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는 물로 만들어졌다나? 과학적으로 62.5%가 물이라니 거짓은 아니 듯 싶다. 인간의 삶은 물 따라 이동한다. 그래서 물은 인류의 생성보다 먼저 태어나 인간의 소멸을 지켜본다.
특히 제주 사람들에겐 물이란 생명과 같다. 한번 내린 비는 몽땅 땅 속으로 스며들어 강이 흐르지 않는다. 그러기에 제주 사람들은 물이 흐르는 곳을 찾아 삶의 터전을 잡았다. 그 중 용천수(지하수)는 제주 사람들의 삶을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다.
그 주인공은 논짓물, 서귀포시 예례동에 위치한 논짓물은 여름 한철 최고의 피서지, 입에 입 소문을 타 전국 각지에서 밀려드는 관광객이 한번쯤 물에 발을 담그고 싶은 추억의 장소다.
물이 그리워진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는 바닷가를 찾게 한다. 서귀포시 예래동에는 용천수가 유독 많다. 인근의 강정과 더불어 한라산의 물이 바다로 흘러내리는 길목인 탓이다. 예래동의 용천수는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흘러넘친다. 논짓물은 대왕수와 소왕수로 나누는데 대왕수는 수(水)량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소왕수는 조그만 샘으로 나그네의 목을 적시는 데 안성맞춤이다.
제주의 돌담길(올레)을 돌고 돌아 유채꽃 향기 그윽하게 멈추는 곳에 논짓물이 자리 잡고 있다.
버려 졌던 물이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곳에 천연 풀장을 만들었다. 썰물이면 담수풀장이 되고, 밀물이면 해수풀장이 된다.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폭포는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사람이 없는 한적함 때문에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줄기의 요란함이 진동한다.
주변에는 제주 사람들이 옛날 사용 했던 테우(고기잡이 배)가 가지런히 있고 손에 잡힐 듯 섶섬과 국제컨벤션 센터가 한 눈에 들어온다. 주위를 살펴보면 깜짝 놀라는 암석이 바다를 가로 질러 누워 있다. 한 눈에 보아 용두암(?)과 너무나 닮았다.
해수(바닷물)와 담수(지하수)가 한 선으로 만나는 곳, 자연이 우리에게 내린 신비의 모습이다. 날씨가 덥다. 여름을 기다기리기에 지친 나그네는 논짓물을 찾아보라. 겨우네 묻은 때 논짓물에 씻겨 멀리 보내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주인터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