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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면서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니까 얼큰한 김치찌개가 생각납니다. 지난 9월 초 형님댁을 방문했을 때, 작년 김장김치인데 잘 익었으니 맛이나 보라며 형수님이 묵은 김치 몇 포기를 봉지에 담아줬거든요. 아마 당시를 기억하고 있던 머리에서 '오늘은 김치찌개를 끓여 먹어라'라고 명령을 내린 것 같습니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를 생각하니까 입에서 군침이 돌아 계속 앉아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해서 <동물의 왕국>을 시청하다 말고 동네 정육점으로 달려갔지요. 대파는 아내가 음식을 만들다 남겨놓은 게 있으니까 됐고, 돼지고기 반 근과 두부를 한 모 사왔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반찬이자 가장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김치찌개는 초보도 맛있게 만들 수 있는데요. 멸치만 넣고 끓여도 국물이 칼칼하고 개운하지요. 멸치 대신 돼지고기와 두부를 넣으면 고소한 맛에 두부의 단백한 맛이 더해서 밥맛을 돋워줍니다.

 

김치찌개 생명은 '김치 맛'

 

날이 추워지면 얼큰하고 개운한 김치찌개가 생각나는데요. 김치찌개의 생명은 '김치 맛'에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숙성이 잘된 '묵은 김치'로 끓인 김치찌개는 설탕을 넣지 않아도 국물에서 단맛이 돌면서 건더기도 씹을수록 맛이 더합니다.

 

김치찌개에 붉은 고추와 참기름, 식용유 등을 넣고 김치를 볶아서 끓이거나 참치와 꽁치를 넣기도 합니다. 각자 입맛과 취향, 습관이 다르니 어느 게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 없지요. 해서 제가 즐겨 먹는 돼지고기 김치찌개 끓이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 김치찌개는 잘 익은 묵은 김치로 끓여야 제 맛이 나는데요. 약간 신맛이 도는 김치도 좋습니다. 김치를 그대로 끓이면 지저분하게 보이니까 김치소를 털어낸 후 3cm 정도 크기로 썰어둡니다.

 

▲ 돼지고기는 기름기가 붙은 살코기를 삼겹살처럼 얄팍하게 썰어둡니다. 기름기가 적당히 붙어 있어야 국물 맛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낼 수 있으니까요(정육점 주인에게 '암퇘지고기로 주세요'라고 부탁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도 작은 지혜라 생각됩니다).

 

▲ 두부는 작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썰고, 굵은 파는 어슷하게 썰어둡니다. 처음부터 두부를 넣고 끓이면 부서져 지저분할 뿐만 아니라, 담백하고 개운한 맛을 빼앗기니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조금 성가시더라도 쌀을 씻을 때 받아놓은 쌀뜨물을 찌개 육수로 하면 개운하고 새큼달큼한 맛이 더해서 어머니 손맛을 느낄 수 있는데요. 쌀뜨물에 김치와 돼지고기를 넣고 큰 냄비에 담아 불에 올려놓고 10~20분 정도 지나면 국물이 끓기 시작합니다.

 

▲ 국물이 팔팔 끓으면 적당량의 대파와 다진 마늘, 두부, 고춧가루 등 양념을 하고 천일염으로 간을 맞추고서 5분 정도 더 끓이면 얼큰하고 개운한 김치찌개가 됩니다(조미료는 사용하지 않고요. 양념하는 과정에서 입맛에 따라 양파나 후추, 다시다 등을 넣는 것도 좋겠지요).

 

돼지고기 대신 쇠고기 양지부위나 돼지갈비를 넣고 끓여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꿩고기를 넣고 끓인 김치찌개를 먹어본 경험이 있는데요. 쇠고기를 넣은 것처럼 국물이 담백하고 맛이 고소했습니다.

