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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가 독립유공자인 집안이 있다. 이어서 국가유공자까지 무려 4명이 나라를 위한 삶으로 살았던 집안이다. 이 집안의 나라를 위한 삶의 시작은 대한제국 말기 항일운동가였던 수당 이남규(李南珪) 선생이다. 또 이분 이남규 선생의 아들 충구, 그의 손자 승복이 역시 독립유공자이고 증손 장원은 한국전쟁 때 참전했다 죽은 국가유공자이다.

 

별당과 같은 사랑채의 호서지방 반가로 1637년(인조15)에 지어진 충남유형문화재 68호인 이남규 선생의 고택이 충남 예산군 대술면 상항리에 있다. 이 자리에 이남규 선생을 기리는 '수당교육관'을 신축하고 9월 25일 늦은 3시 개관식을 열었다.

 

이날 개관식은 먼저 이남규 선생의 증손이며 전 독립기념관장을 지낸 이문원 교수의 경과보고와 수당이남규선생기념사업회 이상복 회장의 인사가 있었다. 이어서 충남도지사의 기념사를 충청남도 이필수 복지환경국장이 대신 읽었으며, 최승우 예산시장의 축사를 박기청 부군수가 대신 읽는 등의 축사가 이어졌다.

 

축사 순서가 끝나자 서원대 이병욱 교수가 무반주로 추모가를 불렀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스러져간 꽃잎은 뭇별이 되고 / 조국의 이름으로 산화해간 청춘은 태양이 된다 / 외로운 묘비 앞에 한 다발 장미 / 피고 지는 사연들이 / 빗돌에 새겨진 이끼 낀 역사 / 눈물 젖은 눈망울이여…." 지난 현충일 국립묘지 정부 추모식에서 불렀던 이 추모가는 이달균 작시, 이병욱 작곡이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를 연상케 할 만큼의 장중한 곡을 걸쭉한 목소리로 토해내는 이병욱의 노래엔 모두가 숙연해진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이남규 선생의 혼이 잠시나마 위로를 받았을까?

 

추모곡 공연이 끝나고 수당교육관 테이프컷팅식과 현판제막식을 한다. 그리고 교육관 내부를 모두가 함께 돌아보았다.

 

이 교육관의 주인 수당 이남규 선생은 학문과 덕망이 높았으며 1875년 사마시(司馬試)에 합격, 벼슬은 참판(參判)에 이르렀다. 1894년 6월 일본공사 오토리 게이스케[大鳥圭介]가 군대를 이끌고 궁궐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그 무도함을 상소, 비난하였다. 1895년 영흥부사 시절에 명성황후(明成皇后) 시해를 보고는 일본에 대한 복수를 눈물로 상소하였다.

 

이후 1907년 의병 민종식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혐의로 공주감옥에 투옥되었다가 석방된 후 일본군에게 연행되어 온양까지 끌려가다가 아들 충구와 함께 피살되었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었다.

 

또 선생의 손자 승복은 13살 때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여의고 나서 러시아, 만주, 조선 등지에서 활동한 임시정부 산하 비밀 조직인 '연통제' 요원이었으며, 1920년대 후반에 좌우익 세력이 합작하여 결성된 대표적인 항일단체 '신간회(新幹會)'의 강령인 를 만든 주역이었다고 한다. 이후 동아일보, 조선일보에서 언론인을 지냈고, 옥고를 치르다 해방 직후 풀려난 분이다.

 

최근까지도 친일파 후손은 옛 재산 찾기에 혈안이 되었으며, 떵떵거리며 잘살고 있지만 독립유공자 후손은 대부분 비참하게 산다는 얘기에 우린 울분을 터트리곤 한다. 그러면서 독립유공자들의 고택이 흔적도 없이 없어져 버리기도 해 안타깝기만 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여기 이남규 선생 고택은 그 아름답고 당당한 자태를 남겨놓고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행사 참석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리고 그 옆에 교육관을 짓고 독립유공자의 정신을 이 시대의 후손들에게까지 이어주려는 노력은 크게 손뼉을 쳐주어야 할 일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남규#수당#수당교육관#고택#독립유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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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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