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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구적 : 학구적인 교육환경

 

.. 특히 지혜는 6학년이었기 때문에 8학년부터 시작하는 중등학교를 좋은 곳에 가기 위해서는 좀더 경쟁적이고 학구적인 교육환경이 조성된 학교를 다녀야 할 중요한 때였습니다 ..  《탁광일-숲과 연어가 내 아이를 키웠다》(뿌리깊은나무,2007) 15쪽

 

 '특(特)히'는 '더욱이'나 '더구나'로 다듬습니다. "8학년부터 시작(始作)하는"은 "8학년부터 하는"이나 "8학년부터 열리는"이나 "8학년부터 가르치는"으로 손보고, "가기 위(爲)해서는"은 "가려면"으로 손보며, '경쟁적(競爭的)이고'는 '경쟁이 되고'나 '경쟁력 있는'이나 '경쟁을 북돋우는'으로 손봅니다. '조성(造成)된'은 '이루어진'이나 '마련된'으로 손질해 줍니다. '중요(重要)한'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놓칠 수 없는'이나 '잘 돌봐야 할'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 학구적(學究的) : 학문 연구에 몰두하는

 │   - 학구적 태도 / 학구적으로 생활하다 / 진지하고 학구적인 데 감탄했다 /

 │     방은 학구적이면서도 사교적인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

 ├ 학구(學究)

 │  (1) 학문을 깊이 연구함

 │   - 학구에 몰두하다 / 평생을 학구에 바치다

 │  (2) 학문에만 열중하여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 선친은 묵묵히 연구 생활에만 종사하며 사는 진실한 학구이셨다

 │  (3) 예전에, 글방 선생을 이르던 말

 │

 ├ 학구적인 교육환경

 │→ 공부를 북돋우는 교육 터전

 │→ 공부를 잘 시키는 교육 터전

 │→ 공부에 힘을 쏟는 교육 터전

 └ …

 

 "어떤 분야를 체계적으로 배워서 익힘"을 가리키는 '학문(學問)'이라고 합니다. 한자말 '학문'은 "학문을 깊이 연구함"이라고 하는데, '연구(硏究)'란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하여서 깊이 있게 조사하고 생각하여 진리를 따져 보는 일"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학문을 깊이 연구함"이라고 적은 풀이말은 잘못되었습니다. '연구'라는 한자말은 "깊이 있게 따져 보는" 일을 가리키니 "학문을 깊이 연구함"에서 '깊이'를 떼어내야 합니다. 그런데 '연구'란 '학문이나 기술이나 다른 여러 가지를 깊이 따지거나 살피는' 일입니다. 그러니 "학문을 연구함"이라고 적은 말투도 잘못인 셈입니다. 겹으로 겹치기를 썼다고 할까요.

 

이렇게 살피고 저렇게 따지니, '학구'가 뜻한다는 "학문을 깊이 연구함"은 "학문을 깊이 함"으로 고쳐야 알맞습니다. 또는 '연구'와 거의 같은 낱말인 셈입니다. 그리고, 굳이 '학문'과 '학구' 같은 낱말을 따로 나누어서 써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배워서 익힘"을 가리킨다고 하는 '학문'인데, '배우다'와 '익히다'는 다른 뜻으로 나눌 만한 낱말이 아닙니다. '익히다'에는 '익숙하다'처럼 "자주 겪어서 서툴지 않음" 같은 뜻도 있지만, 무엇을 새로 알게 되는 일을 가리키는 자리에도 '익히다'를 씁니다. 그래서 '학문' 뜻풀이 또한 잘못 적어 놓은 셈이라, '학문-학구-연구'에다가 '배우다-익히다'까지, 우리들은 국어사전을 뒤적이면서 알맞는 말뜻을 헤아릴 길이 없을 뿐더러 올바르게 쓸 길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 학구적 태도 → 깊이 배우려는 매무새

 ├ 학구적으로 생활하다 → 깊이 생각하면서 살다

 ├ 진지하고 학구적인 데 감탄했다 → 차분하고 생각 깊은 데 놀랐다

 └ 학구적이면서도 사교적인 분위기로 꾸며져 → 공부하기 좋고 밝게 꾸며져

 

 배울 사람은 배워야 합니다. 깊이 배우고 싶은 사람은 깊이 배워야 합니다. 널리 배우고 싶으면 널리 배우고, 두루 배우고 싶으면 두루 배워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국어사전을 펼치면서 무엇을 배울 수 있지요? 무엇을 살피고 무엇을 보며 무엇을 헤아리고 무엇을 곱씹으며 무엇을 추스를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정부에서 펴내는 국어사전은 말을 배우고 싶은 사람한테 무엇을 가르쳐 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민간모임에서 펴내는 국어사전이나 상업출판사에서 펴내는 국어사전은 글을 배우고 싶은 사람한테 또 얼마나 글을 가르쳐 줄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말을 담은 곳간인 국어사전인지, 말을 쇠창살로 가두는 국어사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말이 꾸준하게 샘솟는 국어사전인지, 새로운 말이 짓눌리다 못해 죽어 버리는 국어사전인지 알쏭달쏭합니다. 말과 함께 삶을 북돋우는 국어사전인지, 말도 삶도 팔짱 낀 채 나 몰라라 하는 국어사전인지 궁금합니다. 토박이말을 일으키는 국어사전인지, 토박이말은 내쫓는 국어사전인지 아리송합니다.

 

세계에 내놓을 만한 국어사전은 꿈에도 꿀 수 없다고 느끼는 한편, 나라안 이웃사람한테 선물해 줄 만한 국어사전마저 꿈을 꿀 수 없다고 느낍니다. 나라밖 사람도 이 나라 국어사전을 펼치면서 한국말을 배울 수 있어야 하지만, 누구보다 나라안 사람 누구나 즐겁게 펼치면서 새말을 익히고 옛말을 돌아보고 요샛말을 곱씹는 국어사전으로 먼저 거듭나야 한다고 느낍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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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적的#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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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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