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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의 과거 공연모습 지금은 새내기 송미연이 여성보컬을 맡고 있다
<꽃다지>의 과거 공연모습지금은 새내기 송미연이 여성보컬을 맡고 있다 ⓒ 꽃다지

 

홍대에서 만난 '꽃다지' 

 

지난 1992년 결성된 '꽃다지'는 그동안 약 100여 명에 이르는 노랫꾼들이 거쳐간 노래패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 대중적인 인기곡 등을 발표하며 가요의 폭을 넓히는 데 일익을 담당해 온 것에 비해 사실 '꽃다지'에 대한 평단과 대중의 평가는 극히 인색한 편이었다.

 

그 까닭은 '민중가요=빨갱이 노래'라는 낙인찍기 효과 속에서 주류 대중과 단절이 되고, <진주> 등 몇몇 서정적인 노래가 민중가요답지 않다는 비판이 화학적 상승작용을 불러일으킨 탓이었다. 어느 정도 '꽃다지'가 홍보에 불성실한 측면도 있었다.

 

몇몇 팬들은 '꽃다지'가 해체된 줄 알았고, 어떤 이들에겐 운동과 투쟁현장 속에서 잠시 자리를 함께 했던 추억 속의 민중가요 몇 곡일 뿐이었다.

 

그러나 '꽃다지'는 죽은 것이 아니었다. 지난 십 수년 정치경제적 질곡에서 해방되기 위해 투쟁한 시민 및 노동자들과 함께 온갖 현장을 누벼온 것처럼, 작년 한 해만 해도 200회에 육박하는 현장 및 기획 공연을 소화해냈다. 

 

 "현장과 기획공연을 통해서 '꽃다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늘 거듭나려고 노력하겠다"는 민정연 '꽃다지' 대표
"현장과 기획공연을 통해서 '꽃다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늘 거듭나려고 노력하겠다"는 민정연 '꽃다지' 대표 ⓒ 김성경

 

10월 10~11일 홍대역 근처 클럽 프리버드에서 열린 '꽃다지'의 '나를 바다로…'콘서트는 문화적 이념 공세와 좌파상업주의에 의해 부침을 거듭했지만 꿋꿋하게 명맥을 유지해온 '꽃다지'의 더 깊어지고 넓어진 음악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꽃다지'는 국내 최초로 여러 신곡들과 최신곡들을 선보이며 공연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시화호의 아픔을 생명의지로 승화한 <난 바다야>

 

'다시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는 시간들 방조제 너머의 너는 진정 나인지 이 안에 갇혀 버린 나는 진정 바다인지'로 시작해서 '죽음마저 이겨낸 난 자유로운 바다야 날 바다로'라고 끝을 맺는 <난 바다야>(김미정 작사/정윤경 작곡)는 생명의 찬가다.

 

방파제 속에 갇혀 썩어가면서도 줄기차게 드넓은 바다와의 합류를 소망한다는 노랫말은 새내기 가수 송미연의 애절한 보컬에 버무려진 환경 메시지까지 전달하는 이중의 효과를 거두었다. 어떤 현실 속에서도 굴하지 않겠다는 저항 의지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 재앙인 시화호에서 착안한 노랫말이 돋보이는 곡이었다.

 

지난 7월 콘서트 공연  이 자리에서 조성일(맨오른쪽)은 <파이터>, <헤이 미스터 리> 등의 자작곡을 발표했다.
지난 7월 콘서트 공연 이 자리에서 조성일(맨오른쪽)은 <파이터>, <헤이 미스터 리> 등의 자작곡을 발표했다. ⓒ 꽃다지

 

사회 현실을 조롱한 <헤이 미스터 리>와 <파이터>

 

<헤이 미스터 리>(Hey! Mr. Lee 조성일 작사/곡)는 '아무리 얘길 해도 멋대로 쇼를 하'는 어떤 사람을 대놓고 비꼬는 노래다. '오늘도 귀를 막고 고집불통 쇼를 하고' 있는 그 사람을 향해 '국민의 목숨으로 장사하기 바쁘지'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하고 있다.

 

<파이터>는 살아남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어른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까지 총을 들고 싸워야 하는 동시대인들의 상잔을 고발한다. 무거운 노랫말에 묵직한 연주가 어우러져 중독성이 강하다.

 

'마음 속 어딘가 들려오는 노래'를 찾아

 

<이 길의 전부>란 곡은 상대방을 위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을, <이런 마음으로>는 초심의 아름다움을, <길 위에 서서>는 '산 자와 죽은 자 경계를 넘어' 자신의 갈 길을 가고 말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벼리는 노래다.

 

그 가운데 <무지개>라는 곡은  끔찍하고 혼란스러운, 파이터들의 세상에서 '마음 속 어딘가 들려오는 소리'에 귀기울이자고 호소한다.

 

그 소리는 원초적 생명이 약동하는 바다의 흰 파도 소리와 닮았고, 불의와 폭력과 어리석음을 비웃는 조롱과 풍자의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티없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짱짱 울리는 아우성이자, 사랑을 위해 사랑하는 연인이 밤새워 부르는 연가인 듯도 하다.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꽃다지'는 순수의 시간 속으로 회귀하고 있다. 그 존재만으로도 가슴 찡하게 반갑다.  

 

삶을 노래하는 사람들 이태수, 송미연, 조성일(왼쪽부터)
삶을 노래하는 사람들이태수, 송미연, 조성일(왼쪽부터) ⓒ 김성경

덧붙이는 글 | '꽃다지' 홈페이지(www.hopesong.com)에 가면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꽃다지#민정연#이태수#조성일#송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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