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명박 대통령이 8일 낮 청와대에서 재향군인회 간부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8일 낮 청와대에서 재향군인회 간부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보희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정치적 위기가 '친북좌파'의 이념갈등 조장 때문이라는 인식을 드러내면서, 보수세력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해 파장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8일 재향군인회 회장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10년 만에 정권이 바뀌었지만 그(친북좌파의) 뿌리가 매우 깊고 매우 넓게 형성돼 있다"고 서두를 연 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념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굶주리는 북한 국민을 도와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빙자해 좌파세력이 이념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이미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곧이어 "현실적으로 이 땅에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여러 사태를 통해서 볼 수 있다"며 "모 친북단체 (관계자가) 구속된 뒤 '2년만 더 지났으면 통일됐을 텐데'라고 했는데, 우리 국민들도 이런 분위기에 대해 민감하지 않은 것 같아 더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제는 정권이 바뀌면서 확고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 하에 국가를 경영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지만 승승장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박세직 재향군인회장이 쇠고기 촛불시위에 대해 "순수하게 국민건강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사회, 반국가적 폭력분자들은 남한의 보수와 진보 대립을 부추겨 대한민국을 연방제로 통일하려는 친북좌파의 배후세력이 조종하고 있다"고 한 것에 대한 답사격이지만, 사전에 준비된 발언으로 보인다.

 

"나라 어려울 때 마음만 말고 행동 필요" 보수결집 촉구

 

 6월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STOP 거짓촛불 - 시국안정 및 경제안정 촉구 애국시민문화제'가 뉴라이트전국연합, 재향군인회, 자유총연맹 등이 소속된 거짓촛불반대 애국시민대연합 주최로 열렸다.
6월 2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STOP 거짓촛불 - 시국안정 및 경제안정 촉구 애국시민문화제'가 뉴라이트전국연합, 재향군인회, 자유총연맹 등이 소속된 거짓촛불반대 애국시민대연합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이 대통령은 계속해서 "재향군인회가 때마다 어려움 속에서도 직접 행동으로 보여줬기 때문에 더더욱 높이 평가하고 있다, 국가가 어려울 때 마음만 가지지 말고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향군인회를 비롯한 보수우익의 적극적인 '이념대응'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저는 이 땅에 이념 논쟁을 일으키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서도 "대한민국이 어떻게 하든 확고한 정체성을 갖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재차 '이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틈만 나면 국가를 분열시키고, 틈만 나면 국가를 흔들려고 하는 세력은 대한민국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그는 특히 북한에 대해 "북한 동족들에 대해 조건없는 인도적 지원을 하려고 한다. 북한도 국군포로·이산가족·납치자 문제 등에 대해 인도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까지 어떤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이것이 요구되지 않았는데, 줄 것은 주더라도 우리가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관계로 가야 한다"면서 "많은 분들이 제게 남북관계가 경직됐다고 하지만 경직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관계로 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념발언'은 최근 한나라당 등 보수세력이 제기하고 있는 '교과서 이념편향논란' 관련 발언에서 다시 정점에 다다랐다. 그는 "교과서 문제도 잘못된 것은 정상적으로 가야 하지, 정권이 바뀌어서 고쳐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북한의 사회주의가 정통성이 있는 것 같이 돼 있는 교과서가 있는데, 있을 수가 없는 사항이 현재 돼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바로 잡아놓겠다"고 말했다. 교과서 수정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국운영 더 강공으로 가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과 가뜩이나 경색된 남북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임을 충분히 감안했을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현 정부의 향후 국정운영 기조가 더욱 강경해질 것임을 예상케 한다. 현재 20%대 초반대인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 이념갈등을 통해 보수층을 결집시키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지난 1일 10·4선언 1주년 기념행사에서 "국가보안법은 남북관계의 걸림돌", "상호주의는 남북대결주의"라며 북한에 대한 현 정부의 근본적인 자세전환을 촉구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는 "정치적 의도가 없는 원론적 발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경제가 매우 어렵지만, (외환보유고 등이 충분하기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은 사실상 두려워할 만한 근본적인 이유가 없다"며 "금융문제가 어렵기 때문에 실물경제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지만 10월, 11월, 12월 달에는 예상대로라면 수출 흑자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달러가 자꾸 귀해지니까 (일부에서) 달러를 사재기한다"며 투기세력에 대한 간접적인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달러를 갖고 있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기업과 일부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국가가 어려울 때는 개인의 욕심을 가져서는 안된다"며 "금융위기 때문에 사재기하는 기업이나 국민이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김한종 교수, 역사교과서 집필진에서 중도하차
☞ [현장] 20여개 사학 단체들 "학자 압박하지 말라"
☞ 이명박 대통령 "좌파세력 이념갈등 시도는 시대착오적


#이명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