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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카트를 끌고 들어서면 없는 것 없이 다 있는 곳이 바로 대형 할인 마트입니다.

 

우리 동네만 하더라도 길 건너에 최근 두 개의 큰 할인 슈퍼가 들어섰습니다.

그 바람에 기존에 있던 구멍가게 두 곳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렸지요.

 

당장에 불친절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한 구멍가게

주인의 고개가 예전과는 사뭇 다르게 밑으로 많이 내려갔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쩔 수 없는 대세는 소비자는

다만 한 푼이라도 싼 가게를 찾는다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행복을 파는 곳 - 구멍가게

(정근표 지음 샘터사 출간)>를 어젯밤과 오늘 아침까지 잇따라 읽었습니다.

 

이 책 저자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조그만 구멍가게를 차리곤 늘 그렇게

지지고 볶으면서도 오남매와 먹고살고자 아침 일찍부터 참 열심히 삽니다.

당시의 구멍가게는 동네에 한 두 개뿐인 어떤

독점상권이었기에 그나마 열심히만 하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후일 아버지의 심한 근육통으로 말미암아 결국 구멍가게는 문을 닫게 됩니다.

가게 문을 닫던 날, 일곱 식구 모두는 만감이 교차하면서 펑펑 눈물을 뽑습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어렵던 그 시절엔 구멍가게에 들어오던

돈도 없이 사는 티를 내려는지 해지고 떨어진 것이 참 많았지요.

하여 밤늦게 가게 문을 닫고 난 다음에 오남매는 엄마의 국방색

앞치마에서 쏟아져 나오는 지폐를 살펴 밥풀 따위로 돈을 수선하곤 했습니다.

 

때론 다리미로 돈을 다려야했고요.

어머니가 늘상 죄인의 형틀처럼 허리에

차고 있던 앞치마 속은 주머니가 여러 겹으로 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안쪽에는 고액권을, 바깥쪽에는 잔돈이나 동전을 넣을 수 있었지요.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 ‘걸리는’ 외출의 기회에 그러나 어머니는

그 흔한 루즈(입술에 바르는 립스틱)조차 없어 아버지에게 통사정을 했습니다.

 

완고한 아버지는 하지만 그깟 루즈 쯤은 안 바르고

가도 된다며 자못 가부장적인 기질을 발휘합니다.

나중엔 그예 어머니의 “나라는 년은 평생 이렇게만 살다

죽으란 팔자란 말요?”라는 대성통곡에 굴복하곤 했지만 말입니다.

 

이 밖에도 이 책엔 대부분의 동생들은 형이나 언니가 입던

옷과 교과서까지도 물려받아야 하는 ‘숙명’의 존재였음을 새삼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큰맘을 먹어야만 갈 수 있었던 대중탕이었기에

목욕 뒤엔 반드시 어머니의 예리한 ‘검사’를 받아야 했던 기억과

지금처럼 밥통이 없었던 때문으로 밥공기의 뚜껑을 꼭 닫아

아랫목의 이불 속에 꼭꼭 감싸놓아야만 했던 그 시절의

슬픈 추억까지를 덩달아 기억의 우물물에서 길어 올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갈 수 없는 그 시절, 하지만 그 때는

동네 사람들의 복덕방과 사랑방 구실도 했던

구멍가게가 우리의 추억에 그리움의 환한 불을 지핍니다.

 

다만 이 책을 덮으면서 아쉬웠던 건 그처럼 고생했던

오남매와 부모님의 이후 삶의 행적이 묘연하다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구멍가게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행복을 파는 곳

정근표 지음, 이미경 그림, 샘터사(2009)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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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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