 

홍어와 묵은 김치는 이도령과 춘향사이

 

묵은 김치가 들어가는 반찬은 개운한 맛이 포인트인데요. 말이 나온 김에 제가 즐겨 먹는 '김치콩나물국', '도토리묵 무침', '돼지고기 쌈', '홍어 쌈'을 소개합니다. 

 

하나, 묵은 김치는 콩나물과 궁합이 잘 맞습니다. 해서 받아놓은 쌀뜨물에 묵은 김치와 콩나물, 멸치를 넣고 끓이면 구수하고 개운한 맛이 그만인 김치콩나물국이 만들어지는데요. 조금만 정성을 들이면 사랑하는 남편의 밥반찬은 물론 해장국으로도 으뜸입니다.   

 

둘, 흐르는 물에 김칫소를 씻어내고 잘게 썰어 물기를 꼭 짜내고 나서 1cm 정도 두께로 자른 도토리묵과 함께 양푼에 담습니다. 그리고 고소한 햇김 1-2장을 살짝 구워 손으로 비벼가며 살살 버무린 다음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리면 성인병을 예방해주고 잃어버린 밥맛까지 잡아주는 으뜸 반찬이 됩니다.

 

셋, 삶은 돼지고기는 새우젓하고 먹어야 좋은 것으로 전해져옵니다. 맛이 개운하고 소화도 잘 되니까 정설로 내려오는 모양인데요. 저는 묵은 김치에 싸먹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새우젓하고 먹는 것보다 맛이 더 개운하고 포만감도 더하거든요.

 

넷, 개운한 맛이 가장 큰 무기인 묵은 김치는 홍어를 싸먹으면 먹는 즐거움까지 더해서 맛을 배가시켜줍니다. 홍어가 비싼 탓도 있겠지만 묵은 김치의 깊고 독특한 맛이 전통 우리의 맛이자 어머니의 손맛을 떠올리게 해주기 때문이지요.  

 

 

홍어와 묵은 김치의 음식궁합을 이도령과 춘향이에 비유해도 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다 어류의 제왕이라 할 수 있는 홍어가 이도령이라면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인 묵은 김치는 춘향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한겨울 동안 눈 쌓인 옹기그릇에서 숙성된 음식과 겨울 생선의 만남이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묵은 김치와 홍어 이야기

 

겨울 생선인 홍어 이야기가 나왔으니 묵은 김치와 홍어의 관계에 대해 몇 마디만 더 해야겠네요.

 

날씨가 추운 겨울철에 친구와 소주를 마실 때 적당히 자른 홍어를 묵은 김치에 싸먹으면 맛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해 몇 병을 마셔도 멀쩡하고, 이튿날 아침에도 속이 쓰리지 않습니다. 암모니아, 유기산, 트라이메틸아민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홍어이니 편할 수밖에요.  

 

묵은 김치는 홍어회와 궁합이 맞지만, 홍어 내장과도 찰떡궁합입니다. 홍어 속(내장)을 넣고 끓인 찌개에는 잘 숙성된 묵은 김치가 들어가야 얼큰하고 고소하며 감칠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미나리를 넣으면 상큼한 맛을 더해주는데 홍어탕을 끓일 때는 묵은 김치가 필요 없지요.

 

찌개의 맛을 주도하는 홍어 애는 기름소금에 찍어 먹으면 고소한 맛이 그만이어서 인기가 좋습니다. 근해 안강망 어선들이 자주 드나드는 군산 부둣가 애주가들도 선술집 주인아주머니에게 눈도장을 찍어놔야 얻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 귀하거든요. 

 

연골어류로 가오리 과에 속하는 홍어는 오래전부터 '아무 것도 버릴 게 없는 생선'으로 이름나 있습니다. 특히 관절염과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있고 지방 함유량이 적어 다이어트에 좋다고 합니다. 해서 섬유질이 풍부한 묵음 김치가 들어간 홍어 내장찌개를 변비와 비만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올겨울 음식으로 추천하고 싶네요.

 


#묵은 김치#홍어#김치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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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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