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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건축가(오른쪽)  자신의 설계 의도를 설명한 글 앞에서
김원 건축가(오른쪽) 자신의 설계 의도를 설명한 글 앞에서 ⓒ 이명옥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면 제석산 끝자락에 세워진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을 설계한 사람은 광장대표인 건축가 김원(66)씨이다.

 

건축가 김원(광장 대표)씨가 조정래 작가에게 설계 제의를 받고 제석산 끝자락을 방문한 것은 2004년 11월 이었다. 김원씨는 당시의 느낌에 대해 "태백산맥 현장을 돌아 본 느낌은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의 길고 어두운 분단 역사의 터널을 빠져 나온 듯 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김원씨는 '작가는 왜 이 작품을 썼을까'는 본질의 물음을 지속한 뒤 '역사의 갈등과 아픔을 해원의 굿판으로 풀고 싶은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건물은 대개 주어진 언덕을 그대로 살려 지어지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김원씨는 질곡의 역사를 담아 낸 분단소설의 시원인 <태백산맥>의 이미지를 그대로 묻어버리고 '언덕 위의 하얀 집'처럼 건축가의 역량이 두드러지는 기념비적인 건물을 짓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건축가로서 괜한 산자락을 잘라내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작가에게 산등줄기를 파내어 지하에서부터 시작되는 건물을 짓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조정래 작가는 당시를 또 이렇게 술회한다.

 

"벌교에는 진광산, 제석산 이렇게 두 개의 산이 있어요. 문학관을 벌교 어디에 지을까 고민하다가 실타래가 풀리듯 곰실곰실 이야기기가 넘실대며 풀려 나오는 소화의 무당집이 있는 제석산 끝자락에 문학관이 지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금의 터를 김원 선생에게 보여 주었지요. 그랬더니 김원 선생은 제자들과 함께 땅을 파서 건물을 짓겠다는 거예요. 묻혀진 역사의 어둠을 드러낸 태백산맥의 의미를 살려서 짓겠다고 하는데 건축에 무지한 나는 솔직히 당황했어요.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비가 많이 오면 어떻게 하나 염려도  되었고요. 그런데 김원 선생이 그런 것은 거리를 충분히 두고 시공을 잘하면 기술적으로 염려될 것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잊히고 왜곡되었던 역사의 진실을 캐내서 밝은 햇빛 속에 드러낸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살리면서 분단 역사의 갈등과 아픔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문학관이 탄생된 것이다.

 

조정래, 김원, 이종상 트리오 태백산맥 문학관 3인방 저 삼인이 머리를 맞대고 계획한  것들이 눈 앞에
실체로 드러나 있다.
조정래, 김원, 이종상 트리오태백산맥 문학관 3인방 저 삼인이 머리를 맞대고 계획한 것들이 눈 앞에 실체로 드러나 있다. ⓒ 이명옥

문학관은 멀리서 바라보면 그저 언덕에 유리탑 하나가 서 있는 듯 건물 한 층만 보인다. 그것은 땅 속에 묻힌 두 층 건물처럼, 지하에 묻힌 억울한 영혼들을 위로하는 불빛을 만드는 탑 이미지를 살리려는 설계자의 의도다.

 

건물 안은 시간의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필요한 부분들을 채워갈 수 있는 여백의 공간으로 남겨두었다. 그 안에 무엇을 채우고 비울지는 남겨 진 사람들의 몫일 터이다.

 

땅을 파내느라 생긴 13미터의 절벽은 건축물의 웅벽이 되었다. 김원씨는 그 절벽 한 면에 소설의 의미를 살려내는 벽화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 작업은 이종상 화백이 맡아 주었다. 문학관 오른쪽에 백두대간의 염원이 담긴 길이 82미터 너비 8미터의 세계 최대의 자연석을 이용한 반추상 벽화작품이 생겨나게 된 배경이다.

 

설계자 김원씨는 건축물은 보이는 형상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과거의 역사가 아닌, 현재와 미래의 역사와  이 땅에 호흡하는 사람들이 풀어 내야 할 수많은 과제들을 유 무형의 형태로 담아 내야만 한다는 소망을 담았다고 전한다.

 

그의 소망대로  태백산맥 문학관을  넘나들며 그곳을 유 무형으로  채워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역사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 모두를 그 한 곳에서 오롯이 체험하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건축가 김원 선생이 나눠 준  자료와 조정래 작가와의  인터뷰로  기사를 작성했음을 밝힙니다.


#태백산맥 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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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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