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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바위취에 맺힌 서리 긴 겨울 고난의 흔적이 가득합니다
바위취에 맺힌 서리긴 겨울 고난의 흔적이 가득합니다 ⓒ 김민수

춘삼월인데 어제는 봄눈이 내리더니만 오늘은 서리가 내렸습니다. 올 듯 올 듯 봄이 이렇게 힘겹게 옵니다. 아침 햇볕이 따스하니 서리도 다 녹아버립니다.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고, 가는 것은 늘 아쉬운 법인가 봅니다. 무엇이든 곁에 있을 때 온 힘을 다해 사랑하는 것이 가장 큰 사랑일 것입니다. 아주 많이 사랑하세요.

낙엽과 서리 흙의 빛깔을 닮아가는 낙엽
낙엽과 서리흙의 빛깔을 닮아가는 낙엽 ⓒ 김민수

흙으로 돌아가는 나뭇잎, 봄 연록의 새싹으로 돋아나 희망을 보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여름에는 청년의 빛으로 뜨거운 태양을 다 이겨냈고, 가을에는 꽃보다 아름다운 빛깔로 제 몸을 치장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늦가을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땅에 기대어 쉼의 시간에 들어갔습니다.

그 쉼의 시간은 휴식의 시간이 아니라 자기를 온전히 비워 흙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제법 흙의 빛깔을 닮아있고, 연록의 새싹 돋아는 완연한 봄이면 흙과 하나일 것입니다.

질겅이와 서리 텅 빈 질겅이의 씨방
질겅이와 서리텅 빈 질겅이의 씨방 ⓒ 김민수

질겅이, 예쁘지도 않은 꽃을 피웠던 이유를 알 것만 같습니다. 긴 겨울 지났음에도 아직 떨어지지 않은 씨앗이 있지만, 씨방은 거의 텅 비었습니다. 떨어지지 않은 것들도 봄이면 얼다 녹기를 반복한 줄기가 녹아 흙의 품에 안길 것입니다.

겉보기에는 예쁘지도 않은 꽃, 작아서 꽃이 피어 있는 것조차도 몰랐던 그 꽃이 질겅이에게는 가장 예쁜 꽃이겠지요. 자기의 눈썰미에 따라 예쁘다, 예쁘지 않다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회양목과 낙엽 달라서 아름다운 자연
회양목과 낙엽달라서 아름다운 자연 ⓒ 김민수

회양목, 낙엽…….
어쩌면 늘 푸른 회양목의 푸름을 사모해서 그 품에 안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늘 푸른 회양목이 낙엽의 색깔을 사랑해서 그 품에 안았는지도 모르겠고요. 각자의 삶이 있습니다. 자연은 각기 다른 삶을 인정할 줄 압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처럼 중요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다름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가졌는지 모릅니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러나 큰 틀에서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야 함을 인정해야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냉이와 서리 냉이 이파리에 맺힌 서리, 같은 서리인데 서로 다르다
냉이와 서리냉이 이파리에 맺힌 서리, 같은 서리인데 서로 다르다 ⓒ 김민수

똑같은 서리를 맞이했을 뿐인데 각기 다른 모습임을 보셨을 것입니다. 자연은 획일적인 아름다움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같은 서리를 맞았으면서 왜 그토록 서로 다른 모습이냐고 꾸짖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잘할 수 있는 것이 다릅니다. 그것은 자기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은 타고나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은 그것을 깡그리 무시하고 오직 '시험성적' 하나로 그 아이의 전부를 평가합니다. "왜 너는 공부를 못하냐?"라는 한 마디로 그 아이의 미래 전부를 낙오자로 만드는 것입니다.

춘삼월인데 어제는 봄눈이 내리더니만 오늘은 서리가 내렸습니다. 올 듯 올 듯 봄이 이렇게 힘겹게 옵니다. 봄이 너무 쉽사리 오면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 수 없을까 하는 노파심을 가진 자연의 배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만나는 것들 다 소중한 것이니 아주 많이 사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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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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