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단풍들 좀 봐? 여긴 아직 가을이네”
“어머머! 정말! 저 고운 단풍! 이곳엔 아직도 가을이 머물고 있었네.”
산에서 내려오던 일행들이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어제(11월 26일) 석양 무렵, 전남 영암군에 있는 월출산 산행을 마치고 내려선 곳이 천황사 쪽 산자락이었습니다.
‘영암 아리랑’ 노래비가 있는 지역에서 조금 더 내려서자 단풍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빨갛게 물든 단풍은 그 빛깔이 정말 고왔습니다. 서울엔 늦은 단풍도 이미 시들어버려서 푸석푸석 낙엽으로 짓밟히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고운 단풍이라니, 산길에서 내려와 조각공원과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은 단풍터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길 한쪽은 푸른 대나무 숲이어서 붉은 단풍 빛깔이 더욱 선명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었지요.
길에서 만난 몇 사람의 관광객은 광주에서 내려온 신사들이었습니다. 광주만 해도 이미 단풍이 모두 져버렸는데 이곳에 오니 고운 단풍이 많다며 여간 즐거운 표정들이 아니었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던 등산객들도 서울과 북쪽지방에선 이미 져버린 단풍을 다시 보게 된 것이 반갑고 신기한 듯 모두들 감탄사를 터뜨리고 있었습니다.
참 곱구나. 네 얼굴시린 손 호호 불며 보고 또 봐도눈부시구나. 네 빛깔대관령엔 눈꽃이두 번씩이나 피었다는데지난 가을 몰래 몰래 풋사랑에 빠진 곱디고운 내숭쟁이 영암 가시내월출산 산마루에달 떠오르면혹여 다시 그님을 볼 수 있을까까치밥 감나무 아래 멈칫거리다찬바람에 빨간 볼 더욱 붉어졌구나. -이승철의 시 ‘월출산 초겨울 단풍. 모두
등산객들과 멀리 대구에서 온 관광객들은 곱디고운 단풍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초겨울까지 남아있는 가을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북쪽지방들은 거의 대부분 초겨울 찬바람에 썰렁한 풍경인데 이곳 남도지방엔 아직도 고운 단풍이 남아 가을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