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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한다는 어려움, 부담감 같은 것들이 앞서기 때문이다. 불가피한 변화라 할지라도 그 변화의 시기를 자꾸만 미루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막상 변화를 하게되면 금세 적응하고 생활해 나가면서 그 순간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세상은 그런 것 같다. 변화를 즐기며 도전적으로 뭔가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나처럼 변화에 대해 민감한 사람들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머리말에 변화 이야기를 한 데는 이유가 있다.

 

나는 오늘 오후(12월 28일) 머리를 퍼머했다. ‘아줌마 퍼머’처럼 빠글빠글하게 한건 아니고 적당하게 웨이브를 주었다.

 

‘퍼머 한번 한 것 가지고 뭐가 변화고 또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거창하게 나가나,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사실 거창한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니다. 물로 내 나름, 내 자신에게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말이다.

 

어릴 때는 아무렇게나 머리를 깎았다. 까까머리든 쥐파먹은 머리든. 아버지가 일명 ‘바리깡’으로 깎아주시기도 했고 500원 주고 이발소에서 깎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에는 적당히 가르마를 타서 멋을 내기도 했다. 군대가서는 짧은 스포츠머리를 했다.

 

스물 세 살 되는 해 3월에 제대해 학교를 다니고 직장생활하며 두 아이 아빠가 되기까지 13년 동안 나는 한 가지 머리스타일만 고집해왔다. 옆머리, 뒷머리, 앞머리 적당하게 쳐서 깔끔하게 만들고 전형적인 2대 8 가르마를 하는 것이다. 거기에 양복입고 넥타이 매고 전형적인 샐러리 맨 스타일(?), 공무원 스타일(?) 혹은 모범생 스타일(?) 뭐 이정도였다. 남들이 보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할수도 있다. 헤어스타일만 보면 말이다.

 

 단순한 외모의 변화인데 나는 왜 지난 13년 동안 이 작은 변화조차도 두려워했을까?
단순한 외모의 변화인데 나는 왜 지난 13년 동안 이 작은 변화조차도 두려워했을까? ⓒ 윤태

 

지난 13년간 나는 왜 이 머리스타일만을 고집해왔을까? 다른 말로 왜 다른 헤어스타일을 생각하지 않았던 걸까? 아니 생각하지 못한 걸까?

 

생각하지도 못했고 생각하기도 싫었다는 두가지 말이 맞을 것이다. 한마디로 변화가 싫었던 것이다. 머리에 물을 들인다거나 빠글빠글 퍼머한 머리, 혹은 가르마를 하지 않는 덥수룩한 머리에 대해 나는 그동안 편견이 있었다.

 

어떻게 남자가 머리를 저렇게 하고 다닐 수 있을까? 물들이고 뽀글뽀글하거나 가르마를 하지 않는 덥수룩한 머리는 점잖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저렇게 다니지 하고 말이다. 물론 편견은 있었지만 그들의 헤어스타일은 인정했다. 다만 내 머리카락에 그것을 적용한다는 것은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내가 만약 2대 8 가르마를 하지 않고 퍼머한다면? 유행하는 머리처럼 가운데를 적당히 세우는 스타일의 머리를 한다면 나를 아는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10대, 20대 젊은 사람들이 하는건데 나한텐 안어울린다고 할까? 어떤 반응들이 나올까? 매일 나를 대하던 고객(초등생 어머니들)은 이런 내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실까?

 

나는 그 변화를 직접 겪어보지 않고 지레 짐작했다. 고객들이, 나를 아는 사람들은 좋게 보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 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것을 깨고 나오면 상대방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상상들 말이다. 비록 그것이 헤어스타일이라는 신체 일부중 외모의 변화일지라도 말이다.

 

나는 오늘 13년간 고집해오던 헤어스타일을 버렸다. 어쩌면 35년 동안 살아오면서 머릿속에 박혀있는 어떤 정형화된 관념, 생각을 깨는 첫 단추일지도 모른다. 작은 변화이지만 큰 변화를 위한 전초 단계일지도 모른다.

 

헤어스타일을 바꾸는데 적잖이 고민하고 망설이고 갈등했다. 괜히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음! 일단 변화를 줬으니 며칠 적응을 해봐야겠다. 고객들을 만나면서 나는 어쩌면 이것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2대 8 가르마 머리만 있는게 아니다” 라고….

 

 지금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변화에 좀더 발빠르게 적응해야겠다.
지금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변화에 좀더 발빠르게 적응해야겠다. ⓒ 윤태

덧붙이는 글 | 티스토리 블로그에 동시송고합니다.


#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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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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