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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짜리 아들은 볼이 벌겋게 달아올라 쌩하니 안방으로 가버렸다. 아빠인 나는 그렇게 화가 난 아이의 뒷모습마저도 귀여울 따름이다.

 

사단은 퍼즐게임이었다. 서너 개의 퍼즐조각으로 공간을 채우는 이 게임을 아들과 나는 즐겨한다. 이날 승부를 가르던 가운데 서로가 필요로 하는 한 개의 퍼즐조각에 동시에 손을 내밀었고, 나는 일부러 양보하지 않았다. 반응을 기다렸다. 그러자 아이가 판을 엎은 것이다.

 

아이를 불렀다. 목소리에 무게를 실었다. 최대한 엄하게 그러나 공포심이 생기지 않도록. 그리고 말했다. 이른바 게임의 법칙.

 

“아들아! 너는 소탐대실이 뭔지 아느냐?”

“예!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네가 가진 카드의 수와 아빠의 것을 세어보아라.”

“제 것은 열여덟 장, 아빠 것은 열네 장입니다.”

 

“그렇다면, 이 게임의 승자는 누구냐?”

“제가 이겼습니다.”

 

“소탐대실이 뭔지 알겠느냐?”

“예, 아빠.”

 

“그렇다. 너는 결과적으로 네가 이긴 게임을 작은 승부 하나만을 보다가 모두 잃었던 것이다. 이런 어리석음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네가 바보라는 것을 세상에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게임의 승부를 떠나 더 중요한 것은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는 것이다. 게임은 너와 아빠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서로의 즐거움을 위해서 하는 것일 뿐, 이기고 지는 것에 목적을 둔다면 다시는 우리는 서로 아끼는 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알겠느냐?”

 

“네, 아빠.”

 

다소 어투는 과장되어 있지만 이런 대화를 우리는 주고받았고, 결과는 썩 좋았다. 이후 일곱 살짜리 아들은 게임을 할 때 전체의 승부를 볼 줄 알았고, 상황에 따라 도량 넓은 양보를 했으며, 승부에 져도 얼굴은 달아올랐지만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며, 한걸음 물러설 줄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내 아들의 ‘귀여운 소탐’은 그저 일곱 살짜리의 건강한 승부욕에 불과한 것이다. 통제되지 않는 탐욕의 화신들이 불러일으키는 ‘끔찍한 소탐’들은 자신들마저 태워버리는 재앙의 불길이다. 미국은 부시 정권 아래에서 자신들의 ‘소탐’을 위해 패권의 칼날을 전 세계에 휘둘러 세상을 무기의 전쟁터, 자본의 전쟁터로 만들었다.

 

그 결과, 자국마저 투기자본의 재물이 되었고 전 세계에 심어졌던 자유와 기회의 나라라는 이미지는 수많은 민중들을 살육한 폭발물과 함께 날아갔다. 그 ‘대실’이 계산이나 가능하겠는가?

 

이명박 정권 아래서 벌어지는 북한을 자극하는 각종 대북정책은 보수 세력 집결이라는 ‘소탐’을 위해 다양한 ‘동질성’이 갖는 유리한 고지를 파기하는 ‘국가적 대실’, ‘민족적 대실’을 초래하기에 충분하다. 개성공단 폐쇄와 금강산관광의 중단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소탐이 어찌 강대국과 권력자들에게만 있겠는가. 이미 한나라당 2중대라는 별호를 받은 민주당의 무사안일도 우리 민초에게는 심판의 대상이다. 제 선거구 지켜내려는 ‘소탐’의 ‘결사체’로 민주당이 각인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민주당 자체의 존립가치를 의심하는 대중의 역사적 판단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 ‘대실’이 민주당 자체를 뒤엎을 것은 자명하다. 시간만이 문제일 뿐이다.

 

진보진영은 파편적이고 계층이익에 한정되는 정파적 ‘소탐’의 늪에서 민중의 기대를 저버리는 정치적 ‘대실’을 반복하지 않아야할 것이다. 양보와 관용 없는 원칙이란, 분열을 합리화하고 정치적 무거움을 감당하지 못하는 ‘회피를 통한 안도’에 불과하다.

 

새해에는 우리 민초들의 피눈물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강 건너 불구경하던 중산층들의 합류가 대하를 이룰 것이다.

 

아! 일곱 살짜리 어린아이만큼의 반성만 있어도 우리에게 이런 심대한 고통의 격류가 기다리고 있겠는가.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소탐’의 결정체는 결국 나 자신이었음을 뼈아프게 다시 반성해본다. 아이에게 배운 인생의 법칙이었다. 소탐대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MB정부#한나라당#민주당#진보진영#부평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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