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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종안

 

형제들이 모여 차례를 지낸 설연휴에 전북 군산시 옥도면 고군산군도에 속한 ‘야미도’(夜味島)에 다녀왔습니다.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도시와 가장 가까우면서도 워낙 취약해서 외면을 당해오다 육지와 연결되고 새만금사업 물막이 전방기지가 되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지요.  

 

육지와 연결되기 전만 해도 200여 명의 주민이 바다를 터전으로 살았으나 지금은 가구도 늘고 주민도 100여명이 늘었다고 합니다. 야미도는 면적이 0.41㎢의 작은 섬이며 둘레가 바위로 되어 있는 사빈해안으로 운치가 있고 바다낚시로도 유명합니다.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과 자연산 회를 맛보기 위한 관광객들을 실은 차량이 꼬리를 무는 야미도는 이웃 섬인 신시도와 선유도가 다리로 이어지면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와 함께 관광 벨트로 조성되어 군산과 부안군을 연결하는 길목이 될 것입니다.  

 

작은 어촌이자 청정지역인 야미도의 옛 선착장과 시멘트로 포장된 해안도로는 낚시꾼들의 낚시 포인트이기도 한데요. 먼 바다로 나가지 않아도 싱싱한 자연산 회를 맛볼 수 있고 포구의 풍광이 아름답기 때문일 것입니다.   

 

찬성과 반대 여론으로 우여곡절 끝에 2006년 4월에야 물막이공사가 완료되어 제방 보강작업 중인 새만금방조제에서는 갯벌에서 흙을 퍼다 제방을 높이는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제방 높임 공사가 끝나고 도로를 포장하는 것으로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로 불리는 새만금 방조제 공사는 대역사를 마무리하게 될 것입니다.

 

야미도(夜味島) 관련 이야기 

 

 섬 주봉에서 내려다본 야미도 입구. 작년 여름에 촬영한 사진이지만, 싱싱한 회를 생각하며 여름철 분위기를 미리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섬 주봉에서 내려다본 야미도 입구. 작년 여름에 촬영한 사진이지만, 싱싱한 회를 생각하며 여름철 분위기를 미리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 조종안

 

밤나무가 많았던 야미도는 1914년 일제에 의한 행정구역 개편 때 밤의 첫 자를 한자로 따서 ‘夜’로 하고, 맛있다고 해서 ‘味’자를 붙여 ‘夜味島’라 했다는데, 70년대까지도 ‘밤섬’, ‘뱀섬’이라고 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섬 주민들도 夜가 밤으로 바뀌었다는 의견과 뱀이 많았었다는 의견으로 나뉘더군요.   

 

50-6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 풍선(風船)이었고, 특히 섬 지역은 어구가 미비해서 선박사고가 잦았습니다. 거센 풍랑을 만나면 몰사하기 일쑤여서 온 섬이 초상집이 되곤 했는데요. 야미도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때는 ‘과부가 많은 섬’으로 불리던 슬픈 사연을 안고 있습니다. 50년 전 사라호 태풍으로 세상을 뜨는 바람에 얼굴도 모르는 사촌 매형도 사연 속의 한 분이니까요. 

 

전라도 섬지역과 해안지방의 상엿소리가 육지보다 유달리 구슬픈 것도, 바다가 생활 터전인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간만(干滿)의 차가 심하고, 어구가 부실했던 것도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래서인지 야미도에서는 마을 앞과 뒤 당산에서 재앙을 몰아내고 안위와 풍어를 기원하는 산신제(영신당제)를 오래 전부터 지내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지내지 않지만, 바다를 믿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고 하더군요.

