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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달 만에 고향 친구들을 만나려 천안에 갔습니다.

매달 정기적으로 갖는 모임인데 지난달은 설날이 끼어서 보류되었지요.

 

그 지난달은 제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불참하지 않을 수 없었고요.

여하튼 여섯 명의 정규멤버가 모두 모이니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뭘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날도 추우니 민물고기

매운탕을 먹으러 가자는 누군가의 주장에 이내 동조했습니다.

 

식당에 들어가 먼저 미꾸라지 튀김과 소주를 주문했지요.

하지만 저와 또 다른 두주불사의 친구가

단 한 모금의 소주조차 안 마시는 바람에 오늘은

고작 세 병의 소주만 ‘팔리는’ 그야말로 기현상의 날이 되고 말았습니다.

 

“웬일이냐? 네가 술을 안 마실 때도 있다니!”

 

저는 어제 과음한 때문으로, 또 한 친구는

알코올성 간염 증상의 진단을 받은 관계로 의사가

“앞으로 술을 드시면 큰일 납니다!”라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나 나나 이제 나이가 오십을 넘고 보니 건강에도 적신호가 오는가 보다,

암튼 술에 이어 담배도 끊었다니 늦었지만 다행이긴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평소 술을 물 마시듯 하는

한 친구는 여전히 혼자서 얼추 두 병의 소주를 다 마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술을 못 하는 총무 친구가 의미심장한 얘길 하더군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경석이가 소주 세 병,

수철이는 네 병, 대영이 또한 두 병 이상은

기본으로 마셨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전설이 되는 거냐?”

 

그랬습니다.

저는 안주가 좋으면 앉은 자리서 소주 세 병은 금세 비우곤 했었지요.

 

하지만 교통사고를 당하고 난 이후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고 보니 이젠 소주를 두 병만 마셔도 꽤 취합니다.

 

그런 걸 보자면 역시나 세월엔 장사가 없음을 거듭 천착하게 됩니다.

여섯 명이 고작 소주 세 병만을 마셨기에

오늘의 계산서 금액은 채 10만원도 안 나왔습니다.

 

총무 친구는 식당을 나서면서

“여하튼 술을 덜 마시니까 계산도 적게 나와 좋긴

하다만 왠지 그렇게 뭔가가 빠진 느낌” 이라고 했습니다.

 

예전엔 1차로 식당에서 소주를 마시면 2차로는

노래방에 또 가서 맥주를 흥건하게 마시며 음주가무까지를 즐기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그러한 기운마저 소진된 때문인지

그 누구도 노래방을 가자는 친구 또한 시나브로 사라지고 말았지요.

 

그래서일까요...

 

불변의 우울함이란 건 나이를 먹고 그와 연관되어

여기저기가 아프며 또한 그로 말미암아 예전엔 두주불사였던 술도

이젠 강 건너 꽃구경으로 치부되는 현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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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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