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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10일(화) 오전 10시부터 '수렁에 빠진 법원, 어디로 가야하나'는 긴급원탁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촛불재판 몰아주기 배당에 이어 신영철 대법관(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의 재판간섭 사건을 주제로 한 이 행사에 참석한 세 분의 토론자의 주요 말씀을 소개합니다.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서강대 법학교수)

 

이번에 문제된 사건들 중에 우선 사건배당 몰아주기와 관련해서 말하자면, 사건배당을 한 판사에 몰아준 이유가 양형이나 유무죄의 통일을 위해 그리 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배당을 한 곳으로 몰아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상소심 등 심급제도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변명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다음에 신영철 대법관의 단독판사들에 대한 재판 간섭 문제에 대해서는, 일각에서는 법원장으로서의 사법행정권한 행사이다, 재판간섭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런데 법원장으로 가질 수 있는 행정권한은 법원의 인사나 예산이나, 법원 전반과 관련된 소송제도나 정책과 관련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번 이메일에도 드러났듯이 구체적 촛불 사건에서 판사의 유무죄에 관한 중요한 결정에 대해서, 헌재의 결과를 기다려 재판을 중단할지 결정하지 말고, 유죄판결을 종용한 것이기 때문에, 사건의 유무죄 판단와 관련된 법관의 판단에 가이드라인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명백한 재판간섭이지, 사법행정에 권한을 행사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신영철 대법관은 압력행사의 의도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치 않다. 그것을 받은 판사들의 눈에 법원장의 그 이메일이 객관적으로 어떤 메시지로 비춰졌는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성희롱 사건에서도 가해자의 의도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보통 가해자들은 성희롱을 한 뒤풀이 자리에서 단합을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성희롱 판단은 피해자가 어떤 기분을 느끼고, 어떤 모멸감을 받았는가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이메일을 보낸 법원장의 행태는 상식적으로 누가 봐도 이것은 압력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 대법관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어떤 때는 법을 왜곡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역사적인 사실을 왜곡하기도 합니다.

 

신 대법관은 전기통신기본법 위헌제청신청에 대해서, 기각결정을 내리라는 식의 말씀을 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습니다. 그 근거로 신영철 대법관은 미국의 연방대법원도 50년간 위헌결정을 한 건도 안했다, 위헌결정을 웬만해서 하는 게 아니다, 위헌의 의심도 품지 말아라 했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건 역사적 사실을 편의적으로 왜곡한 것입니다.

 

1803년에 미국 연방대법원이 첫 위헌판결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입법부가 만든 법도 국민이 만든 헌법에 위배되면 위헌판결 할 수 있다고 한 것입니다. 그랬더니 당시 미국의 입법부가 사법부를 맹렬히 정치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선거로 뽑히지도 않은 기관이 선거로 뽑힌 입법부가 만든 법률을 위헌 무효화했다고 비난하면서 대법원을 없애려 하고 맹공을 했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이 탄생초기에 존립을 하기 위해서 정치적 공격을 피하기위해 위헌판결을 50년간 내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 다시 연방대법원은 수많은 위헌판결을 내립니다. 그런데 그 초기 50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생존을 위해 위헌 판결을 자체했던 그 시간만을 따와서 판사들에게 위헌이라는 의심도 갖지 말라고 하면서 합헌이라는 전제하에 기게적 판결을 종용한 것은 역사적 사실까지 왜곡하면서 판결에 개입한 것이라 봅니다.

 

이번 사건은 작은 사건이 아닙니다. 이 사건때문에 단독판사 3명이 법관의 꿈을 접고 법원을 떠났습니다. 법관직을 마감한 것입니다. 그리고 촛불 사건과 관련해 재판개입을 거친 후에 유죄판결을 받았던 피고인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런 피고인들이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이 사건을 지켜본 국민들이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것 하나만으로 사법부를 흔들 수 있는 폭발력이 매우 큰 사건입니다. 따라서 고위법관들의 사건개입을 통한 법관 독립침해가 가능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김갑배 (전 대한변협 법제이사, 변호사)

 

진상규명에 의해 원인이나 대책이 세워지는 건데 아직은 뭐라 말하기에 이르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 보자면, 사법행정과 재판을 엄격히 구분하여 법원장이 재판에 관여하지 못하게 해야 할 것입니다. 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사법행정과 재판을 구분하지 못 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대법원장께서 사법행정과 재판을 구분하는 것이 미묘하다고 말씀을 했는데 납득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배당부분에 있어서 말하자면, 재판을 공정하게 하려면 배당부터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배당을 사건의 내용을 보고, 사건내용을 아는 판사에게 맡겨야겠다거나 사건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험이 있는 판사에게 맡겨야겠다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배당권자의 가치관과 판사에 대한 평가가 개입하는 것인데, 그렇게 배당이 이루어져 왔다면 그것은 인사평정을 하는 배당권자, 인사권자같은 법원장의 의중에 대해서 법관들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원래 사법권 독립이라하면 과거에는 외압으로부터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라 말해왔는데, 이제는 외압은 상당히 사라졌다, 법관 스스로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것이라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오늘에 와서 분명해진 것은 법관이 법원 내부로부터 독립이 제대로 안 됐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인사제도 때문이냐 아니면 법원 외부 정치권력의 압력때문이냐, 아니면 개인의 출세욕이냐, 이런 복합적인 문제들이 있을 수 있는데, 원인과 행태에 관해서 제대로 밝혀지지 않으면 이번의 잘못을 바로 잡기 어려울 것입니다.

 

 

문흥수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변호사)

 

사법행정이냐 재판이냐는 엄격히 구분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선 배당문제를 보면, 수많은 사건을 어느 판사가 재판하게 할 것인가. 우리 법원은 이것을 사법행정으로 보고있는데, 외국에서는 재판권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느 사건을 누가 재판할 것인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이것보다 더 중요한게 있을 수 없습니다. 재판의 첫 단추가 배당이기 때문입니다.

 

 

사법제도 일반적인 것이나 법원의 인사나 예산 이런 것이 사법행정이지, 구체적인 재판의 진행에 관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재판은 재판진행과 판결 두 가지로 나뉘는데,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절차적 정의가 공정하게 확보될수록 결과도 공정할 수 있다는 것이 역사적인 경험인데, 재판진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해집니다. 재판 절차의 문제, 이것은 순수한 재판권의 문제입니다

 

어제 당장 제 의뢰인이 찾아와 "판사가 제대로 할 줄 알았는데 다 위에서 지시하는 것"이라 말하는데 제가 암담했습니다. 신영철 대법관이 쏟아놓은 오물을 법원이 치우지 않으면, 법원은 영원히 '시키는 대로 하는' 법원, 비독립적인 법원이라는 불신 오명을 뒤집어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참여연대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참여연대#신영철#민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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