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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해진 도시 생활속에서 모처럼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는 정겨운 모습을 보았다.

 

비록 그곳이 어떤 문화재처럼 관리인이 있어 잘 관리되고 있는 민속촌도 아니고, 그런 물건을 흔히 볼 수 있었던 농촌의 어느 시골도 아니었지만 시골에서 자랐던 어린시절 이후 수년만에 처음 보게 되어서 그런지 너무나 반가워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오랜만에 가뭄을 해갈해 줄 봄비가 축축하게 내리던 13일.

 

비가 내려서인지 아니면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해서인지 제법 쌀쌀한 날씨를 보인 이날 몸을 따뜻하게 해 줄 따끈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찾던 중 일행들과 함께 계룡시의 한 설렁탕집으로 향했다.

 

봄비치고는 제법 굵은 빗줄기가 내렸고, 게다가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체감기온이 뚝 떨어진 이날은 유독 따끈한 국물이 생각났고 만장일치로 메뉴를 '설렁탕'으로 정한 일행들은 설렁탕집앞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입맛을 다지고 있었다.

 

설렁탕집 앞에 도착하고 식당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유독 식당앞에 놓여져있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도심속에서는 접하기 힘든 물건들이어서 그런지 관심이 쏠렸고, 특히 시골에서 자란 나는 그 물건들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더욱 관심이 갔다.

 

일단 배고프고 추웠던 탓에 설렁탕 한 그릇을 먹고 나서 둘러보기로 하고 식당안으로 들어갔다. 따끈한 국물에 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말아먹고는 이내 밖으로 나왔다.

 

미처 카메라를 준비해 가지 못한 탓에 아쉽긴 했지만 휴대폰을 꺼내 그곳의 풍경들을 담기 시작했다.

 

인도의 일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큰 부피의 구르마하며, 역사속에서 사도세자하면 생각나는 뒤주하며, 아궁이에 불을 때던 시골에서 가장 유용하게 쓰였던 지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민속 물건들이 많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물레방아의 모습도 보였고 촘촘하게 격자가 들어가 있는 방문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어? 이런 것도 있었네?'

 

화단 안에는 나의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또 하나의 물건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회사에서 만들었던 대병짜리 소주병이었다. 이 소주병을 보고 있노라니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연관된 에피소드 하나가 생각났다.

 

다락이 있던 안방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잠을 잤던 난 매일 수시로 다락문을 열어 할아버지께서 무엇인가 꺼내서 드시고 계신 걸 보고는 어린 마음에 호기심이 발동해 할아버지 몰래 다락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대병짜리 소주병 안에 뱀이 들어있는 게 아닌가! 할아버지께서 드시고 계셨던 건 다름아닌 약으로 복용하고 있었던 뱀술이었던 것이다.

 

뱀술이라는 걸 알았으면 거기서 끝냈으면 다행인데 일은 그 다음에 터지고 말았다. 호기심의 끝은 어디인가. 무서운 뱀이 들어있는 뱀술을 마셔버렸던 것이다.

 

어린 내가 보기에는 할아버지께서 드시던 모습이 맛있어 보였나보다. 그 모습을 보고 술병옆에 놓여있던 작은 종자에 술을 조금 따라서 먹었는데 얼마나 독했는지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를 듣고 달려온 어머니께서는 뱀술을 앞에 놓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나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부엌으로 가서 일단 물 한사발을 떠다가 먹여주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작은 소동은 끝이 났지만, 그 이후에도 할아버지께서는 약으로 뱀술을 드셨고 대병짜리 소주병만 보면 철없던 어린시절의 이 사건이 떠오른다.

 

그리고 식당앞에 놓여져있는 또 하나의 추억의 물건.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밭에 손으로 씨를 뿌리는 대신 밭을 갈면서 씨를 뿌리던 그 기계였다. 이 기계는 요즘 나오는 기계들처럼 일정한 숫자와 일정한 간격으로 씨가 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 때 당시에는 그나마 획기적인 농기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렇게 어린시절을 추억하게 해주는 물건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물건들이 이렇게 귀한 물건이 될 줄 알았으면 예전에 시골집에 있던 물건들을 잘 보관해놨었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비록 우연찮게 밥을 먹으러 갔다가 본 물건들이지만 예전 추억을 회상할 수 있어 마음 편한 시간이 되었고 특히나 도심속에서 봐서 그런지 더욱 정겨운 풍경으로 느껴졌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구르마 #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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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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