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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시선이 울산 북구 재보궐 선거에 쏠리고 있다.

지난 15일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후보 단일화를 위한 원탁회의 구성을 제안했고, 진보신당측도 참여한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이 지역 국회의원인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이 1년 전 치른 18대 총선에서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자 벌써부터 4월 29일로 예정된 보궐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보궐선거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자 윤두환 의원측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지만, 관심을 받고 있는 현실은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는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의 도시' 울산 북구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
'현대자동차의 도시' 울산 북구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 ⓒ 권우성

이 지역이 주목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울산 북구는 '현대자동차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인구 16만 6000여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현대차와 관련된 사람들이다. 이 지역에는 현대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협력업체 직원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북구는 1997년 울산이 광역시가 되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울주군에 있던 농촌 인구가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다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타 지역에서 이주가 늘면서 복잡한 유권자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은 그간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첫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선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이 2004년 17대에선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현재는 진보신당)이 2008년 18대에선 다시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이 당선됐다.

울산 북구는 지난 2004년 총선 때 전체 유권자 8만7860명 중 5만8500명이 투표해(투표율 66.6%)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이 2만7512표, 득표율 46.5%를 얻어 당선됐다. 당시 열린우리당도 선거에 참여해 3파전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한나라당 윤두환 후보는 1만9952표(34%)를 얻는 데 그쳤고, 열린우리당 이수동 후보는 1만243표(17.5%)로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4년 뒤인 2008년 4월 치러진 총선에서는 전체 선거인 수 11만77명 중 5만2642명(투표율 52.6%)이 투표한 가운데 한나라당 윤두환 후보가 2만4135표를 얻어 득표율 46.23%로 1위를 차지했다. 4년 전 결과와는 상반된 결과다. 민주노동당 이영희 후보(현대차노조 출신)는 1만1621표(31.84%)를 얻었다. 조승수 전 의원은 5년간 피선거권 박탈로 선거에 출마하지 못했다.

지역민이 본 '진보진영 단일화'

 울산 북구 명촌동의 한 아파트단지.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 거주한다.
울산 북구 명촌동의 한 아파트단지.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 거주한다. ⓒ 박석철

울산 북구의회 의장을 지낸 김진영(현대중공업노조 출신)씨는 "울산 북구는 한나라당 지지자가 30%, 진보진영 지지자가 30%쯤 분포됐고, 나머지는 유동층"이라고 이 지역 판세를 분석했다. 단일화를 해야만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노총 조합원과 비정규직,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모임인 울산혁신네트워크(준)(임시대표 하부영)가 지난2월초 현장노동자, 비정규직, 지역주민 11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8%가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단일화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후보 단일화가 제대로 될까요?" 

지난 17일 오전 울산 북구 화봉동의 한 소규모 슈퍼마켓, 주인인 60대 남성은 자신이 이쪽(한나라당)도 저쪽(진보진영)도 아니라면서 "진보진영의 단일화 가능성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울산 북구 주민이자 민주노총 조합원인 한 40대 남성은 "밖에서는 '진보 후보를 단일화하라'고 쉽게 말하는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골이 워낙 깊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합쳐도 될까 말까한 상황이기 때문에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 북구 화봉동의 한 주민은 진보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미 당을 깨면서 주민들에게 실망을 줬는데, 선거를 앞두고 잠시만 합친다는 것은 주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화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원칙적인 부분에 합의했지만, 방식 부분은 중요한 변수다.

노옥희 진보신당 울산위원장은 17일 "단일화의 방식은 시민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하는 방식"이라고 밝히면서도,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총투표 방식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노동당 영향력이 강한 민주노총 총투표 방식이 적용되면 진보신당으로서는 경선에서 승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으로 선출됐던 진보신당의 조승수 전 의원이다.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진보신당과 분당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조승수 전 의원에 대해 앙금이 남아 있다.

이런 반발을 의식한 듯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임상우 부대변인은 17일 "'어느 후보는 되고, 어느 후보는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백지상태에서 후보자를 단일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후보 단일화가 반MB 연대를 위한 것인 만큼 개인 문제를 연관 짓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재 진보진영 단일후보로는 진보신당의 조승수 전 의원과 김창현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위원장, 이영희 울산시당 최고위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지역시민단체들 "반드시 단일화"... 한나라 후보 난립 가능성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진보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울산시민연대 관계자는 "이명박 정권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진보진영에서 반드시 단일 후보를 내야 한다"며 "시민단체가 이를 돕기 위해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스스로 자리를 마련해 후보 단일화를 논의한다는 것이 껄끄러울 수 있는 만큼 중재역할을 맡겠다는 것이다.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이번에 보궐선거가 있을 경우 투표율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 성격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 지역에서 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후보가 난립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한 중소기업 간부는 "노동자들이 뭉치겠다고 나오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벌써부터 여러 후보가 나올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총선때는 공천을 두고 한나라당 내부에서 격론을 벌이다 윤두환 후보가 공천되자 친박연대 최윤주씨가 선거전에 뛰어 들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도 감정의 골이 깊다. 지역 언론에서는 보궐선거가 진행된다면 '친이' '친박' 후보각 각각 따로 출마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진보후보의 단일화와 한나라당내 친박과 친이의 갈등이 재보궐 선거가 성사될 경우 울산 북구의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 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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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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