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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연못가에 개구리들이 사는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이 마을에서 가장 힘이 센 개구리는 입 큰 개구리들이었습니다. 입 큰 개구리가 사회지도층이 된 데에는 큰 목소리와 말발이 가장 컸습니다.

언젠가 뒷다리가 긴 개구리들이 마을의 모든 개구리들이 모인 자리에서 입 큰 개구리에게 하는 일 없이 밥만 많이 먹는다고 공개적으로 비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뒷다리가 긴 개구리는 일하기 좋도록 태어난 개구리니까 일을 해야 하고 자기들처럼 입이 큰 개구리는 입이 크니까 마을을 이끌어가야 한다며 입 큰 개구리들이 너나없이 큰 목소리로 생떼를 썼습니다.

뒷다리가 긴 개구리들이 반발하며 팔짝팔짝 뛰었지만, 입 큰 개구리들의 벼락처럼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와 속사포처럼 내뿜는 말발에 녹초가 되었습니다. 입 큰 개구리의 현란한 말발과 목소리에 다른 개구리들은 대들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입 큰 꼬마 개구리가 입 작은 개구리들이 사는 동네 연못 주위에서 놀고 있습니다. 입 큰 개구리를 본 작은 꼬마 개구리 여러 마리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주변에 모여 듭니다.

“옛날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너처럼 입이 커질 수 있어?”

입 작은 개구리 중 덩치가 가장 적은 녀석이 존경어린 눈빛으로 묻습니다.

“자식! 이거 유전이야”

입 큰 꼬마 개구리가 한껏 목에 힘을 주며 말합니다.

“와! 부럽다” 입 작은 꼬마 개구리들이 부러움에 탄성을 자아냅니다.

“너희들 우리 아빠하고 엄마 봤지. 엄청 커. 난 비교도 안 돼 !”
“우리 엄마 아빠도 입이 컸으면 그러면 너처럼 풍요롭게 지낼 수 있었을텐데…”

입 작은 꼬마 개구리들이 한숨을 쉬며 자신의 처지를 아쉬워합니다.

“뭐 꼭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입 큰 꼬마 개구리가 입 작은 꼬마 개구리들에게 한 마디 툭 던집니다. 입 작은 개구리들이 눈을 반짝반짝하며 모여 듭니다. 한 참 뜸을 들이던 입 큰 꼬마 개구리가 음흉스런 미소를 보이며 말합니다.

“입 찢어!”
“입을 찢으라고? 어떻게?”

입 작은 꼬마 개구리들이 자신의 입을 만지작거리며 입 큰 꼬마 개구리를 봅니다.

“난 사회지도층의 아들이야. 너희들 나하고 사귀고 싶지 않어? 그럼 입이 커야지. 방법이야 너희들이 알아서 하는 거고. 입 커지면 찾아와 그럼 우리 입 큰 개구리 모임에 끼워 줄게”

입 큰 꼬마 개구리가 입속에 바람을 잔뜩 넣습니다. 입 큰 꼬마 개구리가 풍선처럼 둥글게 변합니다. 곧 하늘로 올라갈 것 같습니다. 입 작은 꼬마 개구리들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그때 한꺼번에 입 작은 꼬마 개구리들을 향해 붐니다. 입 작은 꼬마 개구리들이 충격에 뒤로 넘어집니다. 입 큰 꼬마 개구리가 호탕하게 웃으며 유유히 손을 흔들며 사라집니다.

덩치가 가장 작은 입 작은 꼬마 개구리가 집에 돌아와 거울을 봅니다. 입이 작습니다. 양손으로 입을 찢어 봅니다. 입이 조금 커집니다.

입 작은 엄마가 들어와 뭐 하냐고 묻습니다. 입 작은 꼬마 개구리가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합니다.

“얘야! 크면 입이 지금보다 좀 커질거야” 엄마가 꼬마 개구리를 달랩니다.
“엄마 아빠는 컸는데도 입이 작잖아. 입 크기는 유전 이래. 나도 출세하고 싶다고”

꼬마 개구리가 엄마를 원망합니다.

“입이 크고 작은 것은 중요하지 않아. 어떻게 사는 게 중요한 거지”
“나도 입 큰 개구리가 되고 싶다고요. 엄마 아빠처럼 살기 싫어요”

입 작은 꼬마 개구리가 문을 박차고 나갑니다.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엄마 개구리의 눈에 눈물이 글썽입니다.

입 작은 꼬마 개구리는 그날부터 틈만 나면 입을 찢었습니다. 밥을 먹을 때도 최대한 큰 숟가락으로 입에 떠 넣었습니다. 너무 크게 벌려 턱이 빠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입 작은 개구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입 작은 꼬마 개구리가 입 큰 꼬마 개구리 집을 찾아 갔습니다. 입 큰 개구리 집은 사회지도층답게 큰 집에서 살았습니다. 현관에서 입 큰 꼬마 개구리 엄마가 못마땅한 눈으로 봅니다.

“입 작은 개구리가 여긴 웬일이야? 얘 너 요즘 이런 얘들하고 어울리니?”
“아니요. 내가 어떻게 입 작은 개구리랑 어울려요. 무슨 일이야?”

입 큰 꼬마 개구리가 손사래를 치며 입 작은 꼬마 개구리를 냉소적으로 봅니다.

“저기. 나 입 좀 커졌어? 나 되게 열심히 노력했거든. 자 봐 봐!”

입 작은 꼬마 개구리가 입을 크게 벌립니다. 한 뼘 만큼 입이 벌어집니다.

입 큰 개구리 엄마가 큰 입을 신문지로 가리며 크게 웃습니다. 신문지 위로 입 큰 엄마 개구리의 눈과 코가 보입니다. 대단한 입니다. 입 큰 꼬마 개구리도 책을 가리고 크게 웃습니다. 책 위로 눈이 보입니다. 순간 입 작은 꼬마 개구리는 엄마가 저 정도면 아빠는 얼마나 입이 클까 상상을 해 봤습니다.

“너 미쳤냐? 그 걸로는 어림도 없어. 가! 너랑 놀아줄 수 없겠다”

입 큰 꼬마 개구리가 뒤돌아섭니다. 입 큰 엄마 개구리가 아들의 어깨에 되고 소곤거립니다.

“앞으로 입 작은 개구리들랑은 어울리지 말어. 격 떨어져. 입 큰 개구리 하고만 놀아 !”

입 큰 꼬마 개구리가 웃으며 말합니다.

“나도 그냥 심심해서 해 본 소린데 죽자고 덤벼드네. 아무튼 수준하고는…”

모자 크게 웃으며 집으로 들어갑니다. 뒤돌아서는 입 큰 엄마 개구리 뒤로 입술이 머리 뒤로 간간히 보입니다.

입 작은 꼬마 개구리가 힘없이 집으로 돌아갑니다. 입 작은 엄마 개구리가 울고 있는 꼬마 개구리를 꼭 안아 줍니다.

덧붙이는 글 | 언제부턴가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에게도 서로 간 보이지 않는 장벽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성인동화#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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