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불경기에 식당을 내면 망하는 건 시간문제여."위의 말은 요즘 서민들 사이에 만연되어 있는 공식 아닌 공식이다. 이에 "그건 아니다"며 겁도 없이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총각사장이 있다. 그는 박태식(40) 대표다. 그는 올해 3월 14일, 자신의 연고가 전혀 없는 경기도 안성 죽산 터미널 근처에다 '토담' 식당을 냈다. 종목은 아귀찜, 삼계탕, 뼈 해장국, 감자탕 등이다.
20평(66m²) 남짓한 점포를 얻어 놓고 2개월 보름 동안 시나브로 가게를 청소하고 꾸미고 주방 기구를 들여 놓았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사지 않고 거의 혼자의 힘으로 했다. 생전 처음 해본 인테리어와 벽에 그림 그려 넣기 등을 스스로 했다. 그렇게 해서 식당 내부 전반을 준비하는 데 천만 원 정도밖에 들지 않았단다. 몸은 고달팠지만, 몸이 움직인 만큼 비용은 그만큼 줄일 수 있었다고. 요즘 서민들의 또 다른 공식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은 우리 가게 옆에 있는 이웃 집 두 가게가 처음부터 많이 도와주었죠. 이불집 가게 아주머니와 복덕방 아저씨가 인테리어 아이디어, 음식 메뉴 선정 등의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 덕분이에요. 나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내죠."
어쩐지 혼자의 아이디어로 했다고 하기엔 가게 인테리어가 아주 훌륭하다 못해 탁월하다 싶었다. 시골 식당이라기보다 거의 찻집 수준의 인테리어였다. 처음 가게를 얻어 놓고 막막해서 그만 두려고 할 때에도 이웃 가게 두 사람이 아이디어와 격려로 지원하는 바람에 힘을 내어 시작하게 되었단다.
그렇다고 이웃 가게 두 사람이 무슨 대가를 받고 해준 것도 아니란다. 그저 총각사장이 자리를 잘 잡으면 서로 돕고 살 수 있을 거라는 것이 전부였다고. 이불집 아주머니와 복덕방 아저씨, 그리고 김태식 대표.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가 타향살이라는 것. 타향에 먼저 와서 갖은 고생을 하며 장사를 하고 있던 두 사람이 타향살이 선배로서 김 대표가 설 수 있도록 전적으로 도와준 것이 총각사장의 무모한 도전을 무한 도전으로 바뀌게 한 것이다.
"음식은 깨끗하고 맛있어요. 대대적인 광고도 하지 않았는데 입소문으로 한 사람 두 사람 손님이 오네요. 음식 재료도 거의 우리 농산물을 쓰고, 조미료는 거의 쓰지 않으면서 맛을 내니까 음식도 믿을 만 해요. 자기 식당 음식 맛없다는 사장 없겠지만, 제가 만드는 저의 음식을 저의 명예를 걸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어요."
10년 동안 무역상을 하던 김 대표는 국내 경기 침체와 환율 상승, 그에 따른 기업 간의 부도 등의 원인으로 하는 일이 무척 어려워지자 현금 장사를 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오산과 수원이 주요 생활 무대였던 그가 안성 죽산까지 찾아온 것은 순전히 길을 찾고 또 찾은 결과였다고. 주방장을 두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요리하기 위해서 작년 6개월 동안 요리학원도 다녔고, 다른 식당의 맛과 위치도 직접 알아보았고, 무역상으로서 일본의 식사 문화도 세밀하게 알아보는 등 나름 치밀한 계획 속에 탄생한 식당이 지금의 식당이라고 했다.
"저는 경기가 바닥일 때가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해요. 바닥일 때 차근차근 다져 놓으면 2~3년 후에 경기가 호전될 때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큰 욕심 내지 않고 마라톤이라고 생각하고 가다보면 여기가 본점이 되고 또 다른 지점이 생길 날도 있을 거라고 꿈도 꾸고 있습니다."이렇게까지 살펴 보고 나니 그의 도전이 무한도전이든 무모한 도전이든 이 시대의 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25일 토담식당(031-677-8915)에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