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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존재방향

 

.. 사실 나는 지금도 계속 자신의 존재방향을 묻고 있다 ..  《E.브조스토프스키/홍윤숙 옮김-작은 자의 외침》(성바오로출판사,1987) 3쪽

 

 '계속(繼續)'은 '꾸준히'나 '한결같이'로 손봅니다. '방향(方向)'은 '갈 곳'이나 '나아갈 곳'으로 다듬어 줍니다. '사실(事實)'은 그대로 두어도 되고, '숨김없이 말하면'이나 '그러고 보면'이나 '곰곰이 생각하면'으로 손질해도 됩니다.

 

 ┌ 자신의 존재방향을

 │

 │→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 내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 내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가를

 │→ 내가 어느 곳에 있는가를

 │→ 내가 있는 곳과 가려는 길을

 └ …

 

 '나'라고 하는 사람은 어느 나라 사람이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가를 곰곰이 되짚거나 돌아본다고 하면서 쓴 '존재방향'이라는 말입니다. 글쓴이는 유럽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노동운동 하는 이를 도우며 하느님 말씀 나누는 일을 하는데, 자기가 태어난 곳이 제 고향나라일 수 있으나, 지금 자기가 깃들어 일하며 살아가는 곳이 제 고향나라일 수 있다고 느낍니다. 마음을 붙이고 몸을 붙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이든 고향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내가 있을 나라는 어디'이고 '내가 앞으로 살아갈 길은 어디'인가를 곱씹습니다.

 

 ┌ 내가 나아갈 길은 어디인가를

 ├ 내가 걸어갈 길은 어디에 있는가를

 ├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 …

 

 그래서 이런 곱씹음 그대로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인가를"이라고 고쳐써 봅니다. 또는 "내가 나아갈 길은 어디인가를"이라고 풀어써 봅니다. 자기가 있을 곳과 자기가 나아갈 곳을 헤아리는 일이라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돌아보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를 아울러 "내가 있는 곳과 내가 가려는 길을"이라고 해도 어울립니다.

 

 

ㄴ. 더욱 우월한 존재이다

 

.. "그들이 남성들보다 열등하지만 한국 교회 여성들은 신앙의 단순성, 정신적 구상의 민첩성과 종교적 경험 및 신앙의 깊이에 있어서는 더욱 우월한 존재이다"라고 평하였다 ..  《한국기독교 백주년기념사업회 여성분과위원회 엮음-여성! 깰지어다, 일어날지어다, 노래할지어다 : 한국기독교여성백년사》(대한기독교출판사,1985) 25쪽

 

 '열등(劣等)하지만'는 '떨어지지만'이나 '뒤떨어지지만'이나 '모자라지만'으로 다듬고, '우월(優越)한'은 '나은'이나 '뛰어난'이나 '훌륭한'으로 다듬습니다. 그런데 "신앙(信仰)의 단순성(單純性)"이나 "정신적(精神的) 구상(構想)의 민첩성(敏捷性)과 종교적(宗敎的) 경험(經驗)"이란 무엇을 가리킬까요. 참으로 아리송합니다. 우리가 꼭 이런 말을 해야 하는지, 이렇게만 글을 써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안타깝다 못해 가슴이 아픕니다. "한국 교회 여성들은 믿음이 고지식하고 남보다 빠르게 받아들이며 누구보다도 마음 깊이 새긴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더욱 우월한 존재이다

 │

 │→ 더욱 훌륭한 사람이다

 │→ 더욱 나은 사람이다

 │→ 더욱 훌륭하다

 │→ 더욱 낫다

 └ …

 

 곰곰이 헤아려 보면, 말과 글로 밥벌이를 하는 많은 분들은 남들보다 우러러 보일 만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구나 싶습니다. 여느 사람 누구나 홀가분하게 받아들일 만한 말이나 글은 잘 안 쓰고, 낮은자리 사람 누구든 손쉽게 알아들을 만한 말이나 글 또한 잘 안 씁니다. 배운 만큼 말을 하고 익힌 만큼 글을 씁니다.

 

 아무래도 어떤 사람이든 '배운 만큼' 말을 하게 될 텐데, 그렇다면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은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배웠을까요. 배운 사람들 말과 글은 적게 배우거나 못 배운 사람 말과 글하고 어떻게 다를까요. 배운 사람들은 왜 배운 티를 내면서 말을 하고 글을 쓰게 될까요. 배웠기 때문에 덜 배웠거나 못 배웠거나 어설피 배운 사람 눈높이에 맞추어 좀더 수월하고 부드럽고 따뜻하게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수 있다면 한결 낫지 않을는지요.

 

 ┌ 신앙의 깊이에 있어서는 더욱 우월한 존재이다

 │

 │→ 믿음은 더욱 깊다

 │→ 믿음이 더욱 낫고 깊다

 │→ 믿음이 더욱 훌륭하며 깊다

 └ …

 

 하긴, 저부터 좀더 따뜻하게 말을 못한다고 느낍니다. 좀더 부드러이 글을 못 쓴다고 느낍니다. 글을 얄딱구리하게 쓰는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나무라고, 국어사전을 엉망진창으로 엮은 사람을 거리낌없이 꾸짖습니다. 나무랄 만하니 나무라고 꾸짖을 만하니 꾸짖는다고 한다면 핑계입니다. 이분들 또한 당신 스스로 어떻게 해야 좀더 아름답고 알차게 글을 쓰고 국어사전을 엮어야 하는가를 좀더 사랑스럽고 애틋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지 않느냐 싶어요.

 

 말이 삶이라면, 힘있는 이가 힘여린 이를 따숩게 껴안고 돌보아야 하듯, 말을 좀더 잘 알고 글을 좀더 알뜰살뜰 여밀 줄 아는 사람부터 둘레사람을 한껏 사랑하고 아끼면서 이야기를 펼쳐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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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말#한자#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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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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