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앉는 걸 아예 포기하면 참 편해집니다. 앉아 있는 사람들의 작은 몸동작 하나에 흠칫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없어지거든요.
통학 시에는 주로 4호선 총신대입구역에서 내려 7호선 장암행 열차로 갈아탑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앉는 것을 포기한 제 앞에만 자꾸자꾸 자리가 납니다.
저 한번 쳐다보고,
자리 한번 쳐다보고,
침 한번 삼키는 여고생.
옆으로 살짝 비켜줍니다.
멀리서 제 눈치를 슬슬 보다가 재빠르게 걸어와 슥 파고드는 아저씨,
강남구청에서 내리시나 보다, 이 아저씨도 멀리 가시는구나…….
혼자 앉아 있는 것이 뭐가 그리 미안한지 자꾸만 앉으라고 권하시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
그러면…그러면 뭐 그냥 앉아야지요.
처음 서울생활, 대학생활을 시작했을 땐 한참을 서서 가다 보면 부아가 나곤 했습니다.
서서 내려다보는 앉은 사람들의 정수리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어요.
"앞에앉은사람이마가사랑스러워지면그제사조은혜사람된기야.'
엄마의 문자에 되려 짜증만 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서울생활 3년차.
(노량진에서의 재수 1년은 빼기로 합니다. '생활'이라 할 수 없는 때였으므로.)
이제는 앉아 있는 사람들의 가르마가 빼곡한지, 삐뚤어지진 않았는지, 넋을 놓고 보다가 사람들을 따라 허둥지둥 내리곤 합니다.
엄마 말씀대로라면, 이제 사람으로 영글어 가는 중인가 봅니다.
모두에게 관대해질 수 있다는 건 누구보다도 제 자신을 편하게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의젓하게 7호선을 타고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