고 촛불은 밥이다.정세훈양초 심지에 살포시 불이 붙은 것이 촛불이다.그 촛불 들고 밥을 위해 거리로 내몰린발걸음들을 '촛불시위'라 감히 말하지 말라밥은 촛불이고 촛불은 밥이다.(중략)촛불은, 만인의 밥을 위한 촛불은갇히어서 법당 안이나 예배당 안을 밝히는 것이 아니다정전된 집구석 잠시 밝혀주는 것이 아니다내 몫의 소찬 밥마저 넘보는 무소불위의 권력이억수로 쏟아진다 해도태풍이 되어 불어 닥친다 해도결코 억지로 기름 먹인 횃불이 되지 않는 것내 밥을 거리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거리에 내몰린 백성과 함께마지막 심지까지 분신하는 것꺼질세라 감싸 안은 종이컵이무쇠 가마솥이 될 때까지 한 줌의 재가 되는 것.신비스럽지 않게, 신성스럽지 않게, 거룩하지 않게,이 시를 읽는 순간 촛불이 되어 산화한 전태일 열사의 마지막 말 한마디 "엄마 배고프다!"가 절절하게 기억되며 당신 가슴을 에이지 않는가? 벼랑 끝에 내몰린 채 점심을 굶는 아동들이 10명 중에 4명이 된 세상에서 촛불을 밝히고 밥을 구하지 않을 자 있을까? 그들에게 촛불은 '촛불시위'가 아니라 한 그릇의 밥을 구하는 절규며 눈물이다.
통한다는 말손세실리아통한다는 말, 이 말처럼사람을 단박에 기분 좋게 만드는 말도 드물지두고두고 가슴 설레게 하는 말 또한 드물지그 속엔어디로든 막힘없이 들고나는 자유로운 영혼과흐르는 눈물 닦아주는 위로의 손길이 담겨 있지혈관을 타고 흐르는 붉은 피도 통한다 하고물과 바람과 공기의 순환도 통한다 하지 않던가거기 깃든 순정한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사랑해야지통한다는 말, 이 말처럼늑골이 통째로 묵지근해지는 연민의 말도 드물지갑갑한 숨통 툭 터 모두를 살려내는 말 또한 드물지 -전문-늑골이 묵직해지는 연민으로부터, 사람을 단박에 기분 좋게 만드는 것으로부터도 멀어진 많은 이들이 전태일이 차비를 아껴 시다들에게 풀빵을 사주고 걸어다니며 흘렸을 연민의 눈물을 가슴으로 되살릴 수 있기를. 그래서 시인의 가슴이 아니어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슴을 여는 세상을 간절하게 바라고 또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전태일 열사 탄생 60주년 기념시집 <완전에 가까운 결단>은 총 58명의 시인의 시가 실려 있으며 도서출판 갈무리에서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