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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제는 본격적으로 부동산 '투기' 부양에 나설 요량인 듯 하다.

 

정부는 31일, 혹은 내달 초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양도세 중과 대폭 완화를 포함한 '경기부양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고 이에 대하여 정부 여당 간 일부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찌감치 양도세 고가주택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함으로써 양도세 비과세 대상을 대폭 확대하더니, 종부세 부과 기준도 이에 발맞춰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완화하고 세율 또한 절반 이하로 낮춤으로써 세대별 합산을 제외한 사실상의 종부세 무력화를 강행한 바 있다.

 

 이제는 헌재의 종부세 세대별 합산 위헌 판결을 기다리며(?) 사실상의 종부세 폐지를 공공연히 거론하는 마당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대폭 완화까지 공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로써 정부는 '강부자' 정권으로서의 정체성을 명명백백히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 문제 핵심은 토지 불로소득

 

부동산 문제의 핵심에는 토지 불로소득이 자리 잡고 있다.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토지 불로소득을 제대로 환수하지 않고서는 가뜩이나 부동산 신화가 강력히 자리 잡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부동산과 연계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요원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정부가 어떠한 경우에도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철저히 환수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하고 이를 위한 정책 수단을 함부로 수정해서는 안 된다.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수단은 양도세와 종부세를 비롯한 보유세이다. 따라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부동산 문제해결을 위한 이 두 가지 수단은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고사 위기에 처한 종합부동산세

 

기실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의 최적 수단은 토지보유세이다. 이는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일관되게 인정하는 사실이자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상식중의 상식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선진국 대비 명함을 내밀기도 민망할 정도로 매우 미미했을 뿐더러 이를 만회하기 위해 보유세 강화 정책을 일관되게 추구하는 정부를 가져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정권에 모처럼 나온 사실상 최초의 보유세 강화 정책이 바로 종합부동산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종합부동산세는 정권이 바뀌자마자 한때 토지공개념 지지론자임을 자처했던 기획재정부 장관과 버블세븐 지역구 의원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에 의해 고사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차선책인 양도세마저 무력화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차선책으로 양도소득세를 들 수 있다. 양도세 또한 부동산 시세차익을 환수함으로써 투기 목적의 부동산 보유를 막는 훌륭한 수단이 된다. 다만, 양도세는 거래세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부동산 거래의 동결효과(凍結效果, Locking effect)가 있으며 이 부분이 양도세에 대한 부동산 이해관계자들의 지속적인 공략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보유세의 실효세율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충분히 환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감안하면 양도세가 여전히 불로소득을 환수함으로써 부동산 투기를 막는 현실적인 수단임은 결코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명백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MB정부는 얼마 전 양도세 중과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함으로써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무력화의 기초를 다지더니 종부세 무력화에 이어 부동산 경기 부양의 미명하에 이제는 다주택자 중과마저 무력화하려고 하고 있다.

 

지금은 거품이 빠지는 과정, 연착륙 유도해야

 

물론 현재 부동산 거래가 사라지고 이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다시피 보유세와 양도세는 정권의 정체성과는 무관하게 일관성을 가지고 가야지 여타 규제정책처럼 정권의 색깔과 경기에 따라 함부로 포기해서는 결코 안되는 정책이다. 따라서 현재의 부동산 하락 국면은 그간의 거품이 빠지는 것임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여타 정책 수단을 통해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기약하는 길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MB정부는 부동산 경기부양책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오히려 자제력을 잃고 적극적으로 편승하고 있는 형국이니 참으로 오호통재(嗚呼痛哉)라.

 

좌파정권으로 오해(?)를 받은 DJ정부는 10년 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출범 당시 공언한 토지공개념에 대한 의지를 접고 철저히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한 시장근본주의적 위기 타개책을 추구한 바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정권 내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투기와 이로 인한 가격폭등 등 이전 정권의 정책 부작용을 톡톡히 감내해야만 했다. 그리고 미국 부동산 발 경제위기의 한복판에 있는 오늘, MB정부는 주위의 비판과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 다시, 아니 오히려 더 지독한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거나 준비중에 있다.

 

아직도 부족한가. 소수 건설족과 부동산 부자를 위하여 언제까지 다수의 국민을 볼모로 한 실험을 계속할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자는 희년토지정의실천운동 정책위원장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완화#종부세#경기 부양책#불로소득#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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