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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바마의 당선 이후, 그가 썼던 두 편의 자서전을 비롯하여 오바마 관련 서적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흑인 혼혈의 그가 여러 열악한 조건을 무릅쓰고 미국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책 <역전의 리더 검은 오바마>는 KBS 정치 전문기자 출신의 박성래 씨가 분석한 오바마의 성공 스토리다. 오바마가 했던 연설, 선거 전략, 그가 쓴 책 등 다방면의 오바마 정보를 토대로 하여 탄탄하게 쓴 구성이 날림으로 만들어진 다른 서적들에 비해 힘이 있다.

 

저자는 오바마의 승리 스토리를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정치인들은 점점 당파성을 강화하면서 양아치처럼 변해 가는데, 인종 갈등은 더 복잡해져 가는데, 그 와중에 미국은 갈기갈기 찢어졌는데, 인종간 분열의 희생양으로만 여겼던 흑인이 '통합'을 이야기한다.

 

말이면 무슨 말이든 해도 좋다는 증오의 정치를 끝내고자 한다. 코앞의 이익에 급급한 실용이 아니라 '멀리 내다보는 속 깊은 실용'도 눈 여겨볼 만하다. 대책 없는 몽상가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열광했다."

 

무엇보다도 오바마가 승리할 수 있었던 건, 그가 끊임없이 강조한 '희망'이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인들은 지금의 위기를 희망으로 바꿔줄 새로움이 필요했으며 그 새로움을 실현해 줄 존재로 오바마를 선택했다.

 

책을 읽다 보면 오바마는 천부적으로 '통합'을 강조하는 성격을 지닌 듯하다. 백인과 흑인 혼혈로 태어나, 검은 피부이면서도 백인 가정인 외가에서 자라서일까? 아니면 열혈 진보주의 운동가였던 그의 어머니 덕분일까?

 

오바마를 지지하는 가장 큰 기반은 흑백 논리가 아닌 유연함과 통합이다. 그의 이런 태도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알 수 있으며 하버드 로 리뷰 편집장 시절의 회의 과정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오바마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준 존 캐리의 지지 연설에서도 그는 희망과 통합을 강조한다.

 

그의 연설에는 흑인들이 자주 우려먹는 이슈인 피해 의식과 분노가 없다. 그래서 많은 미국인들은 '오바마는 다른 흑인들과 다르다'고 평가한다. 그의 이런 통합 논리는 자칫하면 흑인들에게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결같은 자세로 자신을 낮추며 '하나된 미국'을 외치는 일관된 태도는 대중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불러 일으켰다.

 

오바마가 당내 경선에서 힐러리를 이길 수 있었던 건 그가 힐러리보다 특출해서라기보다 열정과 희망으로 똘똘 뭉친 참모진들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힐러리 자체는 뛰어나지만 그 밑에 있는 참모진들은 그간의 정치판에서 썩고 썩은 인물들이다. 그러다 보니 참신하고 열정이 넘치는 오바마 진영에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럼 오바마가 메케인을 이긴 데는 어떤 힘이 발휘되었을까? 오바마와 메케인은 참으로 다른 인물이다. 오바마가 진보를 부르짖고 통합을 강조한다면 메케인은 엉뚱한 보수 '꼴통' 정도로 불릴 수 있다. 웃긴 사실은 메케인의 이런 꼴통 기질이 잘하면 미국에서 제대로 먹힌다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고 일흔이 넘는 나이까지 정치판에서 파란만장한 일을 겪었다는 메케인의 이력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많은 미국인들은 정치 풋내기인 오바마보다 경력이 풍부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메케인에게 호감을 가졌다. 게다가 그는 백인이 아니던가!

 

오바마와 메케인의 팽팽한 기 싸움은 그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다. 비꼬기 좋아하는 메케인은 오바마의 이슬람식 이름과 아프리카 출신 성분을 들어 '베리 후세인 보게나, 소비에트 아프리카에 있는 이슬람 대학에서 마리화나나 빨고 있었겠지'라는 식의 이메일을 보낸다.

 

이런 메케인에게 오바마는 그의 보수 꼴통적 기질을 비판하고 나이 먹은 할아버지 취급을 하며 '당신이 이라크 전쟁을 100년이나 더 계속하고 싶어하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죠. 이런 것들이 죄다 흐릿하게 보이시죠, 할아범. 지옥에나 떨어지시길 희망하며'라는 메일을 보낸다.

 

둘 사이에 오간 이메일을 보면 누가 이 접전에서 승리했는지 짐작이 간다. 메일 내용을 오바마 측에서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그건 승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던가. 미국인들은 엉뚱한 호감형 할아버지 메케인보다 흑인에다가 팍팍해 보이는 성격의 비호감형 오바마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배경에는 지금의 경제 위기, 분열된 사회, 미국이 추구하던 자유와 평등 이념의 붕괴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세계 평화의 주권을 자신들이 잡고 있다고 믿는 미국인들은 평화와는 거리가 먼 메케인보다 담대한 희망을 노래하고 하나됨을 부르짖는 오바마가 더 낫다고 평가한 것이다.

 

오바마의 당선 이후, 열정과 패기는 넘치지만 오합지졸 형태의 참모진들과 그들의 부족한 정치 경험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이 약간의 우려를 내비쳤다. 힐러리를 국무장관으로 추대하고 나름 훌륭한 내각 구성을 위해 고심하는 오바마의 모습을 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와 비교하는 이들도 꽤 있다.

 

앞으로 미국은 새로운 배에 탈 준비가 되어 있다. 오바마의 정치 신념이 실제 국정 운영에 얼마나 반영되고 미국이 얼마나 변화될지 궁금하다. 그가 부르짖던 담대한 희망이 구호로만 끝날 게 아니라, 사회를 변혁하는 데에 큰 힘을 발휘한다면 세상은 더욱 진보하지 않을까 싶다.


역전의 리더 검은 오바마 - 세상의 모든 패배자에게 보내는 재기 멘토링

박성래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2008)


#역전의 리더 검은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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