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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바이블(bible)

 

.. 이 책은 환경주의자들의 ‘바이블’로 다루어지며, 레오폴드는 예언자와 같은 대접을 받는다 ..  《메리베드 로비엑스키/작은우주 옮김-야생의 푸른 불꽃 알도 레오폴드》(달팽이,2004) 13쪽

 

 “환경주의자들의 바이블로 다루어지며”는 “환경주의자들한테 바이블로 다루어지며”처럼 적으며 토씨 ‘-의’를 털어냅니다.

 

 ┌ 바이블(bible) : 어떤 분야에서 지침이 될 만큼 권위가 있는 책

 │   - 우선 이 공산당의 바이블인 《자본론》을 읽어 보도록 하게

 │

 ├ 환경주의자들의 바이블로

 │→ 환경주의자들한테 성경으로

 │→ 환경주의자들한테 길잡이책으로

 └ …

 

 국어사전에 ‘바이블’이란 말이 실려 있올까 싶었는데 “권위 있는 책”이라는 풀이로 올라 있네요. ‘바이블’은 미국말로 ‘성경’을 가리키지 싶은데. 그래서 영어사전을 다시 찾아봅니다. 네, 성경 맞군요.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왜 ‘성경’을 미국말로 적은 ‘바이블’을 “지침이 될 만큼 권위가 있는 책”이라 가리키게 되었을까요. 우리는 왜 이와 같은 미국말을 쓰면서 “무척 중요한 책”을 가리켜야 할까요. 궁금합니다.

 

 ┌ 공산당의 바이블인

 │

 │→ 공산당한테는 성경인

 │→ 공산당한테는 무척 중요한 책인

 │→ 공산당이 늘 옆에 끼고 사는 책인

 └ …

 

 기독교를 믿는 서양사람들 문화나 삶에서라면 ‘성경’은 가장 손꼽을 만큼 훌륭한 책, 우리 삶을 밝히는 길동무 같은 책, 길잡이가 되어 주는 책, 촛불이 되고 등대가 되고 등불도 되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들은? 우리들한테는 어떤 책이 길잡이가 되고 촛불이 되며 등불이 되는 책일까요. 우리들은 우리 나름대로 가리킬 만한 고운 이름 하나 없는지요.

 

 ┌ 길동무 같은 책

 ├ 길잡이가 되는 책

 ├ 촛불 같은 책

 ├ 등대가 되어 주는 책

 ├ 등불 같은 책

 ├ 어두움을 밝히는 책

 ├ 스승 같은 책

 └ …

 

 우리 나라에도 기독교를 믿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러모로 기독교 문화가 많이 스며들었고 곳곳에서 이 자취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경을 읽는 사람이 많고, 성경대로 따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리하여 우리들한테도 성경은 “둘도 없이 중요한 책”이거나 “우리 삶을 버티는 기둥 같은 책”이라 느낄 수 있어요. 더구나, 오늘날처럼 영어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한국땅에서는, ‘바이블’ 같은 미국말을 넉넉히 쓸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면 묻고 싶습니다. 그토록 크고 중요하고 기둥 노릇까지 하는 성경이라 한다면, 우리들은 우리가 쓰는 ‘거룩한 책’이라는 ‘성경’으로 적으면 되지 않느냐고. “환경주의자한테 성경과 같은”처럼 적으면 넉넉하지 않느냐고. 말뜻을 풀어서 “환경주의자한테 거룩한 책인”처럼 적으면 알맞지 않느냐고.

 

 ┌ 환경주의자한테는 거룩한 책으로

 ├ 환경주의자한테는 길잡이책으로

 ├ 환경주의자한테는 등불책으로

 └ …

 

 이참에 아예 새 낱말 하나를 빚어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길잡이책’이나 ‘등불책’을. 또는 ‘거룩책’이나 ‘거룩한책’ 같은 낱말을 지으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ㄴ. 해피엔딩(happy ending)

 

.. 꽤 오래 전에 읽었지만 아직도 내가 이 이야기를 기억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귀결, 해피엔딩이 썩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  《장영희-문학의 숲을 거닐다》(샘터,2005) 60쪽

 

 “이 이야기를 기억(記憶)하는 이유(理由)”는 “이 이야기를 떠올리는 까닭”이나 “이 이야기를 못 잊는 까닭”으로 다듬어 줍니다. ‘귀결(歸結)’은 ‘마무리’로 손질합니다.

 

 ┌ happy ending (x)

 └ 아름다운 마무리 (o)

 

 참 흔히 듣는 말이요, 많은 이들이 퍽 자주 쓰는 ‘해피엔딩’입니다. 그렇지만 이 낱말을 국어사전에서뿐 아니라 영어사전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알쏭달쏭합니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이토록 널리 쓰는 낱말을 어이하여 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지.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반갑습니다. 이런 낱말을 굳이 사전에 올릴 까닭이 없으니까. 이런 낱말은 사전에 올리지 말고 털어내면 그지없이 반가우니까.

 

 다만, 사전에 안 실렸다고 하여 쓰임새가 줄지 않습니다. 사전에만 안 실릴 뿐, 사람들은 이 말을 끊임없이 써댑니다. 이와 같은 낱말이나 말투를 털어내야 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을 뿐더러, 더더욱 써대고 자꾸자꾸 써댈 뿐입니다.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하면 길어질까요. “아름다운 끝”이라 하면 안 어울린다고 느낄까요. “좋은 끝”이나 “좋은 마무리”, “즐거운 끝”이나 “즐거운 마무리”는 어떠한가요.

 

 ┌ 아름다운 귀결, 해피엔딩이

 │

 │→ 아름다운 마무리, 좋은 끝맺음이

 │→ 아름다운 마지막, 즐거운 끝맺음이

 │→ 아름다운 끝이야기, 기쁜 마무리가

 └ …

 

 보기글을 보면, ‘해피엔딩’ 바로 앞에 “아름다운 귀결”이라고 적었습니다. 글쓴이는 자기도 모르게 “아름다운 귀결”이라는 말을 쓰면서, ‘해피엔딩’이란 다름아닌 “아름다운 마무리”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아름다운 마무리”쯤으로는 걸러내거나 다듬어 주어야 할 ‘해피엔딩’이라는 소리를, 영문학자인 장영희 교수님이 우리한테 알려주고 있는 셈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영어#외국어#우리말#우리 말#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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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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