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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새해를 맞아 1월 2일 신정 국정 연설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새해를 맞아 1월 2일 신정 국정 연설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옛적 옹당촌(청와대)에 옹고집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리만브러더스- 이명박과 강만수)이 살고 있었는데 인품이 오만한 데다 성질마저 고약해서 매사에 똥고집을 부렸다. 그로 인해 마을 사람들은 많은 피해를 입는다. 월출봉에 도통대인이 있어 학대사에게 옹고집을 질책하고 오라고 했다. 학대사는 옹고집을 만나 관상을 보고 병으로 고생하다가 죽을 상(허위사실)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옹고집은 되레 하인(검찰)을 시켜 학대사의 곤장을 친다.

 

도통대인은 이 말을 듣고 옹고집을 징벌하기로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짜 옹고집(미네르바)을 만들어 보낸다. 옹고집의 집에서는 진짜(실옹)와 가짜(허옹)의 다툼이 벌어진다. 옹고집의 아내와 자식들까지 나섰으나 누가 진짜인지를 가려내지 못해 결국 원님의 판결을 받게 된다. 원님이 족보를 가져오게 해서 혈통· 신상 등(경제)을 물으니 놀랍게도 실옹보다 허옹이 더 잘 아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허옹을 진짜(경제 대통령)라고 믿게 된다.'

 

미네르바 소동을 겪으며 고전소설 <옹고집전>이 떠올라 한 번 비교해 본 것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실옹과 허옹이 각각 리만브러더스, 미네르바와 비슷하다고 본다면 억지 유추일까? 아울러 우리는 왜 봉건시대의 소설만도 못한 현상을 목도하며 살아가게 되었는가?

 

사실 소설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모두 옹고집 때문이었다. 그는 오만하고 고약한 데다 똥고집을 부렸으며 도통대인의 충고를 전혀 듣지 않은 채 적반하장 식으로 학대사의 곤장을 때렸다.

 

미네르바 처벌이 부당한 이유

 

[범죄구성요건이 되지 않는다] 허위사실 발설 자체는 죄가 되지 않는다. 허위사실이란 쉬운 말로 하면 '거짓말'인데 인류 역사상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우리는 다만 거짓말을 적게 하려고 노력할 따름이다.) 그래서 법조문에도 허위사실로 인해 공익을 해쳐야 처벌할 수 있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공익을 해친다는 것은 통상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거나 부당한 이익을 취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네르바가 도대체 누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인가? 그리고 그가 본인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도모했는가? 오히려 주가가 내년에 3000까지 간다고 말한 이명박 대통령이야말로 허위사실로 큰 이익을 챙긴 사람 아닌가? 이 발언으로 인해 그는 대통령 선거 득표에서 상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설령 허위사실 발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거나 본인의 부당 이익을 도모했다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죄나 모욕죄 또는 사기죄를 적용하지 허위사실유포죄로 처벌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허위사실 유포 자체가 범죄구성요건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의미힌다.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 모 씨(가운데)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 모 씨(가운데)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허위사실유포죄는 위헌이자 '어둠의 법률'] 현대에 들어 허위사실유포죄를 규정해 놓고 있는 나라는 없으며, 따라서 이로써 국민을 처벌하는 나라도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위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위사실유포죄를 두고 있던 나라들마저 속속 이 법을 폐지해왔다. 1978년 파나마는 미주인권위원회의 지적에 따라 이 법을 폐지했고, 2000년 짐바브웨는 대법원의 위헌판정으로 폐지했으며, 같은 시기 카리브해 소국인 엔티가바부다 최고법원도 이 법에 위헌 판정을 내렸다.

 

선진국 중에서 이례적으로 허위사실유포죄가 있던 캐나다도 1992년 연방대법원이, "허위 보도를 형사처벌하는 자유민주주의국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하며 허위사실유포죄에 위헌판결을 내렸다.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허위사실 자체를 처벌하는 국가는 유일하게 한국뿐이라고 지적한다. 정확히 말해 허위사실유포죄로 국민을 처벌하는 나라는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뿐이다. 이로써 볼 때 미네르바를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자 국제적 망신살을 자초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주류라 할 수 있는 조중동이나 한나라당 같은 데서는 미네르바가 공고와 전문대를 나온 30대 무직이라는 이유로 가짜라고 한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박씨를 학력 위조와 관련된 신정아씨와 빗대기도 한다. 이것은 <옹고집전>에서 실옹과 허옹을 놓고 벌이는 다툼보다 더 치졸하다. 미네르바가 부각된 것은 그의 글 때문이지 그의 이력 때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백 번 양보해서 그들의 말대로 미네르바가 가짜라면 그래도 '진짜 가짜'는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아고라에 올린 글들은 모두 그가 작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억지로 가짜라고 한다면 그는 '가짜 가짜'라고나 할까?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가짜 소동

 

<옹고집전>의 실옹은 생물적으로는 진짜지만 실질적으로는 가짜였다. 그런데 실질적인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며 횡포까지 부리니 도통대인이 나서 그를 징벌했던 것이다. 문제는 현대의 우리에게 도통대인 같은 존재는 없다는 데에 있다. 그러니 우리 스스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최근의 KBS화면 조작에서 보았듯이 가짜가 판치는 사회일수록 가짜 소동은 더 많이 벌어지는 법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고전소설은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다. 마지막으로 <옹고집전>의 결말을 보기로 하자.

 

'한편 허옹(미네르바)에게 쫓겨난 실옹(리만브러더스)은 온갖 고생을 하면서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자살을 결심한다. 그때 도통대인이 나타나 자살을 제지시키고는 실옹을 집으로 가도록 조치한다. 도통대인은 실옹에게 부적 하나를 준다. 집에 온 실옹이 그 부적을 던지자 집에서 위세를 부리던 허옹은 일순 지푸라기(전문대졸· 무직)로 변해 버린다. 이후 옹고집은 선행을 베풀며 잘 살았다.'

 

권선징악은 고대인의 일종의 로맨티시즘이었다. 일찍이 노자가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고 했듯이 고대도 그렇지만 현대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이 권선징악 같은 것은 없다. 특히 실옹이 뉘우친다는 점이 그러하며 이후 선행을 베풀며 잘 살았다는 점은 진부하고 유형화된 해피엔딩일 따름이다.

 

현실에 해피엔딩은 없다. 리만브러더스가 어떻게 개과천선한다는 말인가? 게다가 실옹과 허옹을 판별해 주는 신기의 부적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다. 법원의 판결이 지혜의 부적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 단 하나 분명한 것은 비록 신화지만 미네르바(Minerva)는 '지혜의 여신'이라는 점이라고나 할까.       


#미네르바#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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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평론을 주로 쓰며 '인간'에 초점을 맞추는 글쓰기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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