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무이 짜갑따."
"반찬이 좀 짜야지 그라믄 싱거버락꼬?"
"그래도 김치가 너무 짜요."
"괜찮아. 좀 사그믄 괜찮아져."
"짜서 몬 묵것어요 어무이."
"싱거브믄 빨리 시능기라."
"나 안 먹어요."
"괜찮구마. 그러싼네."
김치를 담자면서 마루로 나오신 어머니는 호박돌(돌확)에 마늘을 찧으셨습니다. 어제 무주에 있는 ***고 강의 갔다 오면서 안성 장날이기에 봄동 두 포기랑 무랑 쪽파를 사 왔더니 이것을 보시는 순간 전광석화처럼 이러셨습니다.
마늘 가져와라. 돌 절구대는 무거워서 안 되니 절구공이 가져와라. 고춧가루 가져와라. 물도 한 그릇 떠다 놔라. 어머니의 지시는 순서가 정확했고 어조는 단호했습니다. 표정은 자신감에 넘치고.
문제가 생긴 것은 김치를 버무릴 때였습니다.
"숨도 안 죽었다요. 소금을 잉가이 애꼈구마."
어머니는 좀 더 있다가 김치를 버무리자고 해도 서두르시더니 배추 숨이 덜 죽은것이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소금이 적기 때문인 걸로 아시고 거듭 소금을 뿌렸습니다. 저는 소금을 못 뿌리게 하지 않았습니다. 소금을 안 뿌려도 된다는 것을 납득 시킬 자신이 없어서입니다.
산 마을은 해가 떨어지자 금새 어둡고 추워져서 난방기를 틀었습니다.
"안 추워. 물이나 한 그릇 떠 와. 싹 씩꺼 놔야지. 말라 붙으믄 난중에 안 씩겨."
어머니는 호박돌에 발려 있는 고춧가루며 마늘지꺼기들을 물로 흔들쳐 내서 따로 담았습니다. 이미 밤이 시작되면서 산 마을 냉기가 엄습했지만 어머니는 춥다는 말은 안하시네요.
"찌게 끄릴 때 너믄 맛인능기라. 버리지 말고."
그리고는 다시 맑은 물을 호박돌에 주루룩 붓더니 매끈하게 물기까지 닦아 내셨습니다. 플래쉬를 터뜨려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사이 너무 어두워졌습니다.
어머니가 김치를 담는 동안 보조 노릇을 하면서 무랑 고구마로 전을 부쳤습니다. 저녁 밥상에서 짠 김치를 많이 드셔서 좀 싱겁게 전을 부쳐 드렸습니다.
"간간하이 존네."
괜찮다면서 많이 드신 김치 때문인지 전이 싱겁다는 말은 안 하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