 

섬 주봉에는 아름드리 밤나무와 숲이 울창했는데, 주민들은 이 산을 명산이라고 하여 출입도 마음대로 못하게 막았다고 합니다. 선조들은 이 숲 속에 넓은 바위 석을 놓고 제당으로 사용하면서 뒷당산이라 했고, 팽나무, 밤나무가 울창한 숲을 앞당산이라 했는데, 150년 전에 지었다는 영신당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야미도에 들어가려면

 

 작년에 촬영한 사진인데요. ‘석수횟집’에 들어가면 바위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꼭 동굴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작년에 촬영한 사진인데요. ‘석수횟집’에 들어가면 바위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꼭 동굴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 조종안

 

최고높이가 156m로 경사가 급한 구릉지를 이루는 야미도는 방축도와 선유도, 신시도가 옆과 뒤를 막아주고, 옥서면과 김제시 진봉면, 부안군의 계화간척지가 주위에 드리워져 있어 마치 호수 가운데 떠있는 작은 꽃봉오리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야미도는 육지와 연결된 지금도 전형적인 섬마을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에는 배를 이용해서 드나들었지만, 육지와 연결된 지금은 차를 타고 들어간다는 것인데, 아직은 공사 중이라 섬 주민과 통화가 이루어져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야미도로 들어가는 방조제 왼쪽은 물막이 공사로 물길이 막혀 광대한 호수로 변했고, 오른쪽은 고군산 열도를 휘두르고 있는 청정바다입니다. 망망대해를 두 쪽으로 갈라놓은 방조제를 따라 20분 정도 달리면 야미도에 도착하지요.

 

새만금방조제 중에서도 군산-야미도 구간은 일출 일몰 명소로 이곳의 일출은 바다 한가운데서 보는 것이어서 새롭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요. 특히 군산-비응도-야미도와 야미도-신시도 사이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배를 이용할 때는 선착장 입구였는데, 지금은 바닷가 끝 집이 되어버렸다는 ‘석수횟집’ 주인 박종열(49세) 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손녀딸까지 나서서 손님을 맞는 모습이 영업집이 아니라 잔칫집 같았습니다.  

 

야미도에서 태어났다는 박씨는 싱싱한 생선과 어패류 담당이고, 미인인 아내는 서빙과 찌개 끓이기, 열여섯에 야미도로 시집와서 50년 넘게 살고 있다는 어머니는 개운한 밑반찬, 초등학교 2학년인 박씨 딸은 주방에서 설거지를 돕고 있었습니다.

 

박씨는 요즘은 광어와 우럭이 제철인데 4명이 회 2kg에 찌개를 곁들여 식사까지 하는데 10만 원이 든다면서, 마구 마구 퍼주는 전라도 인심으로 물때에 맞춰 서비스로 제공되는 해삼, 멍게, 소라 등 어패류의 싱싱한 맛도 별미라고 자랑했습니다.

 

맨손으로 오는 방문객도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간단한 낚시장비도 준비해놓고 있다는 박씨는 “외지인들이 야미도에 들어오려면 새만금방조제 공사장 입구에서 경비들이 출입을 통제하니까, 출발하실 때 저에게 전화를 주시면 통과할 수 있습니다”라고 귀띔하며 방조제도 비포장이지만, 폭이 넓고 바닥이 개펄과 모래라서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석수횟집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면서 주인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그냥 나오려니까 허전해서 찍었습니다.
석수횟집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면서 주인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그냥 나오려니까 허전해서 찍었습니다. ⓒ 조종안

     

24절기에서 첫 번째 절기인 입춘(立春)입니다. 환절기인 이때쯤은 밥맛이 없고 몸이 나른해지는데요. 나른해진 몸과 입맛을 찾을 수 있고, 서해의 일출과 일몰을 가족과 함께 감상하며 부담 없이 바다낚시도 즐길 수 있는 고즈넉한 섬마을, 야미도를 추천합니다.

덧붙이는 글 | ▲ 야미도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북군산IC → 성산(27번 국도) → 군산시내 → 군산내항 여객선터미널 (서해안고속도로 북군산 나들목에서 야미도까지 약 40-50분 소요)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http://www.shinmoongo.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야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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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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