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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고려대 수시모집 전형에선 내신과 비교과 영역 모두 뒤처지는 학생이 합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고려대 수시모집 전형에선 내신과 비교과 영역 모두 뒤처지는 학생이 합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 MBC

 

고려대가 2009년 2학기(2-2) 수시모집 전형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대원외고, 안양외고를 비롯해 다수의 수도권 외국어고등학교에선 지원자의 70~80%가 1단계 전형을 통과했다.

 

학생부 성적만으로 정원의 15~17배수를 뽑는 1단계 전형에서 지원자의 70~80%가 합격했다는 것은 바꿔 말해서 내신 6, 7등급의 학생들까지 합격했다는 뜻이다. 반대로 일반고에서는 내신 1, 2등급의 학생들도 1단계 전형을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이는 고교등급제가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지난 1일 이와 같은 사실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고, 이번 일로 한동안 잠잠했던 고려대 수시모집 고교등급제 적용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한 차례 파문이 있은 후로 석 달 여 만의 일이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던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서는 아직까지 기초적인 사실관계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대교협에서는 "사실 관계를 조사한 뒤 필요하다면 대학윤리위원회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대교협은 2월 말 입학전형 일정이 끝나는 대로 대학윤리위원회를 열어 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입학전형 일정이 끝나고 나면 합격자는 이미 정해진 상태이며, 무엇보다 조사를 통해 고려대의 잘못이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학생들을 구제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도 이번 일에 대해 손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학자율화 정책에 따른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시정 권한 및 제재 조치와 같은 대학입시와 관련한 기존의 교과부의 모든 권한을 대교협에 이양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지 특목고 우대에 그치지 않는다. 일반고에서도 내신 성적과 비교과 영역 모두 우수한 학생이 탈락하는가 하면 같은 학교에서 그보다 못한 학생이 합격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고려대 수시모집 모집요강. 비공개 변수인 상수값 알파(a)값과 케이(k)값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고려대 수시모집 모집요강. 비공개 변수인 상수값 알파(a)값과 케이(k)값이 논란이 되고 있다 ⓒ 고려대학교

 

이런 일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고려대의 '내신성적 산출공식'과 그것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산출공식에 적용되는 상수값인 알파(α)값, 케이(k)값과 같은 비공개 변수를 처음부터 잘못 산출했을 가능성, 또 상수값을 산출공식에 잘못 대입했을 가능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한 마디로 고려대가 특목고를 우대하려고 하다가 뭔가 큰 실수를 저질러 입시 부정, 입시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혹과 파문에도 고려대 측의 대응은 미적지근하기만 하다.

 

2일 <한겨레>에 따르면 고려대 입학처 관계자는 "대교협을 통해 필요한 자료를 제출했고,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교협을 통해 해명하겠다"며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또 <시사매거진 2580>에서도 서태열 고려대 입학처장은 "굳이 지금은 해명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사매거진 2580>에서 "비공개 변수인 상수값이 어떻게 산출되었는지 밝히고, 그것을 어떻게 대입해서 지금의 결과가 도출되었는지에 명확하게 해명하면 될 일"이라며 제대로 해명하지 않는 고려대의 태도를 지적하고 나섰다.

 

고려대는 이번 일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 대교협과 교과부에서 나서기 전에 자체적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진상 파악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설사 그것이 고려대 측의 잘못이 됐건 실수였건 간에 모든 것을 명백하게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야말로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가지고 있는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일이며, 이번 일로 인해 눈물 흘린 학생들을 두 번 울게 하지 않는 것이다.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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