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벌써 노랐네, 선생님 저거 다 익은 거예요”
14일 오전 9시 충남 서산시 해미면 대곡리 청정마을 , 맑은 개울물이 흐르는 산골짜기를 따라 자연스럽게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다랑치 논 한자락에서 노란 유치원 체육복을 입은 스무명이 넘는 아이들이 고사리 손에 낫을 쥐고 아주 조심스럽게 몇가닥씩 벼를 베어냈다.
이 아이들은 시내의 서령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원생들로 지난 5월에는 바로 이 논에서 모내기도 했다.
벼를 베면서 아이들은 신기하고 놀랍다는 표정이다.
불과 몇달 전에 조그만 풀포기를 물속 미끌거리는 물렁한 땅에 심었는데 이렇게 크게 자라 열매를 맺었으니 말이다.
“이건 벼구, 이게 우리가 먹는 밥인 쌀이 되는 거예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벼베기에 왔다는 고은비(여.7)어린이가 자신있게 설명한다.
학부모인 최미정씨(37)는 “아이들이 밥상에 앉아서도 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서로 얘기하면서 밥알 하나도 흘리지 않으려 하고 햄버거나 빵보다 밥을 잘 먹는다”며 “체험을 통해 스스로 체득해 나가는 것이 실제 산 공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치원 원생들의 모내기와 벼베기를 올해로 3년째 하고 있는 박미숙 교사(35)는 “매일 먹는 밥이지만 밥을 만드는 쌀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밥이 되는지 어린이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더구나 밥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어린 유치원생들부터 ‘밥’의 소중함을 알게 해 이 아이들이 차츰 커가면서 우리역사를 바로 알게 하기위한 바탕을 만들어주기 위해 이 같은 체험을 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들이 벼베기 체험을 한 논의 임자인 김기덕씨(48·대곡리 이장)는 “우리밥상까지 외국 것에 점령당하면 우리 농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민족 모두가 결국 큰나라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어린 아이 때부터 ‘우리것을 바로 알자는 ’신토불이‘ 교육을 시키는 박선생님의 뜻이 고마워 논을 체험장으로 내어주고 있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