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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환 삼성 일반노조위원장은 삼성이 자신을 다시금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데 대해 "경사 났다"(일반노조 홈페이지 게시판)라고 표현해 놓았다.
김성환 삼성 일반노조위원장은 삼성이 자신을 다시금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데 대해 "경사 났다"(일반노조 홈페이지 게시판)라고 표현해 놓았다. ⓒ 오승주

수염이 덥수룩한 삼성맨?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을 보면 삼성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삼성을 더욱 좋게 보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런 사람이 삼성에 들어왔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만도 하다. 정확히 말하면 김성환씨가 삼성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삼성이 김성환씨에게 비집고 들어왔다.

 

김성환씨가 다니던 회사가 삼성에 합병되었지만 무노조 방침을 강요한 회사에 노조를 만들기 위한 삼성과의 긴 싸움이 시작되었다. 김성환씨에 따르면 삼성은 무노조 방침을 무리하게 유지하기 위해 갖은 수법을 동원했다고 한다.

 

예컨대 노동자 납치, 감금, 회유, 공갈 협박하는 것은 것은 다반사이고, 노사 협의 위원장 선거에 개입을 하기도 했다. 삼성의 공작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것은 죽은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위치를 추적한  일이라고 김성환 위원장은 말했다(오마이뉴스, 2008.5.13 "심상정 "삼성에 맞서는 의원은 정치 생명 위기").

 

위에서 언급한 내용 때문에 김성환 위원장은 약 3년간 감옥에 가야 했다. 삼성 SDI는 '김성환을 꼭 쳐넣고 말 테다'라며 평소에 이를 갈아왔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전언이다. 2002년에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으나 2005년 삼성SDI의 노사협의회 위원장 선거 개입 의혹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제기한 뒤 삼성SDI로부터 고소를 당해 '명예훼손' 죄로 실형 5개월을 선고받음으로써 기존의 징역형이 확정돼 3년5개월형을 받았다.

 

그가 영등포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2007년 2월 국제사면위원회는 그를 양심수로 선정했는데, 한국 노동자가 앰네스티 양심수로 선정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그의 출소 예정일은 2008년 10월 7일이나, 2007년 12월 말 '갑작스런 특별사면'으로 풀려나게 됐다.

 

김성환씨가 "경사났네"라고 글을 남긴 이유

 

인천 부평경찰서는 지난 4일 김 위원장에게 출석 요구를 했으며, 김 위원장은 오는 12일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삼성일반노조에 따르면, 삼성SDI 본사는 ▲2008년 1월 24일 CBS라디오 방송(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전화 인터뷰, ▲3월 29일 민주노총 기관지(노동과 세계) 기고문, ▲10월 8일 삼성일반노동조합 사이트 자유게시판(삼성전자 계열사 백혈병 현황) 글, ▲10월 15일 삼성일반노동조합사이트 자유게시판(삼성SDI 기만적 월차불승인) 글, ▲10월 16일 삼성일반노동조합사이트 자유게시판(삼성SDI 노동자 월차 내러 울산에서 천안까지) 글, ▲10월 16일 삼성일반노동조합 사이트 자유게시판(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이 전화 감청될 수도) 글 등을 문제 삼았다.(오마이뉴스, 2009.2.6, "삼성, '앰네스티 양심수' 김성환씨 또 고소")

 

그런데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일반노조 홈페이지에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첫 머리에 "경사 났다"라고 표현해 놓았다. 왜 '경사'라고 표현했을까. 그것은 간단하다. 4년이 넘게 지나는 동안 삼성은 별로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의 고발은 다소 감정적으로까지 비친다.

 

개인이나 국가를 불문하고 "이기면 바보가 된다"는 것은 진리인지도 모른다.

- 김종철, <땅의 옹호>(녹색평론사) 일부

 

검찰이 미네르바를 영웅의 반열에 올려주었듯, 삼성도 김성환 위원장의을 재고발함으로써 그의 위상을 한껏 높여 주었다. 김성환씨가 옥에 갇혀 있는 내내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이다. 만약 두 번째 '명예훼손'으로 고발된 사실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면 삼성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 번과 두 번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삼성이 두 번이나 훼손을 분개할 정도로 얼마나 명예가 드높은지는 모르겠지만 상상력을 좀 발휘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똑같은 방법으로 반복하는 것은 왠지 좀 없어보이지 않나? 진심으로 하는 충고다.

 

김성환씨의 석방명령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삼성이 다시 감옥에 넣으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은 삼성이 김성환 위원장을 그만큼 두려워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무엇이 그렇게 급하냐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삼성은 김성환씨의 페이스에 점점 말려들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거뉴스에도 게재했습니다.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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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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