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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운하 건설단' 현판식이 열린 12일 오후 두꺼운 얼음이 언 인천시 계양구 경인운하 공사현장에서 포크레인이 몇대가 작업을 하고 있다.
'경인운하 건설단' 현판식이 열린 12일 오후 두꺼운 얼음이 언 인천시 계양구 경인운하 공사현장에서 포크레인이 몇대가 작업을 하고 있다. ⓒ 권우성

 

KDI의 경인운하 타당성 조사보고서에 대한 많은 문제제기에 KDI 원장은 "자존심이 무지 상한다"고 토로했다. KDI의 자존심 훼손과 함께 2조 2500억원의 혈세가 탕진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매우 슬픈 일이다. 그러면서도 KDI 원장은 "KDI는 가장 객관적·중립적·전문적이며 이번 보고서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80m 공사비는 운하비용이 아니며 경인운하는 경제성이 있다"고 강변했다.

 

인과관계란 말이 있다. 모든 현상을 파악하고 판단하는 기준이다. 40m면 충분한 방수로를 운하로 만들기 위해 80m로 넓힌다면, 추가로 40m를 넓히는 비용은 마땅히 운하건설비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초등학생도 수긍할 수 있는 논리다. 무리와 억지로 범벅된 경인운하 프로젝트가 KDI 원장의 억지논리까지 불러일으켜 안타깝기 그지없다.

 

경인운하의 핵심은 해하(海河·Sea-River)겸용선이다. 경인운하의 성패가 그 배로 좌우되기 때문이다. 18km 경인운하는 거리가 너무 짧아 일반선박은 경제성이 없어 운하를 이용할 수 없다. 따라서 20억원의 용역비를 받고 경인운하의 타당성을 조사했던 네덜란드 용역회사 DHV가 대안선박(代案船舶)으로 해하겸용선을 제시했었다. 그 배는 중간(인천)에 환적(換積)을 하지 않고 바다와 운하를 곧바로 운항할 수 있는 특수선박으로 현재 영국과 유럽대륙을 오가며 운항중이라고 한다.

 

KDI는 왜 해하겸용선에 대해 묻지 않았을까

 

그런데 2009년 1월 14일에 공개한 KDI 보고서는 그 배의 건조비용, 속도 등의 명세를 알 수 없어 일반선박으로 대체하여 경인운하의 경제성을 분석했다고 변명했다.  

 

KDI 연구팀은 2008년 10월, DHV를 방문해 3시간 면담료 500만원을 지불하며 DHV와 면담도 했다. 그때 왜 해하겸용선을 묻지 않았으며, 유럽까지 갔는데 왜 그 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았는가? 마땅히 그 배가 다닌다는 도버해협은 물론 그 배를 건조한 조선소에도 찾아가 건조비 등을 조사했어야 한다. 조사팀은 경인운하의 핵심요소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청맹과니들이다.

 

KDI는 이번 용역에서 이용자선호도조사(SP : Stated Preference Survey)라는 가장 핵심적인 조사항목을 생략하고 2008년 초에 행한 경부운하 SP자료로 대체했다. DHV도 SP조사를 하지 않고 한국해양수산연구원(KMI)의 자료를 시뮬레이션으로 산출했다고 한다.

 

이것은 실제로 SP조사를 하면 거의 제로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DHV는 용역기간이 22개월임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회피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KDI는 경부운하에 대한 SP자료로 대체하여 경제성을 조작했다. DHV도 KDI도 똑같이 나쁜 사람들이다.

 

평택항 화물이 경인운하로 전이된다고?

 

 경인운하백지화수도권공동대책위원회 소속 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경인운하 예정지인 굴포천과 경기도 김포 일대를 현장답사 했다. 이들은 목상교에 '운하반대'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꽁꽁 얼어붙은 얼음위에 올라가 구호를 외치는 등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경인운하백지화수도권공동대책위원회 소속 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경인운하 예정지인 굴포천과 경기도 김포 일대를 현장답사 했다. 이들은 목상교에 '운하반대'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꽁꽁 얼어붙은 얼음위에 올라가 구호를 외치는 등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 경인운하백지화수도권공동대책위원회 제공

 

KDI가 예측한 경인운하 물동량은 2011년 컨테이너 29만4천TEU, 바다모래 633만톤, 철강재 50만톤, 여객 60만명 등이다. 그중 컨테이너의 80%, 바다모래의 53%가 인천터미널을 이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인천터미널의 화물은 경인운하를 통과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인천터미널의 물동량을 경인운하 물동량에 포함시켰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왜 평택항의 화물이 경인운하로 전이(轉移)된다는 것인지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항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떻게든 경제성을 부풀리기 위해 몸부림을 친 결과들이다.

 

나는 이번 KDI의 행태를 일종의 지식범죄로 보고싶다. 2조 2500억원의 막대한 국고를 낭비하는 '혈세낭비 방조죄'에 국민을 속이는 '국민기만죄'에 해당한다. KDI 보고서는 무슨 소리로 변명을 해도 보신과 영달을 위해 철저히 조작하고 가공한 결과물이다.

 

KDI 보고서가 엉터리라는 것은 경인운하가 완공되면 명백히 나타날 것이다. 무용지물의 경인운하 건설에 지식시녀 역할을 한 KDI는 그때 또다시 자존심을 상하고, KDI 역사에 하나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임석민 기자는 한신대학교 경상대학 교수입니다. 이 기사는 <한겨레> '왜냐면'에도 게재됐습니다. 


#KDI#경인운하#경제성#DHV#해하겸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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