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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일,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를 기념해 국토해양부가 주최하고, ㈔녹색습지교육원이 주관한 '범선 타고 느끼는 아름다운 연안습지' 행사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4박 5일간 열렸다. [편집자말]
"갯벌과 개펄의 차이가 뭘까요?"

범선 탐험 둘째 날인 17일 저녁 8시, 저녁식사 후 으레 벌어질 뒤풀이 대신 우릴 기다린 건 ㈔녹색습지교육원 백용해 원장의 환경학개론 강의였다. 백 원장은 첫 질문부터 대답하기 애매한 질문으로 참석자들의 머릿속을 혼란에 빠뜨렸다.

강의를 들으며 갯벌 생물의 종류가 그렇게나 많고, 게의 종류가 그토록 다양한지 새롭게 알았다. 생물들의 재미난 먹이 습성과 생태적 특징에 또 한 번 놀랐다. 신기했다. 특히 세계 5대 습지 중 하나가 순천만이라는 사실 등을 새롭게 아는 순간에는 그 동안 우리 주변 환경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마저 들어 부끄러웠다.

"강의가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중간에 나가도 좋다"는 호기답게 백 원장의 강의는 군더더기 없이 알찼다. 우리나라 갯벌의 생태부터 람사르 총회 한국 개최 의의 그리고 죽어가는 갯벌 이야기까지 물 흐르듯 진행된 강의가 끝난 뒤 그와 선상인터뷰를 진행했다.

"새만금 사업 찬성자 명단, 후세에 남겨야 한다"

 조도 갯벌에서 설명 중인 백용해 원장.
조도 갯벌에서 설명 중인 백용해 원장. ⓒ 최은경
- 람사르 총회가 무엇인가?
"쉽게 말해 세계습지올림픽이라 생각하면 된다.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유치하기 굉장히 어려운 총회인데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열게 됐다. 아마도 향후 다시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런데 국민적 관심이 너무 적어 걱정이다."

- 관심이 적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환경올림픽에 가까운 중요한 행사인데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 람사르는 자연 자원을 현명하게 보존하겠다는, 일종의 국가 간 협약이다. 관심을 갖지 않는 사이 너무 중요한 습지를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딱히 총회를 홍보할 게 없다. 기껏해야 팸플릿·영상물 정도인데, 그보다 국민적 의식 확대가 필요하다.

학생들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과부 쪽에도 여러 차례 환경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부처 간 협력이 잘 이루어지 않았다. 경남도 교육청 정도만 습지 교육 교과를 마련하는 정도에서 그쳤다. 안타까운 일이다."

- 새만금을 비롯해 지금도 지역에서는 간척사업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있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 실명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새만금 사업 찬성한 사람들 명단을 기록으로 남겨서 후세에 그것이 잘못된 결정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그들에게 그 책임을 다 물어야 한다. 

지난 30년 동안 25~30%의 갯벌이 사라졌다. 논으로 사용한다고 매립하고선 산업용지로 사용하고 있다. 이용 방안을 찾지 못해 방치하는 곳도 많다. 매립 결정은 지자체 관할인데, 지역에서는 소규모 매립이 심각하게 이뤄지고 있다. 군산매립지의 경우 입주율이 30%에 그친다. 경제적 이유로 자연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이다. 매립결정을 지자체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중앙에서 이를 조절해야 한다고 본다."

- 잘 이용되는 습지의 사례는 없나.
"단호히 말하자면 없다. 이용을 위한 관리냐, 보존을 위한 관리냐 하는 접근 방식의 차이인데, 이용을 위한 전략적 관리라는 게 사실은 개발을 통한 관광수익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거다. 육상의 생태를 보듬는 습지는 정화 기능을 갖고 있기에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그럼에도 항상 경제 논리에 의해 개발의 표적이 되고 파괴되고 있다."

"갯벌 밟고 바지락 캐야만 산 교육인가"

- 이번 행사 참가자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동안 육지에서만 습지를 봐왔다. 그러나 이번 체험은 바다에서 연안습지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바다를 대하는 우리의 관점,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꿔주고 싶었다."

- 그런 취지에 반해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준비 단계에서 좀 부족한 점이 있었던 거 같다. 이번 범선 탐험은 처음 있는 행사이고, 준비 기간도 상당히 짧았다. 선상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생각은 했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차후에는 이러한 점을 개선할 것이다."

- 끝으로 습지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습지에 안 가는 거다. 우리는 너무 직접적 경험을 중요시 한다. 직접 갯벌을 밟고 바지락을 캐야만 산교육인가? 아니다. 외국의 경우처럼, 대체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최소한의 공간에서만 습지를 체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갯벌을 우리가 보호하고 보존해야할 대상이라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체계적인 관리로 갯벌을 직접 체험하는 것을 극도로 아낄 필요가 있다."


#연안습지#람사르총회#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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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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