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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고양이 '얼룩이'라고 이름을 붙여줄까 싶습니다.
옥상 고양이'얼룩이'라고 이름을 붙여줄까 싶습니다. ⓒ 김민수

 

그들과 첫 번째 눈맞춤을 하고 일주일이 조금 더 지났습니다.

그 사이 우리 식구들이 자기들을 해칠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자신들의 거처를 들여다보는 눈길이 부담스러워 한 차례 거처를 옮기긴 했지만 무서워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반갑게 맞이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마 개에게 일주일 동안 먹을 것도 챙겨주면서 이 정도 공을 들였다면 반갑다고 꼬리치며 달려들 것 같은데 여전히 경계의 눈초리를 풀지 않고 있습니다.

 

맨 처음에는 못 만났던 새끼 고양이, 한 마리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는데 등에 얼룩무늬가 들어간 고양이입니다.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그놈이 그놈 같습니다. 오늘 드디어 네 마리 모두 한 컷씩 찍는데 성공했습니다.

 

옥상고양이 '호기심'이라고 붙여줄까 싶습니다.
옥상고양이'호기심'이라고 붙여줄까 싶습니다. ⓒ 김민수

 

얼룩무늬가 있는 놈은 얼룩이, 그리고 이 놈은 호기심이라고 이름을 붙여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옥상에 올라가 우유라도 따라주면 가까이 오진 않아도 구석으로 숨지도 않습니다. 적당한 거리를 우지하면서 뭐하나 응시를 하죠.

 

아마 첫날, 카메라를 보고 슬금슬금 다가오던 그 놈일 것입니다.

한 마리만 기르라면 이 놈을 기르고 싶지만, 적당한 시기에 중성화 수술을 시켜서 지들끼리 살아가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놈들 덕분에 부모님들이 즐거워하십니다.

새끼 고양이들이 노는 모습이 꽤 재미있으신가 봅니다. 자식 새끼야 아침에 인사드리고 출근하고 돌아오면 저녁에 잠깐 보면 끝인데, 고양이는 옥상에 올라가시기만 하면 종일 볼 수 있으니 좋으신가 봅니다.

 

옥상 고양이 '망설임'이라고 이름을 붙여줄까 싶습니다.
옥상 고양이'망설임'이라고 이름을 붙여줄까 싶습니다. ⓒ 김민수

 

부모님이 키우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고양이들을 챙기십니다.

 

"집에 들어온 짐승, 잘 해서 내보내야지."

 

그것이 부모님의 지론이시고, 삶의 철학입니다. 이전부터 손님에서부터 동물들에 이르기까지 홀대하지 않고 극진한 대접을 하시며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그렇게 나눠주며 사신 적분에 풍족하진 않아도 나눠주며 살아도 부족하지는 않을만큼 살아가는 복을 누리나 봅니다.

 

망설임, 그 놈은 꼭 올 듯하면서도 오지 않습니다.

손가락으로 바닥을 톡톡치면 한 두어걸음 왔다가 한 번 쓰다듬어 줄라치면 도망을 갑니다. 가만 앉아 있으면 또 슬금슬금 다가오죠. 

 

옥상 고양이 '여유'라고 이름을 붙여줄까 싶습니다.
옥상 고양이'여유'라고 이름을 붙여줄까 싶습니다. ⓒ 김민수

 

따스한 가을햇살에 누가 왔는지도 모르고 단잠에 빠져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놈들의 성별감식도 하지 못했습니다. 암놈인지 숫놈인지 확인한 후에 얼룩무늬의 특징들을 잡아서 어울리는 이름을 붙여주어야겠습니다.

 

하루는 출근 전에 옥상에 올라갔더니만 고양이들이 보이질 않아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언젠가 떠날 줄 알았지만 아직은 아닌데, 하필이면 부모님이 잠시 시골에 가셨는데 이때 나가면 우리가 못살게 굴어서 그렇다고 오해받을 텐데 걱정이 되었습니다.

 

출근해서 아내에게 고양이를 찾아보라고 몇 번을 전화했습니다.

옥상이 넓어서가 아니라 이런저런 물건들이 많고, 창고가 있어서 숨어 있을 곳이 많거든요.

 

아내가 이렇게 말합니다.

 

"고양이 있어. 나보다 고양이가 더 걱정돼서 전화했지? 평소에 좀 나한테도 그렇게 전화 좀 하지?"

 

그나저나 일주일 내내 공을 들였는데도 여전히 그 놈들은 반갑게 우리를 맞이하질 않습니다. 고양이, 그 놈들은 사귀기가 꽤 힘든 동물인가 봅니다.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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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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