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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기름유출사고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는 가운데, 태안군에 있는 삼성가(家) 토지 67만평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 측이 소유하고 있는 태안 땅은 얼마나 될까? 삼성은 왜 주민들을 통해 반강제적으로 땅을 매입하고도 40여 년간 개발을 하고 있지 않는 걸까? 삼성은 이 땅을 언제, 어떻게 개발하려고 하는 것일까?

 
태안 주민들의 이 같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확인에 나섰다.
 
우선 삼성가(家) 소유의 토지는 태안군 근흥면 일대 총면적 2208만 1304㎡(약 67만평)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삼성에버랜드㈜가 약 1386만여㎡(약 42만평), 중앙일보가 약 82만1786㎡(약 25만평)의 면적을 소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에버랜드㈜와 중앙일보가 태안군에 내는 재산세는 5600만 원(삼성에버랜드 4천만 원, 중앙일보 1600만 원)이다. 태안군 관계자는 "삼성가에서 재산세를 매번 납부하고 있다"고 확인해줬다.
 
삼성가가 1969년부터 약 6~7년에 걸쳐 이 일대 토지를 매입해 삼성에버랜드의 전신인 중앙개발㈜이 대다수 취득한 이후 소유권을 삼성에버랜드와 중앙일보로 나눈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당초 매입한 토지에서 일부 줄어든 것으로 1980년대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종합시험단이 들어서면서 삼성가에서 정부에 일부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안군 내 삼성가 소유토지는 67만 평
 

현재 삼성가 소유의 토지 관리는 에버랜드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이 맡고 있다. 그는 연포 해수욕장에 위치한 연포 리조트 현장사무소장이다. 연포리조트는 1999년 ㈜연포레저개발과 (주)㈜서해리조트를 합쳐 이름을 바꾼 것으로 삼성에버랜드 본사 측에서 파견된 직원 등 모두 8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평상시에는 해안가에 조성된 숙박시설인 비치하우스(객실 수 10개), 레저하우스(객실 수 20개), 훼미리하우스(객실 수 5개), 연수원(객실 수 20개) 등을 관리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방치됐던 토지는 매입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다.
 
<동아일보>는 1976년 6월 30일자 보도를 통해 삼성가(家)의 연포해수욕장 토지매입과정을 '연포의 비정(非情)'이라고 표현했다. <동아일보>는 당시 삼성측이 '연포아가씨'라는 유행가까지 동원해 지역개발을 한다며 땅을 사들였으나 그로부터 5년 동안 삼성이 한 일은 산허리를 깎아 만든 31채의 별장과 그 도로, 해수욕장 지역에만 국한된 개발이 전부라고 보도했다. 주민들은 "지역사회개발은 간판이었고, 부동산 투기가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한 지역 주민은 "당시 삼성측이 토지를 매입할 때는 평당 7~250원에 사들이더니 실제 분양할 때는 최소 4000원에서 최고 2만원에 분양했다"며 "당장 내일 개발할 것처럼 주민들을 현혹해 사들이더니 결국 부동산 투기로 이득만 챙기고 개발에 대해서는 수십 년 동안 뒷짐만 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L씨는 "삼성 측이 땅을 팔지 않는다며 집 앞에 똥을 갖다 놓고, 몽둥이 등을 이용해 벽을 허무는 등 강제적으로 토지를 빼앗아갔다"며 "또한 일부 주민들에게는 취직을 명목으로 현혹해 땅을 사들였으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회상했다.
 
토지매입 과정은 '횡포' 수준
 

한때는 삼성 측이 근흥면 일대 소유토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전현직 리조트 근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구체적인 명칭과 개발계획이 세워져 연포해수욕장을 기준으로 양옆에 위치한 또 다른 해안에 '아리랑', '고고' 등의 명칭을 붙여 개발할 계획이었다. 황골포구에는 대규모 골프장이 마련될 계획이었으며, 연포해수욕장에는 청소년 수련관과 호텔 등이, 또 다른 해안가에는 테마파크가 조성될 계획이었다.
 
현직 리조트 관계자는 개발계획이 전면 취소된 이유에 대해 "삼성그룹이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세워 사업을 이행하려고 했으나 태안 해안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전면 개발행위 자체가 규제돼 취소하게 되었다"며 "국립공원이 해제되지 않는 한 개발이 사실상 어려운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은 이에 맞서 삼성에버랜드와 중앙일보 측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당초 토지매입 계획대로 개발하라고 요구해 왔다. 주민들의 이러한 요구는 이 일대의 대규모 토지를 소유한 삼성가로 인해 지역개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역주민들은 1996년 삼성에버랜드의 연포해수욕장 현장 사무소인 '서해리조트'를 항의 방문했고 이후 <중앙일보> 본사를 항의 방문했다.
 
당시 <중앙일보>측은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하고 개발계획을 이행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개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역주민들 "개발 안할 거면 토지 매각해야"
 

기름유출사고 이후 이 땅 개발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가해자격인 삼성측이 '도의적 책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개발계획을 재수립하고 사업을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는 것.

 
주민 L씨도 "이렇게 수십년간 방치할 거면서 왜 주민들의 눈에서 눈물을 쏟아내며 토지를 매입했냐"며 "개발을 하지 않을 거면 다시 주민들에게 적정한 가격에 되파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태안군의회 박인복 의원도 "서해리조트를 통해 지역주민들이 계속해 개발을 요구하고 있으나 삼성측은 단 한 차례도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 '나 몰라라'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기름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기름유출사고의 가해자인 삼성은 개발계획을 세워 주민들을 위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태안에 상주하고 있는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되는 사업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행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일부 주민들이 태안에 제2의 에버랜드 조성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비슷한 기사가 <태안신문>(1월 22일자)에 실렸습니다. 


#태안#삼성#기름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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